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 카페인

 

음악 : 못(mot), 카페인

그 자리에 앉아 낙서를 했지
종이 위에 순서 없이 흘린 말들이
네가 되는 것을 보았지
네가 되는 것을 보았지

숨을 참아 보다가 눈을 감았다가
또 손목을 짚어도 내 심장은 무심히
카페인을 흘리우고 있었지
카페인을 흘리우고 있었지

늘 깨어 있고만 싶어
모든 중력을 거슬러
날 더 괴롭히고 싶어
더 많은 허전함을 내게

하루는 그리 길지도 않고
지루하다 할 것도 없는데
난 더 이상 기다리지도 않는데
난 더 이상 기다리지도 않는데


록밴드들이 일반적으로 기계음을 멀리하는데 반해, 공학도 출신의 2인조 밴드 MOT는 기계를 능수능란하게 다룬다. 하지만 차가운 기계음은 이들의 음악적 감성과 묘한 상승작용을 일으키면서 MOT만의 독특한 정서를 만들어낸다.
우울하지만 청승맞지 않은 쿨한 느낌. 이들의 음악은 연못의 못에서 따온 그룹 이름처럼,
출렁이면서도 시원하게 흐르지 못하는 슬픈 정체성의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듯하다.

국내 대중음악계에 모처럼 새로운 음악을 들고 나온 MOT의 멤버는
연세대 전파공학과를 졸업한 이언(1978년생)과 서울대 컴퓨터공학과에 재학중인 지이(Z.EE)(1980년생).
전자음의 반복이 주는 중독성,안으로 침잠하는 우울함이 음악 사이를 부유하고 있다. “단순히 장르를 섞기보다는 시너지를 일으키는 지점을 탐사하고 싶었다. ”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그래서 이들은 자신의 음악을 특정 장르로 규정짓는 것을 싫어한다.  앨범 제목을 ‘비선형’으로 지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들의 ‘비선형적’ 탐사는 단지 장르에 국한하지 않는다.
“테크놀로지에 친화적”이라는 이들은 라디오잡음에서 컴퓨터까지 모든 기계적 소리를 음악의 재료로 활용한다.

공학적 치밀함과 우울의 정서가 빚어낸 MOT만의 음악.
가슴 깊은 곳의 생채기를 살짝 건드리지만 서서히 파장이 커지며 급기야 눈물샘을 터뜨리는 힘을 가졌기에,음악을 통해 슬픔을 정화시키고 싶은 누구에게나 친근하게 다가간다. 
 “스스로 위로받고 남에게도 위로를 주고 싶다. ”는 의도 그대로다.
특히 이언의 목소리는 최성원,하덕규,김창기 등 국내 포크록의 음색과 닮아 접근이 더욱 용이하다.

“음악을 안할 수만 있다면 안하고 싶다”고 솔직하게 말할만큼 음악활동이 괴롭지만 이미 창작의 세계에 중독되어 버린 둘.
안정된 길 대신 전업 음악인을 선택한 “절박한 심정”의 이들에게 주류 대중음악계가 얼마만큼 문을 열어줄 수 있을까.
다행히 출발은 순조로웠다. 인터넷 음악사이트에는 네티즌들의 호평이 잇따랐고,독특한 색깔의 음악 덕에 영화음악에 참여하는 기회도 얻었다.

…..돌아다니다가 어딘가에서 펀글


내가 좋아하는 공돌이;; 출신 뮤지션 – 루시드폴, 못(MOT)..
그리고 제도교육을 고등학교 때 박차고 나오느라 공학도가 되진 않았지만, 뼛속까지 공돌이인 태지..

한순간에 떠오른 감정과 영감으로 곡을 만들기보다는
소리를 차곡차곡 쌓으며 최적의 배치를 계산하느라 종일 녹음실에 앉아 있을 그들의 모습은 영락없는 엔지니어다.

의 음악은 기본적으로 우울을 다루고 있지만 넬과 달리 감정과잉이 느껴지지 않는 건
건조한 기계음들 때문인 것 같다. 또한 담담하고 건조한 이언의 목소리 때문.
이들의 첫음반 ‘비선형’이 나왔을 때, 포스트 인디를 끌어갈 기대주 어쩌고 하는 찬사에 이죽거리며
확인차 음악을 들어보았다가 완전히 빠져들었다.
어찌 이리 담담하게 우울할 수 있는가. 어찌 조금도 징징거리지 않으며, 이렇게 안으로 들어갈 수가 있는가.
이들은 이미 깊은 바닥을 오래 전에 지나가 본 자의 우울을, 열정 따윈 이미 다 타버린 사랑을, 말하고 있는 것 같다.
서글픔도 없고 축축함도 없이 서늘하게 우울하다.

가사도 맘에 든다. 멋진 이언씨.
태지씨 담으로 새앨범을 간절히 기다리는 뮤지션.

Comments on this post

  1. white said on 2006-11-15 at 오후 8:11

    문득 든 생각이지만, 음악인 중에도 완벽주의는 많지만, 치밀한 계산까지 해가면서 완벽주의를 추구하는 인물은 정말 드문 것 같당.. T의 새 음반이 나오길 기다리건만, 사건이 워낙 많은 한해였으니.. 으휴..

  2. wisepaper said on 2006-11-16 at 오전 12:46

    올해 안에 나올 예정이었다는 소식통두 있던데.. 그놈의 사건들 땜에…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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