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회 겸 학교 방문

아이들이 직접 연주하는 작은 음악회가 있어서 온가족이 낮에 학교에 다녀왔다. 열음이는 여기 온 지 며칠 안 됐는데도 뒤에서 북을 치라고 해서 맨 뒤에 있었다.  30분 정도의 발표시간 동안 북을 치는 횟수가 아주 적기 때문에ㅋㅋ 뒤에 가만히 서 있어야 했는데 너무너무 지루했던지 옆에 있던 친구와 계속 소근소근 수다를 떨고 장난을 치고 있는 거였다. 발표시간인데 왜 장난을 치지? 한편으로 걱정되면서도 한편으론 들어온 지 며칠 안 된 녀석이 친구랑 스스럼없이 장난을 치고 있다는 건 잘 적응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해서 안심이 되기도 했다-.-

연주회가 끝나고 대부분의 학부모들이 돌아간 후 방과후 프로그램을 하는 일부 아이들만 남아 있었는데 우린 열음이와 함께 학교 곳곳을 구경했다. 그러던 중 특별하게 다가왔던 점은, 열음이를 만나는 아이들마다 “열음! 열음아 여기서 뭐하니?” “열음이다. 열음이한테 말하러 가자!” “열음아 여기서 놀자” 하며 꼭 말을 건다는 점이었다. 나한테도 “안녕하세요. 저는 열음이랑 친구에요!” 하며 인사한다. 멀리서도 열음이를 발견하면 아이들이 꼭 뛰어와서 아는체를 하고 돌아갔다. 어른도 새로온 직원이나 동료가 있을 때 특별히 노력하지 않으면 이렇게 챙기기가 쉽지 않은데 이 아이들에게 특별히 ‘환대의 능력’이 있다고 여겨질 만큼 따뜻하게 새로 온 친구를 챙긴다는 게 보여 신기하기도 하고 살짝 뭉클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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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의 1층 건물이 젤 앞에 있는 건물인데 나 어릴 때 산골에 있던 학교 보는 것처럼 소박하고 친근하고 분교 같은 느낌이다. 스쿨버스는 탱크를 만드는 재질로 만들었다는데, 액션 영화에서 위험 상황에 주인공들이 스쿨버스를 타고 도망가는 이유란다. <다크나이트>에서 조커가 스쿨버스를 타고 은행문을 부숴버리는 장면이 탄생한 것도 그 이유. 스쿨버스가 도로를 지나갈 때는 모든 차들이 서행하고, 2차선 도로에서 스쿨버스가 정차하면 같은 방향의 차들만 멈추는 것이 아니라 반대 차선의 차들도 무조건 정차한다. 중앙분리대가 있는 4차선 이상의 도로에서는 같은 방향의 차들만 정차한다. 스쿨버스가 서면서 앞으로 안전바가 나오기 때문에 아이가 차 앞으로 걸어가거나 길을 건너갈 수도 없다. 이해가 안 가는 건 안전벨트가 없는데, 워낙 어떤 차랑 부딪쳐도 찌그러짐이 없고 차들이 운전할 때 스쿨버스가 나타나면 굉장히 안전운전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사고확률이 낮은데, 불가피한 사고시(물에 빠질 경우나 불이 났을 때) 안전벨트 때문에 오히려 아이들의 탈출이 쉽지 않다고 보기 때문에 안전벨트 설치에 대한 논란이 많다고 한다. 좌석을 높이고 내부 쿠션을 잘 만들었다고 하는데, 그래도 벨트는 필요없는 걸까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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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가는 열음. 겉에서 보면 참 낡고 오래된 분교 같은 소박한 건물인데 안에 구석구석 숨은 게 많다. 실내 체육관이나 실외 농구장 같은 시설. 열음이가 어떻게 친구나 형,누나들과 노는지 멀리서 지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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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후 프로그램으로 학교에 남아 있는 아이들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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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여자애는 모나라는 같은 반 친군데, 열음이한테 아주 살갑게 말 걸어주고 함께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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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한쪽 구석 놀이터에서. 보통 놀이터 바닥은 마른 나무껍질 조각들로 덮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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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장이 학교 건물 뒤에 숨겨져 있었다; 뛰어가는 은율.
키 큰 나무가 학교운동장을 둘러싸고 있는 풍경은 나 어릴 때 다니던 학교랑 똑같아서(저렇게 나무가 크진 않았지만;) 향수를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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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장 한 쪽에 있는 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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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큰 개를 열음이도 은율이도 아주 좋아한다. 동네 아저씨가 데리고 나오셨는데 공던져주기 놀이를 하고 있다. 열음이가 준비하는 동안 신나게 기다리는 이뿐 개님.

IMG_9676너무 기대에 차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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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워서 옷 벗고 또 한바탕 두 시간 넘게 놀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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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가기 전. 형 학교에 놀러간다고 들떠서 복도를 나서는 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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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물병을 갖고 나가는데 물 담으려고 커뮤니티룸 앞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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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우편함 확인하는 동안 빼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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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다녀와서 다운타운에서 식사를 했다. 여기가 그나마 벨뷰 다운타운에서 젤 유동인구가 많은 번화가;; 벨뷰스퀘어 앞인데 참 사람 없다. 한가한 편. 벨뷰미술관 뒤로 보이는 게 집이라서 우린 걸어서 번화가(참;;)도 놀러오고, 공원이나 마트도 가깝고 또 열음이 학교가 있는 숲같은 한적한 동네도 가까워서 여러모로 편리하다. 이 생활에 익숙해지면 다운타운 떠나 주택가로 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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