가을을 넋 나가 사느라 벌써 늦가을로 접어들고 있다는 걸 완전히 잊고 있었다.
문득 쳐다보니 나무가 단풍이 한창인 것을. 몰랐다. 날이 추워지고 있다는 것도.
젤 좋은 계절이 가고 있잖아.
더 가기 전에 어디 여행이라도 다녀와야 하는데.

얼마 전에 오스 야스지로의 <동경이야기>를 리메이크한 <동경가족>을 봤는데 오프닝에 잔잔히 띄워지는
도쿄의 언덕 주택가 아기자기하고 정감있는 풍경에 가슴이 따뜻해졌다.
스틸을 아무리 찾아도 그 풍경이 나오는 게 없네.
오래된 골목과 예쁠것도 없는 집, 촌스러운 놀이터, 푸성귀가 자라는 텃밭이 있는 언덕 주택가.

난 아주 세련되고 약간은 industrial한 마감을 가진 모던한 집과
<동경이야기>에 나오는 것 같은 동네에 특별할 것도 없는 마당과 오래된 마루가 있는 소박한 집을 동시에 꿈꾼다.
정말로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를만큼 둘다 나의 욕망이다.

후자의 집은 서양에선 전혀 따라할 수 없는 분위기와 냄새를 갖고 있다. 동양에서 나고 자란 사람만이 알아볼 수 있는 정서.
다락방도 있고 조금 촌스럽고 아담한 마당도 있는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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