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이중섭

ornus가 돌아오자마자 광화문에서 비자 인터뷰 하고 우리가 좋아하는 경복궁 옆길을 걸었다.
(인터뷰는 몇 달 간 준비해간 서류가 무색하게 너무 아무것도 묻지 않고 끝나 허무했다-.-)

 

unnamed (2)

평소와 다른 복잡한 마음으로 경복궁 옆길을 손잡고 걸었다.

마침 우리가 좋아하는 현대화랑에서 <이중섭의 사랑, 가족>이란 이름으로 전시회 중.
수년 전, ornus가 취직하고 처음 맞는 여름휴가 때 ‘우리가 몰랐던 서울’이란
이름으로 서울 거리를 쏘다녔던 적이 있는데 그 때 리움에서 <이중섭, 그리움의 편린들>이란
전시회를 보고 가슴이 찌릿했던 기억에 좋은 마음으로 또 들어섰다.

가난과 난리통에 병마로 아내와 아이들을 일본에 떨어뜨려두고 그리움이 사무치는 하루하루를
그림으로 버텨냈고 어느 날 결국 영양실조와 간장염으로 사망한 무연고자, 이중섭.
아내와 아이들을 향한 극도로 절절한 연서들. 그리고 천진한 그림들.

이중섭과 아내와 아이들이 함께 살던 짧고 가난했던 시절, 그들이 누웠던 한 평 반 쯤도 안 돼 보이는
방과 편지들 앞에서 ornus가 먼저 훌쩍이고… 뒤따라 나오다 결국 나도 울었다.
가슴이 휑해지게 아파왔다.

“나는 당신이 보고 싶고,
당신의 멋진 모든 것을 꽉꽉 포옹해보고 싶소”

현실과 대비되는 맑고 따뜻하며 환상적인 상징으로 가득찬 그림들.
아마도 그의 가슴 속에 신기할 정도로 깊은 농도로 솟아나는 사랑과
열정, 흠모의 마음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세계였을 것이다.

“당신의 멋진 모든 것을 꽉꽉 포옹해보고 싶소”라는 구절 앞에서
자기 온힘을 다해 나의 모든 것을 끌어안아주고 쓰다듬어주는 ornus,
그리고 아이들의 생각이 밀려왔다 사라진다.

낯선 땅에 발붙여야 하는 지금의 이 시간들은 미래의 우리에게 어떤 그리운
편린들로 남을지..

 

unnamed

 

 

Comments on this post

No comments.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Trackbacks and Pingbacks on this post

No trackbacks.

TrackBack UR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