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잘 모름
ornus랑 그 많은 세월 동안 함께했음에도 그를 보면 꽉 차오르는 충만감의 정체가 뭘까, 나는 그를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오래 전 아직 사랑이 뭔지도 모를 때 내가 그에게 반한 건 ‘순수하고 귀엽고 어리버리한 그가 가진 모든 것들’ 때문이었다. 나를 끄는 순수함. 나를 끄는 귀여움. 나를 끄는 무해함. 나를 끄는 어리버리함. (하지만 그 순수하고 무해하고 어리버리할 거 같은 남자가 가진 두뇌는 내가 갖지 못한 방식으로 움직여왔다. 내가 파고들지 못하는 세계를 파고드는 나와 다른 방식으로 움직이는 그의 사고.)
그가 가진 쉽지 않은 한결같음과 쉽지 않은 끈기와 나를 향한 한없는 사랑과 존중으로 인해 나는 그를 존경한다고 말하지만, 사실 이렇게 오래도록 사랑의 충만감이 계속되는 이유는 나도 설명하기 어려운 것이라고만 생각해왔다. 설명키 어려운 미지의 것으로만 생각했다. 그런데 결국 그 충만함이 계속되는 이유에 대해 오늘 문득 생각해보니 교감 때문이었다.
나는 그에게 늘, 끝없이, 세상에 대한 나의 생각을 조잘조잘 얘기하곤 하는데 그럴 때마다 그는 내게 내가 꺼낸 이야기에 대해 자신의 시각과 각도로 이해한 해석을 던져주고 그게 나에게 다른 각도의 통찰을 선사한다. 늘 언제나 이런 교감이 계속되고 있다는 걸 미처 생각하지 않고 살아왔다. 매일 흐르는 강물처럼 자연스럽게 우리 관계의 저변에 흐르는 교감이라, 새삼스럽게 인식할 필요조차 없었던 것 같다.
언제나 흐르는 강물처럼 인식조차 할 수 없게 흘러왔던 교감. 우리 서로 늘 통한다는 생각. 서로에게서 배운다는 생각. 그것이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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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난 사실 아직 그를 다 모른다. 그건 그도 마찬가지라고. 그도 나를 잘 모른다며. 언제 혼날지 모른다며.. 언제 또 털릴지 모른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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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on this post
부부 사이에 충만함을 느낀다는 건 좀 위험한 거 아냐?ㅋㅋ 둘 다 미스테리하다 정말ㅋㅋ
젤 마지막 부분 안 읽었어? 충만감을 느끼지만 내가 내 기분 나쁠 때 아무때나 침범해서 털어버리는 것으로 그 균형을 깨잖아. 종남이 자주 털려… 불쌍..
너넨 지지 않으려는 비슷한 에너지로 서로를 턴다면, 우린 종남이가 주로 털린다는 것이 좀 다른 것….
나 언제 혼날지 몰라서 짜릿해…
앞으로도 짜릿할거야
그게 뭐야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