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 걸로 고백

요즘 내 증상. 미디어에 나오는 그 어떤 유명인 남자들에게도 흥미가 없고 재미가 없다. 그럼에도 한 명 있다면..

미디어에 나오는 모든 배우, 가수, 연예인, 작가 등등 모든 유명인들 중에서 내남자 아닌 남자 중에 내 눈에 남자로서 가장 멋지다는 끌림을 주는 인간은 김영하다. 물론 나와 개인적 친분은 없으므로 내 판단은 그가 공적으로 보여준 모습을 통해서만 이루어진 거다.

말할 때 기품 있는 태도, 중저음의 목소리, 자존감이 느껴지는 눈빛, 그 말 속에 들어 있는 통찰력 모든 것을 포함해서 멋짐이 느껴지는 남자 어른. 지성과 인간에 대한 이해를 갖춘 남자 어른이 가진 저 단정하고 자존감 높은 태도와 말투에서 나오는 멋은 밀도가 높다.

그런 김영하가 과연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를 얼마나 깊이 사랑하고 존중할 줄 아는 인간일까, 그런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었다. 만약 사랑하는 여자를 존중하고 사랑하고 신뢰하는 법을 모르는 남자라면 나의 호감은 그냥 실망으로 끝나버릴 테고 대다수의 남자들이란 실망스런 존재들이기 때문에. 들려오는 이야기로는 아내와 오랜 시간 사이 좋은 동반자로 서로 존중하며 재미있게 살고 있다는 말이어서 기분이 좋다.

이건 몇 년 전에 한 방송인데
그가 아내에게 한 프로포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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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가장 잘 하는 것으로, 자신의 가장 큰 열정을 담았을 작품으로 사랑과 존경을 표하고 있다는 이야기에 기분이 좋아진다.

Comments on this post

  1. 심은하 said on 2022-12-13 at 오후 1:07

    아 김영하가 그랬구나. 아내에게 소설을..실제 결혼생활도 똑같길 제발ㅜ
    사실 난 김영하를 미디어로 접해본 적이 없어서 말하는 모습은 못 봤어.
    김영하가 쓴 단편 를 읽어본 게 전부. 일단 소설이 재미는 있었고 작가의 음흉한 위트가 느껴져서 특별했어. 하지만 글이 내 취향은 아니어서 다른건 아직 못 읽응.
    그리고 내 독서모임에 김영하 팬이 두명 정도야. 그래서 괜찮은 작가인가보다라는 좋은 이미지는 있어.
    난 한국 소설은 남자 작가가 쓴건 지금까진 김연수 작품들만 내 취향이었어. 김연수도 여성팬이 많지ㅜ 근데 여성관은 어떤지는 모르겠고, 그의 인생책이 조르바와 설국이라니 거기선 약간 실망스럽긴 했다.(참고로 난 조르바는 여혐소설이지만 자유를 이야기하는 소설이라서 좋긴 해. 나같은 불안장애 환자에겐 조르바가 인생 소설이야ㅎㅎ)
    암튼 난 탐미주의자라서 김연수가 어떤 인간인지 모르겠지만 소설은 좋아하고. 칙칙한 김훈 소설과는 너무 비교되니까ㅎㅎㅎ
    김영하도 여기저기서 좋게 얘기 들리는걸 보니..영원히 사고 없이 백년해로하며 잘 사소서ㅜ

  2. wisepaper said on 2022-12-13 at 오후 1:39

    그러게요. 우리가 김영하랑 안 살아봤으니 100퍼 장담은 못하겠지만.. 그래도 들리는 소문이나 그가 나와서 하는 말을 보면. 숨길 수 없는 진실 같은 게 삐져나오잖아요. 아내랑 동반자, 짝꿍 이런 관계로 아이 없이 잘 사는 거 같아요. 특히나 여러번 말한 게, 자기가 쓴 소설을 제일 먼저 보여주는 사람이 아내래요. 아내가 여기 빼라 그러고, 저기 다듬으라 그러고, 이런 역할을 한대요. 그리고 아내 말대로 정말 작품의 48퍼센트 이상을 빼버리고 다시 고친 소설도 있다고 합니다. 작가가 그 정도면, 자기 아내를 진심으로 굉장히 존중하고 믿고 있다는 거 맞는 거 같아요. 작가에게 가장 큰 자존심이 들어간 게 자기 작품일텐데. 자기는 아내의 작품 보는 눈을 가장 신뢰하고 맡긴다고 합니다.

    김연수 글 저도 좋아했어요. 김연수가 쓴 에세이들도 찾아 읽고 그랬는데. 언니에게 조르바가 인생 소설이었구나. 그렇죠. 자유를 상징하는 조르바.
    김연수나 김영하나 이 세대 작가들은 김훈 같은 인간하고는 그래도 아주 결이 다르죠. 눈치도 볼 줄 알고.

    • 심은하 said on 2022-12-13 at 오후 5:09

      오..아내가 뭐하시는 분인지 전공이 뭔지 궁금하네. 전공 떠나서 정말로 아내를 존중하네. 전공이 문학인 아내여도 무시할 수도 있는건데. 아이라는 혈육을 떠난 진정한 동반자군.
      글구 조르바는 내가 마지막 장면을 넘 좋아해. 조르바가 주인공이랑 같이 계획한 공사가 폭망했는데 둘이 맛있는 수프 만들어 먹으며 해변에서 춤추는 장면. 진정한 자유가 느껴졌고 이게 논픽션이었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조르바가 독서모임 선정책이었거든. 나는 마지막 장면을 “예를 들어 남자가 사고가 나서 생물학적으로 조ㅊ이 확 쪼글아들었는데도 기운이 펄펄 남는 상태를 상징하는 듯 하다”라고 해석했어. 그때 멤버들이 그 말 듣고 좋아했고ㅎㅎ

  3. wisepaper said on 2022-12-14 at 오전 11:21

    김영하가 직접 말하기를, 아내분은 심리학 전공자랍니다. 자기 작품을 읽어보고 센스 있는 조언을 날카롭게 잘 해줘서 늘 도움 받는다고 그러더라구요. 취재차 어떤 나라에 몇 개월 이상씩 머무르고 어느 도시에서 몇 개월을 머무르고 할 때도 늘 동반해서 가더라구요. 당연한 일이지만. 인생의 동반자인거죠. 그런 점에서 평론가 신형철도 자기 평론은 늘 아내가 먼저 읽는다고 했어요. 그리고 책에서 그러잖아요. 자신이 그토록 사랑한다고 했던 여자가 아파서 병실에 입원했을 때, 그토록 입으로 사랑한다고 했었지만 그녀의 아픔을 조금도 똑같이 느낄 수 없는 인간의 한계를 절감하고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이란 그 책의 주제를 관통하는 인간의 한계를 말하잖아요. 인간은 타인과 같은 고통을 느낄 수 없다고. 그 사람이 아무리 사랑하는 이라고 해도 못 겪는다고. 김영하나 신형철 같은 남자들이 자신들이 사랑하는 여자를 진짜 백년해로 존중해주며 살기를 저도 바랍니다 ㅎㅎㅎ 남자들에게 실망하고 싶지 않아서… 인간에 대한 믿음을 버리기 싫으니까.

    역시 청순하신 심은하님이네요. 조르바 마지막 장면에서 또 그런 번뜩이는 해석을 해낸 청순 변태님 진짜 .. 조르바를 관통하는 주제가 자유인데, 근데 여기서 중요한 건 인간은 결국 죽음으로 가는 비극적 존재잖아요. 죽음으로 가는 존재이기에, 한정된 존재이기에, 아이러니하게도 자유가 가장 중요한 가치가 되는 걸 수도. 언니의 그 해석에서, 남자가 자기 성적 행위를 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 생물학적으로 성기가 불구가 되는 상황은 ‘상징적인 죽음’이라고 생각할 수 있잖아요. 그래도 자유와 생명력은 살아 숨쉬는 거죠. 공사가 폭망했는데도 맛있게 수프를 만들어 먹으며 해변에서 춤 추는 장면에서 언니가 남자의 ‘상징적 죽음’을 떠올리고, 그럼에도 생명력이 펄펄 남는 상태를 상징한다고 해석한 거는 저는 이렇게 이해해보는 겁니다 ㅋㅋㅋㅋㅋㅋ

    • 심은하 said on 2022-12-15 at 오후 12:35

      그러게 김영하, 신형철 저런 분들이 부디 한결같길..
      신형철은 기형도에 대해 비평한게 넘 공감됐었어. 98학번은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라떼만 해도 기형도를 감성적, 지적 사치의 도구로 활용하던 문과대 한남 선배들이 넘 많았거든. 아 물론 20대의 방황은 누구에게나 처절하지. 그걸 조롱하는건 아냐. 근데 신형철이 느낌의 공동체에서 기형도의 시가 소비되는 방식들이 불편했다는 뉘앙스가 느껴지는 비평을 했잖아. 그걸 보고 내가 문과대 한남들에게 느꼈던 한심함의 정체가 이거였구나 싶었어ㅎㅎㅎ 암튼 신형철은 한남들 허세 속에서 나름 겸손한 태도로 갈고 닦은 분 같아.
      조르바..이거 독모할때 멤버들 중 반은 여성비하 심한 문장들 많다고 불쾌해했고. 우리 멤버중 가장 남혐이 심한 내가 조르바에 높은 점수를 줬어. 다들 놀랐고ㅎㅎㅎㅎㅎ
      맞다 죽음..조르바가 죽는 장면 묘사한거도 좋았어. 신을 조롱하고 욕을 하며 죽던ㅎㅎ

  4. wisepaper said on 2022-12-15 at 오후 2:29

    맞아요. 신형철이 지적했죠. 기형도 시에 담긴 그 비극성은 ‘미완성으로 인한 비극’인데, 언니가 느낀 그 부류들이 이 ‘미완의 비극’에 자기를 투사해 20대의 방황과 불능에 허세의 옷을 입힌 거. 사실 누구나 시에 자기 모습을 투사하고 향유할 자유는 있지만, 거기서 신형철이 바로 지적한게, 자신의 삶이 비극이라고 믿는 버릇은 갖고 있지만 감히 그 비극을 완성할 용기도 갖지 않은 놈들이라고. 그래요. 그때 그런 시에 자신을 투사하고 술자리에서 끅끅대던 그 남자들 중에 사람 하나 제대로 사랑하려고 끝까지 가본 적 있는 용기 있는 놈 새끼가 있었는지.. 여자를 안주삼아 입에 올리고 물건처럼 바라보고 끅끅대던 남자들. 전 그냥 술자리에서 본 남자 선배놈들의 꼴값들이 아직도 기억나네요. 누군지도 기억 안 나지만 그냥 이미지로만 남아 있어요. 지금쯤은 다들 어딘가에서 자기 몫을 감당하느라 고생하며 살고 있는 누구나 그런 인간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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