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듣는 것처럼 보여도 다 듣는 아이들

1.
화날 때 열음이가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엄마 아빠 나빠~ “ 이 말이다.
우리가 뭘 못하게 하면 저렇게 반응하는 거다.

소스류를 좋아하는 열음, 오늘 아침에 김을 구워서 간장에 물을 살짝 타서 줬더니 밥을 싸서 간장을 찍어먹다 못해 마시려고 한다.
그래서 그러면 안 된다고 했더니 “엄마 나빠!! 간장도 못 먹게 하고!!”
“열음아, 간장을 너무 많이 먹으면 아파져. 열음이 몸 속에 신장이라는 기관이 있는데 거기에 병균이 생기고 아파질거야. 조금만 먹어야 돼” 하고 타일렀다.
타이르는 와중에도 울면서 엄마 나쁘다고..

열음이랑 은율이를 방에 두고 그대로 잠깐 주방으로 갔는데, 소리가 나서 달려가보니 은율이가 간장을 마시려고 하고 있다. 형이 먹는 걸 보고 궁금했나보다.
은율이를 저지하며 열음이왈..”안 돼 은율아~~ 간장을 많이 먹으면 아프다구우~~ 우리 몸 속에 기계같은 거 잘못된다구~~~” ㅋㅋㅋㅋ

안 듣는 거 같아도 다 듣는다.

한번은 자기 전에 열음이한테 “요즘 열음이가 엄마 나쁘다고 자꾸 그래서 엄마가 속상해..  엄마가 정말 나빠? 열음아 다른 말로 하면 안 될까..?” 그랬더니,
“엄마.. 엄마가 진짜 나빠서 그런게 아니에요.. 우리 아이들은 화가 나면 그런 말밖에 할 수가 없어요. 그런 말 하는 건 너무 쉬워. 다른 말은 생각이 안났어요”
정확히 이렇게 말해서 들으면서도 믿기지 않아 깜짝놀랐다..@.@ 그렇다. 아이들은 성인이 아니기 때문에 자신의 화난 감정을 논리적으로 설명할 길이 없으니 저렇게 단순하고 극단적으로 말하는 것뿐이다.
이 때 화난다고 우리가 그 말을 막아버리면, 아이들도 그 화를 풀지 못해 점점 문제가 커질지도 모른다.

2.
ornus 랑 영화 <인어베러월드>를 봤다. 아이들이 나온다. 왕따,  폭력, 용서, 희망에 대한.
어찌해도 존재하는 세상의 지긋지긋한 폭력의 연쇄고리 앞에서 희망은 있을까. 용서보다 차라리 폭력의 되물림을, 혹은 무기력을 택하는 게 쉬울 수도 있다. 그래도 역시 우리는 용서를 통해 희망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나는 남자애들을 기르기 때문에 더 노력해야 한다.
남자아이들이 밖에서 일을 저지르려면 훨씬 더 폭력적일 수 있고 충동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를 쓰고 열음이, 은율이에게 공감능력을 가르치고 있다. 다른 사람의 아픔을 공감하고 가늠할 줄 알았으면 좋겠다.

“이렇게 하면 다른 사람이 아파.. 저 사람이 힘들고 속상하겠지”?”
“밤에 뛰면 안 돼. 아래 사는 아줌마 아저씨가 시끄러워서 힘들어지잖아.”
“무슨 일이 있어도 다른 사람을 때리는 건 안 돼.. 맞아서 아픈 사람이 또 때리고 또 때리고 그러면 결국 모두가 아파질거야”
등등…

아이들이 밖에서 피해자가 되는 것도 맘 아프겠지만, 가해자가 되는 건 더 아찔한 일이다.
나는 그게 더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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