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풍경, 도촬, 화분, 팔찌
ornus가 돌아온 후 모든 게 평안해졌다.
내 몸과 영혼 무수한 빈틈 같은 작은 세포 구멍들이 채워져 가는 느낌.
뿌리가 없이 강물을 떠다니는 이름 모를 식물이 되었다가 다시 뿌리를 찾아 땅에 발을 디뎠다.
사랑하고 감사하고 존경해 그대. 내가 나 자신의 모든 것을 의탁하고 보여주고 믿고 사랑하는 단 한 명의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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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 지나고 메모리얼데이 월요일이 지난 오늘 화요일 아침. 드디어 우리집 1층 오피스룸에서 오늘 하루 일을 시작한 그의 모습. 몰래 찍었다. 열음이나 ornus나 사진 찍히는 거 별로 안 좋아하기 때문에 이렇게 훔쳐 찍어야 함. 치사함.

흥미진진한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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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으로 동료들과 회의하기 때문에 마이크도 설치 돼있고, 위에 조명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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훔쳐 보는 느낌… 이상해… 야릇해.
귀를 만지는 손가락.. 음.. 이런거. 약간 그런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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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 귀… 그런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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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우스 만지는 손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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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일하는 하루 종일 저 코너 자리 창가에 누워서 지나가는 동네 사람들에게 다 참견하는 콩이.
아는 사람 지나가면 나가야 된다고 난리난리.
하지만 아빠가 회의하는 시간도 정확하게 알아서 조용히 누워 있다.
똑똑한 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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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이.. 그리고.. 개껌.. 소중한 개껌.
저렇게 하루 종일 누운 자세로 자거나 동네 사람들 동태를 살피다가, 아빠가 중간중간 휴식할 때만 놀자고 애교 떠는 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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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해서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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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 목, 손가락, 삐친 머리..
에잇 그만해야지.
치사하다 치사해. 요만큼만 찍혀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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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nus가 돌아오자마자 주말엔, 동네 널서리에 가서 꽃도 사고 화분도 샀다.
내가 좋아하는 컬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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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장 간 동안 혼자 있게 한 거 미안하다며 ornus가 기분 내라고, 팔찌 사라고 티파니 데리고 감. 정말 나는 계획에 없었는데. 완벽한 충동 구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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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아 전체적으로 쭉 박힌 거 사라며.
내 털들… 존재감 있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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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ornus가 사준 거 같지만 아니다.
ornus 돈은 다 내 돈이고, 내 돈도 다 내 돈이며, 그러므로 우리집의 모든 돈은 다 내꺼기 때문에 이건 그냥 내 돈 주고 내가 산 거임. 모든 건 다 내꺼다. 이게 우리집 지론이다.
쓸데없는 천만원짜리 돌덩어리를 왜 산 건지 내마음 나도 모르겠네. 근데 사람이 너무 맨정신으로 살면 삶에 꼭 필요하지 않은 장식품들이 생길 수가 없다. 그럼 너무 빈틈 없는 삶이 돼서. 가끔 정신줄 놓고 산 게 삶에 잉여물들을 남긴다.
삶에는 잉여물이 필요하다. 이상 돌덩어리를 산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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