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읽다가

“배우기 시작할 때 목적을 설정하면 안 된다. 대학에서 보면 “난 이런 연구를 하고 싶습니다”라고 자신 있게 말하던 학생일수록 그 연구를 끝까지 하지 않는 경향이 강하더라(웃음). 그보다는 “잘은 모르겠지만 왠지 이것을 하고 싶다”라고 말하는 학생들이 진짜 연구자가 되곤 한다.”

“자기가 어디를 향하는지 잘 모를 때 오히려 성숙이 일어난다. 자기가 설정한 목표대로만 살아가서는 성장이 일어나지 않는다. 한참을 앞으로 가다 ‘아, 그땐 내가 참 유치했구나’ 하면서 출발점을 되돌아보게 되는 것, 그러면서 자신이 놓인 상황의 의미를 이해하고 자신의 과거를 끊임없이 고쳐 쓰게 되는 것, 그것이 성장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성숙의 반대말은 미성숙이 아닌 트라우마다. 어떤 새로운 경험을 해도 과거의 자신에 사로잡혀 바뀌지 않는 게 트라우마 아닌가.  교육은 미래를 내다보며 아이들의 성숙을 이끄는 일이다. 당장은 성과가 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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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베 여학원대학 명예교수 우치다 다쓰루가 몇 달 전 한국에서 한 강연을 정리한 시사인 기사, 부분 발췌한 거.

“왠지 이것을 하고 싶다”는 끌림. ornus와 내가 삶의 동력으로 가지고 있는 중요한 기준이기도 하다. 살면서 크고 작은 중요한 변화를 이끌었던 결정들은 뚜렷한 목표나 실현가능성, 효과나 결과 등을 고려한 결정이라기보다는 “그저 하고 싶다”는 욕망이었던 것 같다.지금도 우린 그 욕망에 따라 움직이려고 한다.

아이들도 자기 내면의 끌림을 동력으로 가지고 살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자유를 많이 줘야 하지 않을까. 스스로 결정할 시간, 실패해볼 시간, 다락방에 들어가는 시간. 진짜 다락방일 수도 있고 운동장일 수도 있고 하여튼 누군가가 정해놓은 스케줄이 아니라 자신의 끌림을 발견할 수 있는 자기만의 시간을 많이 주고 싶다.

가끔 아이들 책 좀 구입하려고 엄마들 많은 카페에 들어가보면 요즘 아이들은 책 읽기도 스케줄 맞춰서 하고 있다. 특히 영어책.  “우리 아이는 이제 3점대 리딩을 마치고 4점대로 가고 있어요. 올해 안에 7점대를 마치는 게 목표”라는 글들이 올라오곤 하는데, 나라면 차라리 아이들을 도서관이나 서점에 데려다놓고 딩굴딩굴 스스로 결정할 시간을 주겠다. 유치원 수업 후에는 무슨 수업 무슨 수업. 아이들이 스케줄 짜인대로 움직이는데, 아이에게 배움의 기회를 주되, 아무 스케줄도 없는 자유시간을 꼭 줘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 인생이 대학입시나 취업에서 끝나는 것도 아니고 끊임없는 선택과 문제의 연속이다. 그런 상황들을 자기 힘으로 결정하고 자기 자신을 믿는 힘을 길러주고 싶다.

실패도 해 보고 책임도 져 보고. 회복탄력성이 큰 아이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쉬운 일은 아니다. 아이들이 하루에도 수십번씩 벌이는 갑작스런 사고 때문에 “안 돼” 하며 제한해야만 하는 순간들이 너무 많다. 내 원칙은 아닌데, 상황 때문에 내가 제한을 많이 하는 엄마가 되어가고 있는 순간엔 난감하기도 하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가장 중요한 건 내가 성장하는 일이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나라는 인간의 깊이가 보이고 바닥도 보인다. 아이들을 키우는 과정도 내게 집중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순간들이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독립적이고 회복탄력성도 큰 사람인데, 요며칠 여러 사건들을 보면서 정말 밑바닥까지 솔직해지자면, 내가 정말로 할 수 없는 건 ornus의 부재로부터 회복하는 일 같다. 자립심이 없어서도 아니고 의존적이어서도 아니다. 그는 내 존재의 일부다. 이럴 땐 사랑이 벌 같다는 생각이 든다. ornus는 우리가 내 존재의 분열을 상상할 수 없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같이 생각을 해나가자고 한다. 그는 내가 보기엔 존재가 분열되어도 하루하루 일과를 반복할 수 있는 기질의 사람인 것 같은데, 나는 못할 것 같다. 그러나 할 수 있어야 한다. 나는 엄마니까. 이 숙제를 풀어나가는 게 내 삶에서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배움에 목적을 설정하지 말라는 것. 이 말이 요며칠 힘이 되어주고 있다. 지금 배우고 싶은 것들이 있는데 결과를 모르겠는 것들이지만, 다 내 삶에 어떤 무늬를 만들어내는 과정들이 되겠지..

 

Comments on this post

  1. 심은하 said on 2014-11-17 at 오전 12:37

    3점대 4점대가 무슨뜻인지 모르겠는 나는 앞으로 유치원이랑 학교 보낼 생각하면 숨막히네. 내 친구는 한국으로 돌아오지 말라고 했지만, 중국도 요새 조기교육 열풍에, 그나마 중국은 부자들 위주로 조기교육 열풍이지만, 일단은 유치원 선생이나 학교선생들이 어린애들을 성적으로 서열화 시키는 마인드에 권위적이고 주입식 교육인게 한국 옛날방식이라..
    요즘 걱정거리는, 아직 유라 얼집은 안보냈지만 중국 이동네 얼집샘들은 대소변 실수하면 엄하게 혼낸다고 해서 걱정. 중국어도 잘 못알아듣고 중국화장실 적응도 안되어서 처음에 실수할수도 있을텐데…그저 눈치껏 잘하길 믿어야하나. 좀 늦게 유치원을 보낼까도 생각중이고. 이건 당장의 걱정일 뿐이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자유시간 주어야 한다는거 매우 공감. 방바닥에 누워서 배를 긁고 있는 시간에 아이의 뇌가 가장 많이 자란다는 전문가의 글을 본적이 있는듯..

  2. wisepaper said on 2014-11-17 at 오전 11:02

    사실 극성스러운 사람들도 많지만 그럭저럭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고, 막상 보내보니 유치원 괜찮더라구요. 열음이가 워낙 재밌게 잘 다녀서.

    근데 대소변 실수에 엄청 혼낸다라… 그건 좀 걱정되네요. 아가들 모이는 모임 같은데나 문화센터 비슷한 데 다니면서 친구들 만나게 해 주고, 어린이집은 언니가 힘들지 않으면 굳이 일찍 안 보내도 될 거 같아요. 유치원부터 보내도 되니까.. 저두 은율이가 딩굴딩굴 잘 놀아서 유치원 늦게 보낸 편이에요. 근데 밖에 나가서 스케일 큰 활동을 꼭 해야 되는 기질의 아이면 보내는 게 좋고… 열음이는 집에 데리고 있는 것보다 밖에 보내는 걸 훨 즐거워해요. 방과후 수업도 여러 가지 다 배우고 싶다고 다 신청해달래요. 그리고 와서도 놀이터에서 엄청 놀고.. 하여튼 뭐든지 다 재밌게 하는 스타일.

    아이가 배우고 싶어하는 거 배우게 해 주되 자유시간을 많이 주면서 키우면 좋지 않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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