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nus의 게시판은 그동안 왜 문을 닫았는가

무심코 홈피 게시판을 들여다보다 깜짝 놀랐다.

ornus의 이 게시판 – “일하며 공부하며”은 2008년 여름을 끝으로 글이 올라오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2008년 여름부터 우리는 부모가 된 것이다!!

갑자기 가슴 한 쪽이 시큰해졌다.
ornus는 아빠가 된 이후 이 게시판에 글 한 줄 쓰지 못하고 살고 있는 것이다.
물론 아빠가 되었다고 해서 ornus가 일을 안 한 것도 아니고 공부를 안 한 것도 아니다.

아빠가 된 이후에도 ornus는 계속 일을 하며 살고 있고
본인이 원하는 부서로 이동하기 위해 노력한 끝에 결국 부서이동을 해서 원하던 일을 하고 있고
집에서 애들 재운 후에 책상 앞에 앉아 고개를 떨구며 졸더라도 항상 책을 붙들고 읽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일을 하고 산다고 해도 이를 홈피에 몇 줄 글로 쓴다는 것은 또다른 잉여력 요구하는데
ornus는 2008년 여름 이후로 그런 종류의 잉여력을 한 번도 다시 소유하지 못한 것이다.

그리하여 나는 ornus가 다시 짧게라도 이 게시판에 글쓰기가 가능한 여유를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다른 집은 애 때문에 고생하는 애엄마를 위해 가끔 남편들이 나서는 형국인데 우리집은 내가 나서는 게 공정한 것 같다.
이것은 그동안 ornus가 애아빠로 남편으로 보통의 애엄마들 이상으로 쉴틈없이 살아왔다는 것을 반증한다-.-

거창한 대책은 없지만 평일 밤에 일찍 잘 수 있도록 배려해서 새벽에 일어나게끔 도와주고
주말 이틀간 아침에 네 시간씩 카페에 가거나 회사에서 개인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정했다. 
주말이 보통 애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하는 때이므로 되도록 그 시간을 줄이지 않기 위해,
 본인이 애들 자는 시간 – 새벽부터 아침까지 – 에 네 시간만 회사에서 공부하다 오겠다고 한다.

집에서 보내는 자신의 시간의 99퍼센트를 집안일과 육아에 쓰고 살아온 ornus님!
아주 편안히 쉬는 건 두 아들래미들 덕에 불가능하지만
가능한 여력 안에서 이제 자기시간을 갖기도 하고 쉬기도 하며 사시길 바랍니닭! 

그리하여 이 게시판에 다시 글이 올아올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

…….
(내가 이렇게 쓰면 글을 안 올릴 수가 없을 것이야. 그럴 것이야.)

Comments on this post

  1. ornus said on 2011-02-15 at 오후 6:52

    아아, 글고보니까 정말로 열음이 태어난 후로 글을 안 썼구나..

  2. a said on 2011-02-17 at 오후 12:40

    이런 답답한 사람을 봤나. 잉여력이 어디 만들어내는 것이던가. 그냥 포기하고 원래대로 열심히 살게나. 잉여력이란 것은 모름지기 시간이 허하면 스스로 생성되는 것일세.

  3. wisepaper said on 2011-02-17 at 오후 4:50

    그러게나 말입니다. 잉여력을 소유하기 위해 시간을 쪼개고 있는 아이러니라니.

  4. a said on 2011-02-17 at 오후 6:32

    오군은 열음군에게 자제력을 가르쳐야겠네… 아빠가 옆에 있어도 아빠를 찾지 않는 자제력. ㅋㅋㅋ 그러고 보니 다큐프라임에선가, 2살짜리 아이들 상대로 실험하는 거 봤나? 엄마는 옆에서 책만 읽고 있을 때, 박스테이프로 칭칭 감아놓은 과자봉지를 두고 아이가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열어달라고 떼쓰는 애들(내가 아는 보통 애들은 다 이러던데), 책 다 읽고 열어주세요 하고 참는 애들(오 감탄했어), 저 혼자 낑낑거리고 기어이 열어서는 엄마도 드실래요? 하고 권하는 아이. (요 마지막 애는 나도 갖고 싶더라 ㅎㅎ)

  5. ornus said on 2011-02-17 at 오후 7:42

    호오, 그 실험 열음이에게 해 보면 어떨지 궁금한데요?

  6. ornus said on 2011-02-17 at 오후 7:43

    a 누님 말이 정답이에요, 과연 잉여력은 언제쯤 찾아올지..

  7. wisepaper said on 2011-02-18 at 오전 9:33

    근데 사실 대부분의 가정에서 애가 엄마나 혹은 아빠에게 놀아달라고 요구하지 않고 그냥 엄마 아빠 하는데로 놔두는 경우는, 대부분 평소에 잘 안놀아주는 게 습관돼서 그런 경우가 많아요. ㅎㅎ 그냥 평소에 아이를 귀찮게 생각하는 부모한테는 아이도 놀아달라고 요구하지 않거든요. 아이도 알아요 자기랑 진심으로 잘 놀아주는 사람이 누군지.

  8. ornus said on 2011-02-18 at 오후 1:06

    아, 결국 다시 육아를 주제로 대화가 진행이..

  9. a said on 2011-02-18 at 오후 2:00

    82의 남편 자랑글 보니까 퇴근 후 둘이 같이 후다닥 살림 해치우고 애랑 놀아주다가 10시에 애 재우고 12시까지 두 시간은 둘만의 혹은 각자의 시간을 갖는다던데. 기모군도 거의 11시 이후에 포스팅이 올라오고. 한쪽의 희생 없이 같이 가는 방법이 있을지도 몰라요. (혹은 그 사람들은 에너지가 넘치는 건가;;;)

  10. wisepaper said on 2011-02-18 at 오후 2:26

    크하핳 세상에! 결론이 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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