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성

생각해보면 ornus가 미국인인 것도 아니고 그냥 혼자 일하는 개발자도 아니고 항상 엔터프라이즈 고객을 상대해야 하는 일인데 언어가 네이티브인 것도 아니고 실력을 봐도 실력 있는 사람이야 여기 현지에도 있을텐데, 굳이 한국에서 시애틀로 오게 된 게 언뜻 생각하면 왜지? 싶다. 그런데 우리가 relocation 작업을 진행할 때 ornus의 보스나 회사에서 했던 말은 “네가 오게 되면 우리팀의 다양성에 기여할 수 있다. 다양성은 우리한테 아주 중요한 가치다.”  내용이었다. ornus의 회사만 봐도 전형적인 WASP 백인보다 다른 인종이 훨씬 많다고 한다.

다양성에 대한 이들의 시각을 이 나라의 태생적 특성에 빗대 이들의 생존 자구책이다 시니컬하게 바라볼 만한 이유도 있긴 하겠지만, 어찌됐든 이 나라에서 소수인종일 수밖에 없는 우리는 말로만이 아니라 정책적으로도 다양성을 확보하려는 노력과 인식이 기본적인 나라라는 게 힘이 될 수밖에 없다. (대학입시에서도 인종적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소수인종을 우대하는데 아시안은 오히려 불리하다고. 왜냐면 아시안끼리 경쟁해야 하는데 전체 인구에서 아시안이 공부 잘하는 비율이 월등하기 때문에 아시안에게는 인종적 균형을 맞추려는 정책 때문에 오히려 억울한 일이 생기는 거다)

하다못해 어린 아가들 들어가는 데이케어나 프리스쿨 같은 데도 인기 있는 데는 한국처럼 대기자가 많은데 가장 우선적 선별조건이  소수자거나 특수한 가정상황이기 때문에, 미드 <모던패밀리>에 보면 주인공 게이커플이 동양계 아이를 입양해서 키우다가 인기 높은 프리스쿨에 보내려는데 “우리는 특수 조건들이 낭낭하니 일빠로 들어갈 수 있을거야!” 자신감 넘치다가 입학상담실에서 ‘입양한 아이를 데리고 휠체어를 타고 온 장애인 레즈비언 커플’을 만나 프리스쿨 입성에 실패하고 마는ㅠ.ㅠ 우스개 섞인 에피소드가 있다.

이번주 일주일간 열음이 학교에서는 ‘multicultural week’이라 해서 이 초등학교에 다니는 모든 아이들의 뿌리가 되는 나라의 문화를 공부하고 다양한 음식을 먹어보고 가족들을 초대해서 여러 나라의 문화를 접하는 축제가 진행되고 있다. 우리도 내일밤에는 온가족이 여기 참석해야 한다. 한국 부스도 있는데 우린 처음이라 아무것도 도움을 못 줬지만, 학부모들이 자원봉사로 참여해서 음식도 만들고 데코레이션도 하고 그러나보다. 올해는 눈치를 보고 내년부턴 우리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오늘낮에도 축제의 일환으로 아이들의 준비한 연주회가 있어서 또 온가족이 학교에 갈건데, 열음이는 온 지 얼마 안 돼서 다룰 줄 아는 악기가 없는데도 무슨 북을 치라고 해서 하나 맡아서 연습하고 있다;; 열음이왈, 박자맞추기가 힘들다며ㅠ.ㅠ

(또 헛소린데, 집에서 클래식 음악을 틀어놓고 듣다가 아이들한테 “너희도 악기 배울래? 바이올린이나 피아노, 아님 클라리넷?” 물어보니 열음이가 “엄마 나는 다른 악기는 싫고 피리 불고 싶어” 이러는 거다. “응? 열음이는 관악기가 하고 싶구나! @.@” 했더니, “나는 피리를 불어서 뱀을 불러낼거야.”.. 아……)

기승전뱀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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