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미래는 어디로 갈까

친구의 홈페이지에서 보게 된 뇌과학 전공 김대식 교수(카이스트)의 인터뷰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5/01/16/2015011601199.html?main_graphic

흥미가 생겨 좀더 검색해서 찾은 문화일보 인터뷰 기사
http://mhpark.or.kr/index.php?document_srl=163624

밑줄긋기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는 100% 독립이 보장돼 있다. 정부는 돈만 주고 간섭할 수 없다. 연구소장을 선임한후에는 은퇴까지 일절 간섭 안 한다. 매년 고정 예산이 나오고, 강의 부담도 없고, 연구 과제 신청을 안 해도 된다. 논문을 안 써도 된다. 그냥 무조건 믿고 30년 가까이 두는 시스템이다. 그러면 틀림없이 10명 중 9명은 나태해진다. 하지만 한 명은 노벨상을 받는다. 그게 누가 될지는 모른다. 그러니까, 기초과학 연구의 핵심을 독립성과 자유로 보는 거다.”

“(대중매체에 대해) 내가 보기엔, 이제는 우리 국민도 우주의 진화라든가 인류의 기원 같은 데 대해 진지한 관심들이 있다. 그런데도 진지하게 만들면 망한다고 한다. 아니다, 당신들이 제대로 안 하니까 망하는 거지, 제대로 하면 된다.”

“(요즘의 인문학 열풍에 대해) 당연히 인문학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왜라는 질문을 하기 때문이다. 다만 약간 걱정스러운 것이 있다.  지금의 인문학 열풍이라는 게 그동안 지나친 실용주의와 이과 공부에 대한 약간의 거부감으로 시작된 것 같다. 제대로 된 인문 교육을 받아야지, 이과식 문제 풀이만 하다 보면 새로운 것을 못한다는 말도 하는데, 충분히 이해는 가지만 여기에는 오해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하는 이과는 진짜 이과가 아니다. 이과 코스프레를 하고 있는 거다. 진정한 이과는 절대로 그냥 문제를 던져주고 풀라고 안 한다. 진정한 이과라면 왜라는 질문을 하게 한다. … 결국 핵심은 질문이고 표현을 어떻게 하느냐는 것이다. 내가 ‘빅 퀘스천’을 썼더니, 어떤 분은 왜 과학자가 삶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나는 그게 과학이라고 했다. 답은 기계가 해도 되고, 중국에 하청 줘도 되는 거다. 중요한 것은 질문이다. 그래서 지금 인문학의 인기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과학 없는 인문학’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인간의 뇌에는 결정적 시기가 있다.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대학교 교수들보다 월급을 많이 받아야 한다고 본다. 어린이들의 뇌를 만들어주는 게 초등학교 교사다. … 어렸을 때 교육은 평생 바꾸기 어렵다. 특정 이념이나 특정 종교, 정치적 성향 같은 것은 집어넣으면 바꿀 수 없다. 그래서 뇌가 유연성이 높은 시기에는 수학, 물리와 같은 변하지 않는 진리를 먼저 가르치고 역사, 사회, 윤리 등의 개념은 나중에 가르쳐야 한다. 어렸을 때 이런 것을 가르쳐 놓으면 사고가 자유롭지 못하다.”

“인간이 기계와의 격차를 지금은 어느 정도 벌려두고 있는데, 양자의 상승곡선이 교차점을 지나고 나면 기계는 기하학적으로 좋아지게 되는 반면 인간은 좇아갈 수 없게 된다. 그 포인트를 ‘특이점’이라고 부른다. 그게 가장 큰 걱정거리다. 어느 시점부터는 인간이 아무리 노력해도 지적으로 기계를 못 좇아간다는 것이다. 그러면 인간은 뭘 하고 먹고 살까. 큰 문제들이 생길 것이다. 그건 정치 사회 경제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다.”

“교육만 봐도 우리는 여전히 학교에서 국영수를 가르친다. … 그 덕분에 다 화이트컬러가 된 거다. 지금 우리도 교육을 그렇게 시작한다… 하지만 지금 인공지능 전문가로서 예측하자면, 앞으로는 기계가 인간보다 국영수를 더 잘 한다는 거다. 그것도 훨씬. 기계의 특징은 알고리듬을 알고 나면 제곱으로 훨씬 더 잘 한다. 지금 초등학생에게 국영수만 가르쳐줬다가 20~30년 후를 생각하면 아찔하다. 기계보다 더 잘할 수 있는 걸 가르쳐줘야 한다. 그게 뭔지를 우선 찾아야 한다.”

“휴머니즘이라는 게 인류 역사에서 우리를 시공간, 도덕의 중심으로 두고 본 거다. 하지만 점차 바뀌었다. 우주에 우리만 있거나 우리가 중심에 있다는 생각에서, 우리도 그 중 하나일 뿐이라는 생각에 이르는 과정이 계몽의 과정이었다. 처음에는 공간이었다. 지구가 중심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그다음 시간이었다. 우주가 빅뱅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깨달음이다. 그 다음, 도덕적으로는 다양한 사람이 있다는 생각을 한 거다. 그래도 여전히 인간만 가지고 있다고 여겼던 것이 정신이었다. 우리만 자의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원숭이는 실험해도 된다고 생각했다. 그게 휴머니즘의 마지막 남은 근거라고도 할 수 있을 텐데, 과학적으로 봤을 때는 조만간 무너지지 않을까.”

“우리나라의 문화에 최적화된 뇌를 가진 애들이 대학에 들어오면 손 볼 여지가 거의 없다. 질문하면 안 되고 남의 말 듣는 게 미덕이고 실패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애들 데려다 놓고 창조경제하라고 해봐야 안 된다. 가장 창조적인 5%는 어떤 교육을 받든 창조적으로 행동한다. 이들은 그냥 내버려두는 것이 가장 좋다. 모차르트와 스티브 잡스는 그냥 천재고 돌연변이로 모방할 수 없다. 모방해봐야 못 따라가기 때문에 ‘잡스만들기 프로젝트’ 같은 것은 그야말로 난센스다. 반대로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5%도 있다. 문제는 노력하면 되는 90%는 어떻게 할 것인가다. 비창조적인 것으로 세팅된 애들의 뇌를 리셋시키는 방법이 필요하다. 지금 우리나라는 공교육과 사교육에 수십조 원을 투자할 텐데 그중 일부를 잘라서 고등학교 졸업한 모든 애들에게 1년 동안 세계여행을 시켜주는 것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러면 시야가 넓어지면서 뇌가 창조적으로 리셋될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평소 뇌과학이나 인공지능에 대한 가벼운 정보를 곁다리로 접할 때 ‘인간의 미래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하는 생각에 종종 사료잡혔기 때문에 흥미를 가지고 관련 인터뷰를 계속 찾아봤다. 내가 뇌과학과 인공지능에 관심이 가는 건 분명히 ‘인간’에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거기에 더해 내가 ‘인간’을 키우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관심은 똑같은데 김대식 씨는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연구를 하고 있고, 나는 주로 아이를 키우고 있네 껄껄;;

이 인터뷰를 읽으면서도 역시나 확신했는데, 아이들을 키우며 내 키워드가 점점 더  ‘자율’, ‘내버려둠’, ‘결정적 시기(어린 시절이 인간에게 결정적 시기인데, 이 때 다양한 경험이 매우 중요하다)’ 등등이 되어가고 있다. 아이러니한 건 아이에게 자유시간을 많이 주기 위해서 양육자가 곁에 있어야 한다는 거다. 부모가 퇴근하기 전까지 어쩔 수 없이 학원, 과외 등등으로 돌다 보면 결국 누군가가 주입한 사고방식과 규율에 따라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내가 아이들과 함께 있는 시간 대부분이 아이들이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게 내버려두거나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찾아내게끔 하는 거다. 우리는 이 시간들이 우리 가정의 행복의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여담인데, 부모 둘 중 한 명은, 일은 하더라도 풀타임이 아닌 상태가 우리 가정엔 최선인 것 같다. 상황이 되지 않는다면 둘 다 나가서 풀타임으로 일해야 겠지만, 그러지 않아도 되는 상황일 때는 조금 덜 벌더라도 우리에게 이 시간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지난 시간 동안의 무수한 고민으로 알아냈다.

될놈될 할놈할. 나 역시 김대식 씨가 말하듯 어차피 가장 창조적인 5%와 가장 창조적이지 않은 5%는 어떻게 해도 그렇게 될 것이라고 본다. 중요한 건 우리 아이들이 나머지 90퍼센트 안에 속할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부모로서 우리가 줄 수 있는 가장 큰 자산 중에 하나가 다양성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진행상황으로 보자면, 우리가 시애틀 벨뷰에 처음 정착해 열음이가 가게 될 초등학교는 인도, 중국, 일본 등 아시안이 40%, 백인 50%, 흑인 및 히스패닉, 네이티브 아메리칸이 10%를 차지하는 곳이 될 것이다. 특정 인종이 지나치게 많은 곳보다는 이러한 분포가 아이에게 더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있다. 이러한 인종들이 공존하기 위해서 다양성에 대한 존중은 필수다. 이 기준을 무너뜨리면 이런 공동체는 생존이 힘들기 때문에. 아이들이 편견과 한계를 넘어 제대로 질문할 수 있는 존재로 자라났으면 좋겠다.

 

 

Comments on this post

  1. 심은하 said on 2015-01-30 at 오전 8:24

    자율, 내버려둠..맞아. 아주 중요하지만 어렵기도 하고..

    미국으로 가는거야?
    혹시 국제학교 보내?
    중국은 국제학교 자체도 넘 비싸지만 비싼건 둘째치고 동네가 대치동 뺨치는 극성동네라..ㅠ 유치원도 국제유치원이 극성 중국인이 많음.
    확실히 한국이나 중국엄마들은 강제적 학습이나 조기교육에 관심 많은 사람들이 보내는곳이 중국의 국제학교라서 분위기가 너무 드세~

    근데 난 지금 어린이집조차도 늦게 보내야하나 고민이야.
    아직 중국어를 못 알아들어서, 중국어에 좀 적응시킨 후 보내야할지 고민중..적응 방법은 돈이 좀 들더라도 잠깐씩 보낼수 있는 학원(미술이나 운동 등)을 다니게하거나 중국 도우미아줌마를 몇달 쓰거나..
    암것도 못 알아듣는 애를 무작정 얼집 보내는게 좋은건 아니겠지?
    아..남들 다 보낸다고 보내야할까?
    배우는건 없어도 상관 없는데 말귀 못알아듣고 한눈팔다가 다치거나 사고날까봐..ㅠ

  2. wisepaper said on 2015-01-30 at 오후 1:46

    ornus가 시애틀 아마존으로 가게 돼서 3월초에 시애틀로 이사 예정이거든요. 근데 아직 비자 서류도 다 못했어요. (미국애들 느려서;;;;;) 우리가 가기로 정한 동네도 사람들 말로는 교육열이 엄청난 동네라는데 제가 보기엔 한국 대치동하고는 영 딴판이에요. 운동 많이 시키고 캠프활동 다양하게 시키고 이런 교육열이더라구요.중국의 교육열은 잘 모르지만 왠지 한국의 대치동을 닮았을까봐 좀 걱정이긴 하네요. 블로그나 카페 같은 거 보면 한국의 조기교육 열심인 동네에선 초등학교 애가 대학원 GRE 문제같은 영어문제집을 풀던데, 전 아동학대라고 생각해요. 공부에 미리 질리고 번아웃된 애들은 나중에 호기심이 없어져서 장기적인 관점으론 좋지 않을텐데 싶어요.

    유라가 몇 살이죠? 저는 6세나 7세에 보내도 아무 상관 없다고 심지어 유치원 안 가고 초등 가도 아무 상관 없다고 생각해요. 저도 시애틀 가면 은율이 프리스쿨 당분간 안 보낼 거에요. 저랑 도서관, 미술관 다니면서 이런 저런 프로그램 듣게 하고 놀러 다니고 그러면 충분할 거 같아서요. 유라도 그렇게 하면 되지, 언니가 보내기 싫다는 생각이 들면 안 보내도 돼요. 단체생활 일찍 시작하는 거 아이한텐 결코 좋은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렇다고 단체생활 겁내할 것도 없구요. 대부분의 적응 잘 하는 애들은 또 잘 합니다)

    중국어가 걱정이라면 가끔씩 소소한 프로그램 (미술, 운동 등등) 듣게 하면서 가랑비에 옷 젖듯 언어에 익숙해지게 하면 될 거 같구요. 전 그보다 한국어 안 까먹고 한국에 있는 애들처럼 한국어가 성숙해지도록 만드는 게 더 어려운 과제 같아서 이 쪽으로 더 노력하려구요.

  3. 심은하 said on 2015-01-30 at 오후 11:20

    맞아맞아..맨 마지막줄. 그부분 나에게도 어려운 과제.

    암튼 너의 조언을 들으니 맘속의 짐이 조금이나마 덜어지는구나.
    너무 걱정을 몰아서 하진 않아야지.

    내 고민에 취해서 열음이 입학 축하말을 못했구나.
    입학 축하하고, 시애틀에서도 뭐든 잘 풀리길~!

  4. sunny said on 2015-01-30 at 오후 11:48

    언니 방명록은 아무것도 안뜨고 ㅜㅜ 글 남길곳이 없어요 ㅜ0ㅜ
    언니 외국가요?ㅜㅜ꼭 보고 싶었는데 ..ㅜㅜ
    애기들 엄청 컸네요! 울 딸랑구도 이제 21개월 ㅋㅋㅋ
    언니 진짜 우린 왜케 못봐요? ㅜㅜㅜㅜㅜㅜㅜㅜㅜ
    흑흑 ㅜㅜㅜㅜㅜㅜㅜ

  5. wisepaper said on 2015-01-31 at 오후 8:07

    심은하/ 네. 열음이 입학 축하해줘서 고마워요~ 유라 중국생활 이야기도 수다 좀 자주 떨러 오세요~ 애들 자라나는 얘기는 다 궁금해요. ㅎㅎ

    sunny/ 방명록 안 고쳐놔서 미안해 ㅠㅠ
    2월 13일 토요일 외삼촌 회갑기념 가족 식사해. 너두 와. 아마 다들 좋아하실 걸~~

  6. Glaukopis said on 2018-01-10 at 오전 9:49

    지난 여름에 겪은 일과 더불어 예술에 대해 공부할수록 엉뚱하게도 뇌과학과 언어학에 관심을 가지게 됬어요. (중간에 꿈 하나를 꿨는데 그 꿈을 꾸게 된 매커니즘이 궁금했던게 아마 기폭제이겠지만요.) 그래서 미학 오디세이 주문할 겸 뇌과학 관련 책 몇 권을 더 주문했는데 나중에 언니랑 이 주제에 대해서도 얘기해보고 싶어요!! 신기한건 언니 홈페이지는 진짜 그 어떤 커뮤니티보다 더 많이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고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는 공간 같아요.

  7. wisepaper said on 2018-01-10 at 오전 9:59

    뇌과학과 언어학에 대한 관심. 인문학 하다보면 또 저쪽으로 가게 되는 시기가 꼭 있는 거 같아. 너의 이 학구열을 따라가기가 힘들 정도로 정말 열정이 있네! 어쩌면 지금의 너한테 있는 이 열정이 너를 지금 이순간 살게 하는 원동력이지 않을까? 사실 우울 상태에 있을 때는 무기력해서 책 읽기도 어렵잖아. 내 홈페이지를 그렇게 생각해주다니 내가 2003년부터 15년 가까이 여기에 글을 쓰면서 홈피를 없애버릴까 하는 유혹에 시달릴 때도 많았는데 계속 유지한 보람이 있다. ㅎㅎㅎㅎ 자유로운 공간은 진짜 맞아. 그어떤 소리도 여기선 다 허용됨. 일단 나 자체가 난 스스로 나를 미친 사람이라고 생각하거든. 내가 하고싶은대로 살거야 난. ㅋㅋ 그렇기 때문에 미쳐 있는 남들도 쉽게 허용함

    • Glaukopis said on 2018-01-10 at 오전 11:09

      언니 홈피는 저 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들에게 빛나는 영감을 분명히 주고 있을거에요. 그리고 언니 혹시 이번 달 말 쯤에는 시간이 어떻게 되세요?

  8. wisepaper said on 2018-01-10 at 오전 11:16

    나 별일 없어.. 시간 괜찮아. 난 시간이 너무 많은 사람.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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