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아이돌이라는 상품.. 현재, 시간

(본인이 작사작곡한 노래 부르면서 또 눈물이 그렁그렁한 우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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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은 왜 자꾸 나올까. 대중들이 볼 때는 이 팀이 저 팀 같고 저 애가 이 애 같고 헷갈리는데 저렇게 투자해서 본전을 뽑을 수나 있을까 싶을 정돈데.

아이돌은, 특히 남자아이돌은 대중 장사를 하는 게 아니다. 남자 아이돌을 기획하는 회사의 최대목표는 팬덤 확보고, 매번 새 앨범을 낼 때마다 그 팬덤의 외연이 아주 조금씩이라도 커지기를 바라는 게 아마 그나마 확장된 목표일 거다. 언젠가 박진영(나 요즘 박진영 새앨범 기대하고 있음. ㅎㅎ)의 말을 들어보니, 수지가 아무리 대중적으로 인지도가 높고 씨에프를 수십개씩 찍어도 투피엠이 해외공연 투어하면서 벌어들이는 수익이 JYP의 가장 압도적인 수익원이라고. 여자아이돌의 상황은 좀 열악해서 여자아이돌은 대중적으로 떠도 팬덤이 탄탄하지가 못하기 때문에 그나마 어떤 방송이든 예능에서든 기회를 잡았을 때 대중적인 인지도를 높여서 개인활동을 한다든지 씨에프를 찍는다든지 하는 게 최선이고, 그게 오랫동안 수익으로 연결될지는 미지수라고. 남자아이돌 중에서도 팀으로 활동할 때는 팬덤이 약한데 멤버 개인이 드라마를 찍거나 해서 개인 인기가 높아진 그룹들도 있는데, 그게 그 개인한테는 좋을지 몰라도 회사 입장에서는 오래 가는 안정적 수입원은 못 된다. 오히려 대중들이 볼 때는 뭐하는지도 모르는 남자아이돌 그룹이 팬덤 상대로 공연투어하면서 벌어들이는 수익이 가장 안정적이다.

연예기획사한테 남자아이돌은 일단 한번 뜨기만 하면 그 기획사의 가장 확실한 수익원이 된다. 그래서 기획사마다 가장 사활을 거는 건 대표 남자아이돌을 띄우는 거다. 아이돌도 이제 끝물이다, 힘들다 어쩐다 할 때 열악한 중소기획사에서 나온 ‘인피니트’가 빵 떴다. 대형기획사는 얘기가 다른데, 대형기획사라면 일단 그 기획사가 사활을 걸고 띄우기로 한 남자아이돌은 뜬다. 물론 매력도 작용하겠지만 자본 공세하고 물량공세가 들어가고 일단 그 기획사 자체의 팬덤이 있다. 그래서 인피니트는 중소기획사들이 아이돌 레드오션인 가요시장에서도 실낱같은 희망을 갖고 기적을 바라보게 하는 원천이라 한다;

소수의 매니아를 상대로 하는 고급사양 오디오 시장이라든지 자동차 시장도 비슷하다. 이런 제품들은 대중들한테 소구하는 게 아니라 매니아 상대로 제품 사양을 기획하고 그 제품 이외에 아주 세세한 악세사리 판매로 수익을 벌어들인다. 남자아이돌도 마찬가지다. 일단 가장 큰 건 공연수익이고 그 다음은 공연장에서 판매하는 아주 세세한 상품들, 악세사리들, 그리고 공연관련 DVD, 메이킹 필름 등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이 상당하다. 다행인 건 팬 입장에서도 내 가수가 예능이나 씨에프로 돈 벌어들이는 거보다 공연 많이 하는 게 좋다. 공연장에서 노래하고 춤추고 몰두하는 그 보습 때문에 팬 된 거라서; 어찌됐든 그래서 기획사가 팬 심리 모르면 오래 못 간다. 특히 소형기획사일수록. 기획자가 스스로 그 남자아이돌의 덕후가 되어야 덕후마음으로 기획하는 거다. 굉장한 애정을 갖고 이 남자애들을 팬 마인드로 바라보아야 셀링 포인트가 보이는 거다;;

아무튼, 아이돌 본인들도 고민이 많을 거다. 기획사의 ‘상품’과 ‘뮤지션’ 사이. ‘상품’과 ‘인간’ 사이.  ‘아이돌’과 ‘남자’ 사이. 그리고 이십대 초중반 몇 년 동안이 자신들의 몸값이 가장 높을 때기 때문에 그 때 최대한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는 절박감 등등.  전세보증금 빼서 노래 연습 춤연습 죽어라 시키고 사장 본인을 오그라들게 하지 않는 좋은 음악 받아오는 게 최대 목표였던 ‘아이돌을 한 번도 키워보지 못한 기획사’, 울림은 거의 항상 절박해보인다. 특히 멤버들이 더더욱. 난 인피니트 애들이 대형기획사에서 데뷔한 강남아이들이 아니라 강북아이들같은 정서가 있어서 좋다. 물론 강남, 강북은 문자 그대로 하는 말이 아니라 상징적으로 하는 말이다.(근데 실제로 우현이는 강북 수유리 출신 ㅎㅎ) 안 그래도 대기업이 다 해먹고 재벌이 대대로 해먹고 재벌 3세가 시장골목까지 진출해서 빼먹는 미친 사회에서 진짜  누추한 지하실에서 춤연습하던 가난한 집안의 아이들도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데 감정이입이 되기도 하고.

울림 사장이 다른 것보다 음악 자체에 집중한 전략을 잘 짜기도 했고, 또 하나는 얘네들만 나오는 케이블 리얼리티에서 진짜 더러운 방과 그 속에서 자기 본래 성격 그대로 좌충우돌하는 남자애들 모습을 보여준 게 잘 먹혔다. 지들끼리 풀어놓으면 애들이 정말 깨알같이 웃기고 진솔해도 너무 진솔해. 이렇게 소박할 수가 있나 싶던 애들이 이제 돈 벌어서 차도 사고 집도 사고 월드투어도 하고 그러는 걸 보면서 팬들도 ‘소년 혹은 청년들의 성장 드라마’를 공유하는 것이다.

우현일 보면 항상 지극정성이다. 가끔은 아 우리 아들들도 저렇게 성실한 애로 자라면 정말 보기 좋겠다 싶을 때도 있다. 아.. 남친 생각할 땐 아들 생각 나면 안되는데-.- 저렇게까지 안 해도 되는데 싶은 상황에서조차 지극정성이다. 카메라 안 돌아가는 구석에 있을 때 춤 출 때 몸짓이나 표정, 자세 같은 것도. 그리고 팬들 향해 작사작곡한 노래를 만들어내는 것도. 공연장에서 팬들한테 하는 것도. 해외공연 투어까지 공연을 그렇게나 많이 한 애가 항상 공연장에서 마지막 곡 할 때 눈물이 그렁그렁한다. 팔짱 끼고 냉소적으로 보려면 볼 수 있겠지만 평소 인터뷰에서 “나는 우리들의 인기가 영원하지 않다는 걸 안다. 언젠가 나와 팬들의 인연은 다할 것이다. 우리가 다시 공연장에 서지 못하고 우리가 다시 만나지 못할 날이 올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한테는 현재가 가장 소중하다. 최대한 지금 현재 이순간 팬들과 열정적으로 모든 것을 나누고 싶다”는 뉘앙스로 말할 때 뭐랄까 냉소를 놔버렸다. 이뿌다. 어떻게 내가 수십년 동안 고뇌하고 고민해서 얻어낸 ‘현재’에 대한 철학을 너는 그렇게 빨리 알았니. 기특하다. 내게도 현재가 가장 소중하다. 내가 현재를 살면서 얻어내는 생기가 내 인생을, 그리고 내 옆의 가족을 생기있게 한다. 그래서 미래도 과거도 현재를 잡아먹으면 안 된다.

저 공연장에서 저렇게 자신의 남자아이돌을 향해 “사랑해 사랑해”를 외치는 사람들이 의외로 주고딩 소녀들이 아니라 사회에 나가면 회사에서 대리님이고 과장님이고 20,30대 이상이 많다.그러니까 세상물정 다 알고 산전수전 다 겪어서 순수하기 힘든 사람들이란 말이다. (현실에선 이들이 아이돌팬인 줄 아무도 모른다. 철저하게 일반인 코스프레를 하니까. 사람들이 아이돌에 갖는 편견 때문에. 나는 뭐 안방에서 좋아하는 안방팬인 주제에 코스프레하고 싶지도 않고 그냥 솔직한 게 좋다;;) 난 이 사람들이 순수하게 누군가를 향해 좋다고 말하고 이로부터 삶의 에너지를 얻는 모습이,  ‘좋아하는 게 없이 철이 든 채로 나이들어가는 사람들’보단 안심이 된다. 좋아하는 대상은 뭐라도 상관 없다. 들꽃일 수도 있고 유리병일수도 있고 소설일 수도 있고 만화일 수도 있고 노래일 수도 있고 누구라도 상관 없다.

좀 철학적으로 말하자면; 삶은 바쁘든 안 바쁘든 무엇이든 그 상태가 한 번 반복되면 끊임없는 권태의 연속이다. 바쁜 것도 반복되면 그것 자체가 권태가 된다. 권태의 시간들은 의미없이 흘러간다. 우리가 무언가를 좋아할 때만이 ‘시간’이라는 걸 쪼갤 수 있다. 그 때 우리가 체험하는 시간은 그냥 그저 그런 시간이 아니라 아주 미세한 세포처럼 쪼개지는 황홀경 같은 시간이다. 저 공연장에서 사랑해를 외치고 있는 사람들은 시간의 마법을 체험하는 사람들이다. 이 시간의 마법을 경험하게 해 주는 존재는 무엇이라도 내게 소중하다. (그리고 우현아 너무 절박해하지마. 난 누굴 한 번 좋아했다 하면 적어도 20년 이상은 가는 질긴 사람이에요. 앞으로 20년은 간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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