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음이 첫 등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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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음이 학교는 저렇게 키카 큰 나무들 숲 속에 있다. 주변엔 한적한 주택가. 학교 건물도 우리 어렸을 때 산골에 있던 시골 분교 같은 소박하고 친근한 느낌이고 농구, 축구, 테니스 등등 운동할 수 있는 나지막한 건물들이 옆에 붙어 있다.

그동안 학교에 첫방문할 때나 학교에서 제시하라는 서류를 받아서 제출하러 가는 날이나 언제부터 다닐지 상담하러 갈 때는 내가 같이 갔었는데, 열음이가 처음으로 수업하러 가는 날은 아침에 ornus가 출근하는 길에 데려갔다. 열음이가 엄마 아빠랑 떨어져서 낯선 곳에 처음 들어가는 날이라 살짝 긴장했는데 열음이 인사하자마자 반친구들이 쪼르르 달려와 신나서 인사하고 빙 둘러서서 너무나 환영해줘서 애가 맘이 풀어지기 시작했다고. 한 반에 열다섯명 정도 된다는데 남자애들이 더 많고 하는 짓들이 넘 웃기고 귀엽다고. 한 중국아이는 뜬금없이 ornus에게 다가와서 “나는 중국어를 할 줄 아는데 얘는 무슨 말을 할 줄 아나요? @.@” 하고 해맑게 물어보고 그랬다고.

내가 우리집 거주지와 학교보낼 동네를 선정할 때 가장 신경썼던 기준은 ‘다양성’이었다. 다양한 인종이 사는 곳(동양인 포함),그 다은은 학교가 학습적인 부분뿐 아니라 운동, 놀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는 곳. 한국인들 중 일부러 백인들만 많이 사는 동네를 선호하고 아시안들이 있는 동네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꽤 있는데, 나는 한국인인 우리 아이들이 자기 정체성을 건강하게 형성하려면 아시안이 많이 사는 동네가 더 좋다고 생각한다. 이 주변에 마이크로소프트나 아마존, 익스피디아 외에도 스타트업도 많고 IT 기업들이 꽤 많아서 인도, 중국, 한국 등 아시안들이 많이 산다. 그래서 우리도 인종적 다양성이 맘에 들어 일부러 이 동네를 골랐고 학교에도 한국친구들이 많을 거라고 안심시키고 보냈는데, 열음이 반에는 한국 아이가 한 명도 없고 2학년에 한국 여자아이가 하나 있어서 멘토 겸 소개시켜줬다. 미국에서 태어났는지 한국말이 열음이처럼 유창하지는 않고 조금씩 하는 정도지만 열음이에게 도움을 줄 거라고. 열음이는 한국에서 유치원만 졸업하고 왔는데 미국 1학년 1학기가 이미 작년 9월에 시작했기 때문에 지금은 1학년 2학기 중간이다. 우리도 9월에 오려고 했었는데 어찌하다보니 3월에 오게 됐다. 열음이의 초등학교 1학년 1학기는 존재하지 않는 시기처럼 사라진 셈이다. 그래서 좀 안타깝다.

모든 것이 낯설지만 특히 언어에서 오는 어려움이 열음이에게 어떻게 느껴질지. 언젠가 석지영 교수 책을 읽은 적이 있었는데 석지영씨도 한국에서 유치원을 졸업하고 열음이와 같은 나이(만 6세)에 처음 미국으로 왔단다. 1년 가까이 친구들과 선생님의 모든 말이 웅얼거리는 모호한 소리로 들려오던 시기의 고독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고. 근데 어느 순간 그 모호함이 뚜렷함으로 바뀌고 선명하게 들려오는 날이 온다고. 그 때의 성취감이 다른 공부를 할 때도 영향을 끼쳤다며. 피아노나 발레나 법학을 처음 배울 때도 그 모호함들이 쌓여서 어느 순간 뚜렷하게 다가온다는 확신이 생겼다고. 우리 열음이에게도 한동안 이 상황이 어렵게 다가오겠지만 이 경험이 다른 순간에도 영향을 끼치는 힘이 되는 경험이 되었으면 좋겠다. 열음아 힘내자. 나 또한 새로운 세상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면서 내 감각의 새로운 부분이 건드려질 것을 기대하고 있다.

+ ESL은 벨뷰 스쿨 디스트릭트에 속하는 몇몇 학교에서 열음이 학교에 모여서 함께 하루에 두 시간 정도 듣게 될 거 같다.

+ 점심은 한국처럼 무상급식이면 좋겠는데, 우리가 계좌를 열어두면 아이가 학교에서 자기 계좌를 부여받고 핀넘버를 지정해서 일정금액을 지불하고 사먹는 방식. 도시락을 싸 오는 아이도 많다고. 간식으로 먹을 간단한 과일, 스낵은 항상 챙겨보내야 한다.

+ 수요일은 무조건 12시에 끝난다-.-

+ 아침에 집 앞으로 스쿨버스가 오고 돌아올 때도 스쿨버스로 하교한다.

+ 방과후 프로그램은 드라마, 미술, 체스, 가라데, 퍼즐, 컴퓨터수업 등등이 있고 스포츠는 동네 커뮤니티 프로그램이나 사설 프로그램으로 보통 많이들 시킨다고. 지켜보면 열음이가 본능적으로 좋아하는 분야는 만들기나 실험, 운동이다. 특히 운동에서 집념이 강하기 때문에 좋은 활동을 꼭 찾았으면 좋겠다.

+ 여름방학이 6월부터 거의 세 달이고 여름은 시애틀 날씨가 완전 환상적이기 때문에 각종 여름 캠프 프로그램들이 많다. 벌써부터 다양한 프로그램을 등록하라는 전단지가 학교 곳곳에 배치되어 있어서 들고 왔다. 열음이가 좋아할 만한 것들로 적절하게 해야지. 이것도 다 돈이라서 비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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