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뷰 첫 주 정리

3월 2일 월요일 낮에 시애틀에 도착했다.

출국하기 2주일 전쯤 ornus가 출장에서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비자 인터뷰하고 다음날부터 집을 비워줘야 했기 때문에 짐 중 일부는 빼고 일부는 컨테이너로 보내고 캐리어로 들고 갈 짐만 양해를 구하고 그대로 보관했다. ornus는 새로 이사온 사람들 집에 하숙하는 사람마냥;; 잠 잘 때만 집에 들어가며 서울에서 일처리하고 나와 아이들은 가평에서 보내다가 출국하는 당일 인천으로 갔다. 아무튼 복잡한 마지막 생활이었다. 공항에 아무도 나오지 말라고 했는데 결국 양가 부모님에 우리 이모, 사촌언니까지 출동하시고 출국장 들어가는데 우리엄마 울음 터뜨리셔서 은율이도 훌쩍이고 나도 훌쩍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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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고퀄리티;; 사진을 내가 찍었을 리는 없고 웹에서 긁어온 거;;)

시애틀 다운타운 오른쪽 워싱턴 호수 건너 도시, 벨뷰에 정착하기로 했다. 숲 속에 빌 딩 몇 개 지어놓은 것 같은 저 곳이 벨뷰 다운타운이고 우리집도 벨뷰 다운타운에 있는 고층 콘도다. 숲처럼 보이는 곳 안에 마을과 집들이 있어서 사진 속 대부분이 벨뷰에 속한다.

아이들이 없었다면 당연히 ornus 회사가 있는 시애틀 다운타운에 정착했겠지만(갈 데도 많고 놀거리도 많아 나라면 당연히 시애틀 다운타운이다ㅠ.ㅠ), 그런 도심 안에서 아이들을 키운다는 건 거의 있을 수 없는 일처럼 여겨지는 데다가;; 빽빽한 도심이니 아이들 놀 곳도 운동할 곳도 다양한 방과후 활동 같은 것도 할 곳이 없을테니, 생각 끝에 시애틀 인근에서 학군 좋고 아이들 키우기 좋은 곳으로 알려진 동네 중 하나인 벨뷰 다운타운에 집을 구했다. 학군이 좋다는 건 공립학교가 잘 돼 있다는 뜻도 되고 아이들이 뛰어놀며 운동하고 다양한 바깥활동을 할 만한 공간이 잘 갖춰져 있다는 뜻이라고 대충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우린 열음이가 워낙 운동을 좋아해서 이런 게 중요했다. 벨뷰 학군으로 검색해보니 미국 내 우수 중고교가 벨뷰에 여러 곳 있다는데 우리한테 그건 너무 먼 미래의 이야기고 일단 아이가 뛰어놀고 운동할 만한 공간이 많으면서 도심과 숲이 가까이에 있는 벨뷰가 제일 적당해보였다. 어린 시절은 여기서 보내고 나중엔 오히려 부담스러워 다른 데로 갈지도;;

집은 내가 몇 개월 전부터 계속 서핑한 끝에 리스트를 몇 개 골라놓고 ornus가 2월에 출장 갔을 때 계약해 놓고 왔다. 미국 내 신용점수(크레딧)가 있어야 집을 구할 수 있는데 우린 신용점수가 없어서 회사 서류 제시하고 몇 달 렌트비를 선불하는 조건으로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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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발코니에서 남서쪽으로 찍은 거.
오른쪽 끝에 멀리 보이는 곳이 시애틀 다운타운이고 ornus는 벨뷰에서 시애틀 다운타운까지 버스를 타고 다리를 건너 출퇴근하게 될 거다. 우리가 차를 두 대 살 형편이 아니어서 ornus가 버스 타기 쉬운 곳에 집을 구했다. 저 호숫가 바로 앞에 있는 단독주택들이 비싼 집들. 빌 게이츠도 저 호숫가에 산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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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한 첫 날 저녁. 내가 서울에서 1층에 살다가 거의 답답증에 걸릴 상황이어서 두 방향으로 탁 트인 큰 창을 가진 걸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집을 골랐다.  거실 오른쪽 주방과 다이닝룸까지 창이 탁 트여 있어서 창밖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이 치유된다. 석양을 바라보고 있으면 내가 이렇게 좋은 걸 보고 살아도 되나 싶어 미안하기까지 하다. 마냥 좋아하지 말라고, 길 건너 엄청난 큰 공사현장의 크레인이 명당 자리 딱 가려주시고 2년 후쯤이면 이 호수 풍경을 가리는 큰 아파트가 들어온단다;;

남쪽과 서쪽으로 창이 나 있어서 해가 있는 낮에 따뜻해서 겨울엔 좋은데 여름엔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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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동선이 효율적인 것보다 긴 복도나 쓸데 없이 숨어 있는 공간이 좋다.
거실 한쪽으로 꺾어 들어가면 나오는 구석진 공간. Den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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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구석진 공간을 어떻게 꾸밀지 생각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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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그래도 집이 텅텅 비어 있는데 벽난로 앞이 허전해서 이케아에서 1불씩 주고 산 색색 병들을 늘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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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인 없었을 때 거실에서 보이는 풍경.. ㅠ.ㅠ )
저기 앞에 공원엔 벌써 우리집 두 녀석들 출근해서 놀이터에서 엄청 뛰어댕기고 있다.
지금 원래는 우중충한 우기여야 하는데 우리가 도착한 이후 계속 해가 쨍쨍 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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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에서 오리한테 열심히 먹이 주고. 우리 사는 쌍둥이 건물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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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터만 있으면 우리집 애들은 만사형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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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팔 입고 다녀도 될 정도로 볕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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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애들은 개님을 정말 좋아한다. 겁 없이 안아주고 쓰다듬어 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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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아직 인터넷 설치를 안 해서 ornus 폰으로 찔끔찔끔 하다가 드디어 오늘 아파트 안에 있는 커뮤니티룸에서 맘껏 인터넷 하고 있다~~

우리 사는 곳은 정확히 말하면 아파트 아니고 콘도다. 아파트는 회사가 전문적으로 임대만 하는 곳, 콘도는 개별적으로 소유하고 있어서 개인이 임대를 하거나 직접 살거나 하는 곳을 말한다. 건물 안에 컨시어지, 커뮤니티 룸, 스터디룸, 작은 수영장, 운동시설, 파티룸, 영화감상실, 바베큐 공간 등등이 갖춰져 있는데 우리집만 그런 게 아니고 고층이든 저층이든 대부분의 콘도나 아파트가 기본적으로 이런 시설들이 있다. 아마도 그냥 여기 문화인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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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설산 레이니어. 남쪽 발코니 풍경. 집에서 가까운 열음이 학교도 저런 숲 속에 있어서 나 어릴 적 산골에 있던 학교 보는 것 같이 친근하다. 도심과 한적한 숲이 가까이 붙어 있다는 게 시애틀 사람들이 벨뷰에서 아이들을 키우기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할 것 같다.

 

집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공원, 도서관, 미술관, 쇼핑몰이 있다. 결국 언젠간 우리도 한적한 마을 속 단독주택에 살게 될 거 같으니 지금은 편리한 생활을 하고 싶어서 당분간 여기서 살 거 같다. 우중충한 우기 생각하고 왔는데 계속 화창한 날씨가 도와주고 있고 5일을 내내 생필품 사고 이런저런 일처리하러 돌아다녀야 했는데 아이들도 잘 놀고 잘 적응하고 있다.

 

 

Comments on this post

  1. 암헌 said on 2015-03-10 at 오전 3:06

    와! 정말 멋지다~ *.*

    • wisepaper said on 2015-03-10 at 오전 4:16

      출국전에 열음이 은율이가 예지네집 또 가자고 노랠르 불렀는데 가평 가서 두 집 살림하느라 못 보고 왔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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