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혁, 바흐-부조니 샤콘느

 

Bach – Busoni, Chaconne
임동혁 연주, 바흐-부조니 샤콘느, 2008년 2월 서울 예술의전당 독주회

부조니 편곡 버전이 아닌 원버전은 바이올린을 위한 곡이다.
바이올린 같은 화려한 장중함은 없지만
피아노 샤콘느는 피아노만이 가진 특유의 단아하고 군더더기 없는 장중함을 느낄 수 있어서 좋다.

지난 2월 수원 독주회 때 앞자리에서 이 연주를 들으며 표정까지 세세히 보이는데, 마음이 아팠던 기억이 난다.
단 한 순간도 건성이 없이 한 음 한 음 최선 다해 배려한다.
절절하게 한 음 한 음 최선을 다해 눌러주고 절제해야 할 순간에 절도 있게 빠져주고.

피아니스트 마르타 아르헤리치가 그랬다.
독주회 때 무대 위에 놓인 피아노를 바라보며 걸어가는 기분은 말할 수 없이 두려워, 피할 수만 있다면 피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고.
협연은 함께 나눌 동료들이 있지만 독주는 저 커다란 피아노와 홀로 싸우다가 내가 질 거 같은 두려움에 몹시 외로워진다고 한다.
피아노의 여제라고까지 불리는 대피아니스트가 그런 말을 하는 걸 듣고 엄숙한 기분이 들었었다.

임동혁의 이 동영상을 보면 저 덩그라니 커다라 피아노 앞에 홀로 앉은 연주자의 외로움이 100분의 1쯤은 짐작이 된다.

절절히 사투하듯, 할 수 있는 모든 최선을 다해 연주로 말하는 그를 보니,
연주 외적인 모습을 향해 우려를 쏟아냈던 게 미안해진다.
곡 자체도 워낙 그렇지만 이렇게 극도로 몰입된 연주는 보면서 내가 다 기가 빠지는 것 같다.

Comments on this post

  1. wisepaper said on 2008-05-31 at 오전 3:40

    유튜브 이 동영상 아래에 누군가가 “이건 연주가 아니라 피아노에 주문을 거는 것 같다”고 써놨다.

  2. irkala / allatu 제가 중간에 이글루를 옮겼어요 said on 2016-04-06 at 오후 12:44

    이 예당연주 샤콘느가 동혁이 본인이 아직까지도 저렇게 다시는 치라고해도 못친다고 하는 연주에요 ^^

  3. wisepaper said on 2016-04-06 at 오후 12:50

    아 동혁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하는 연주라니.. 넘 좋네요.
    allatu님!!! 제가 어제 이메일 받고 이글루 가서 최근 베를린 가신 글까지 봤어요..
    저도 아이디가 뭐였는지 잊어버려서 리플도 못 달고..ㅠㅠㅠㅠㅠ
    아이디 하나 새로 만들어야 겠다… ㅎㅎㅎㅎㅎ

    • allatu said on 2016-04-06 at 오후 7:52

      더 자세한 글은 네이버블로그 bamboogirl 에 서로이웃신청하세요^^

      • wisepaper said on 2016-04-07 at 오전 12:20

        했어요 ㅋㅋㅋ 이제 종종 갈게요 ㅋㅋ 올려놓으신 연주 다 좋네요..ㅠ.ㅠ 미국 서부 공연 꼭 하라 그러세요 ㅎㅎㅎ 달려가야지요

        • allatu said on 2016-04-07 at 오후 4:06

          꼭 그러면 좋겠어요 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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