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보다가 몇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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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부터 20,30대 젊은층에게 북유럽 스타일 인테리어가 대유행인 것 같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유행했던 다른 디자인들처럼 또 휩쓸리듯 사라질지 모르겠지만 꽤 오래 가고 있다. 디자인만 보면 내가 아주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고 부분적으로 참고하는 정도지만 그들의 집이나 삶을 다룬 책은 재밌게 본다.

거의 올 화이트색 벽면에 크게 장식적이지 않은 단순하고 정갈한 선 위주의 가구 디자인. 사진에도 보이듯 조명은 포울 헤닝센이 디자인한 PH 램프와 유사한 스타일들. 다른 스타일들보다 장식미가 덜하고 심플하다보니 가구 구색 갖추기도 쉽고 깔끔한 거 좋아하는 젊은층이 좋아할만한 것 같다.

다만 책을 몇 권 읽어보고 드는 생각은 그들의 스타일이란 북유럽 특유의 기후와 자연환경에 적응하며 자연에 밀착돼 있는 ‘생활태도’에 가까운 것이라는 거다. 유난히 길고 혹독한 겨울을 견뎌 청명한 호수와 바다에 내리쬐는 햇살이 있는 여름을 맞이하는 삶. 직장이 도시에 있든 시골에 있든 여름엔 6주 정도의 휴가 기간 동안 호수나 바다 곁 여름별장에서 보내며 장작을 모으고 텃밭에서 나온 식재료로 식사를 준비하는 삶. 화이트 벽면 인테리어조차  햇살이 아주 소중한 북유럽에서 최대한 햇빛을 반사시켜 집을 밝게 하려고 익숙해진 스타일이며, 시리도록 투명한 얼음 결정의 모습이 반영된 컵, 그릇 디자인이라든지 유달리 패브릭에 원색에 가까운 자연의 무늬-나뭇잎, 꽃, 수풀 등-를 많이 쓰는 것도 그들에게 자연이 그만큼 소중한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농어촌에서 여름 내 햇빛 아래 익는 곡식들을 거두고 텃밭일 하다가 추워질 겨울을 대비하며 집단장을 하고 긴긴 겨우내 몸을 덜 움직이고 다시 봄을 준비하는 삶과도 맞닿은 생활태도다. 북유럽의 시골집 인테리어를 다룬 책을 보니 그들이 간직하고 있는 오래된 은촛대, 칠이 벗겨진 은은한 가구들, 수십년 이상돼 녹슨 꽃병 같은 빈티지 인테리어는 내가 어렸을 때 시골 우리집 광(창고)에 있던 버드나무 가지 엮어 만든 광주리, 대대로 내려오던 녹슨 호미, 할머니 때부터 쓰던 그릇장 등에서 느꼈던 세월의 흔적과 크게 다르지 않네. 가구나 소품이 가진 진짜 고급스러움이 있다면, 비싼 돈 주고 장만한 새가구가 아닌 오랜 세월 동안 생활과 밀착돼 묻어나는 시간의 흔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사를 하고 삶이 도시화되면서 우리 시골집에 있던 소중한 소품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집안 가구들은 공산품으로 다 뒤바뀌고 말았다ㅠ.ㅠ

몇 년 전에도 <핀란드 디자인 산책>이란 책을 좋게 보고 그 단상을 홈피에 쓴 적이 있는데 그 때 내게 힘을 주었던 건 겨울을 보내는 마음가짐과 ‘고독’이라는 키워드였다. 긴긴 겨울의 깊은 어둠 속에서 여름을 기다리는 침묵의 시간들. 사람과 사이에도 침묵과 거리를 중시하는 고독한 이들의 공간 개념.

요즘 읽었던 책 중에서 몇 장 찍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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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칠한 오래된 의자, 가구, 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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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크게 이쁠 것도 없는 이런 풍경이 좋다.
여름 내 햇살을 최대한 많이 쬐려 집밖에 내놓은 소파, 테이블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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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요즘 유행하는 북유럽식 조명은 이런 게 아니라 위에도 나온 PH 조명 같은 디자인인데,
나는 그것보다 점점 이런 샹들리에가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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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에 놓인 조그마한 소품들 하나하나 아마도 오랫동안 집에 있었던 떼묻은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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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보면 정원 가꿀 때 쓰는 자그마한 물뿌리개나 호미, 화분 같은 것도 유명한 디자이너가 디자인했고 수십년 동안 써 오던 것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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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내 모으는 벽난로 장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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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좋아하는 페이지. 직장과 일터 때문에 그리고 문명의 이기를 좋아하는 나이인지라 자연 속의 이런 삶을 살 수도 없고 아직은 살고 싶지 않은 내게 동경이 되고 위안이 되는 장면. 시간이 느리게 가는 듯한 여름 오후. 마당에 아무렇게나 자라는 꽃들. 나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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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다른책에서. 북유럽 스타일이라기보단 장식적인 스타일인데, 오랫동안 모던한 디자인을 좋아했는데 요즘 점점 이런 의자들이 좋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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