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밀양

영화 <밀양>
감독 : 이창동 배우 : 전도연, 송강호

보고싶다 보고싶다 하다가 결국 개봉 때 시기를 놓쳤던 영화 <밀양>.

어제 KBS2에서 해주길래 드디어 봤다.

벼랑끝에 몰린 한 인간(신애 – 전도연)이 고통스런 푸닥거리를 마친 후,

쨍한 햇빛 드는 마당에 거울을 놓고 머리를 싹둑 자르는 마지막 장면이 흐르자

ornus와 나는 거의 동시에 말했다.



이 영화에서 구원이라는 어려운 단어를 감히 입에 담을 수 있을 만한 유일한 인물이라면 종찬(송강호)이다.

“밀양이라고 뭐 별거 있겠습니까? 사람 사는 데 다 똑같지”

영화 내내 신애가 겪는 사건의 모든 순간마다 잊지 않고 끼어 들어 시시껄렁하게 서 있는 듯 보이는 종찬.

시시껄렁하게 서 있되 ‘끝까지’ 서 있는 종찬이야 말로

삶이란 무엇인지 모래알만큼이라도 동물적인 감각으로 체득하고 있는 인물처럼 보인다.

신애가 고통의 극한을 지나가며 몸부림치고 반항하며 끊임없이 묻고자 했던 운명의 이유, 삶의 이유.

영화가 끝나고 새삼스레 함께 얼굴을 마주보니 눈물이 나서 꼭 끌어안고-.- 펑펑 울다가
신애 때문에 오그라든 가슴, 종찬 때문에 겨우 펴고 잤다.

신애는 결정적인 사건을 겪기 전에도 이미 충분히 사는 게 쉽지 않아 보이는 종류의 인간이다.
연극적으로 보이기도 하고 자기과시적으로 보이기도 하고 정서의 결이 예민해 보이는 여자, 신애.
그런 인물 곁엔 그깟 삶의 복잡한 비밀이야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시시껄렁하게 서 있되 끝까지 서있는’
종찬 같은 인물이 의미심장해질 수 있다.

구원이 무엇인가.
내 팔에 피가 돌고 내 가슴에 심장이 헐떡거리는 한 여기 이 자리에서 볕을 받으며 살아야 한다는 걸 깨닫고 있는 자에게, 어렴풋이 그 비밀을 보여주지 않을까. 구원이란.

행여나 하늘의 것을 알려거든 땅에 발딛고 선 ‘인간’으로서의 자신부터 먼저 성찰하라.
인간을 모른채로, 인간에 대한 성찰을 건너뛴 채로 신을 얘기하려는 종교인들 때문에 숨이 막힌다.
아니 이건 종교인들에게 해야 할 말이 아니라 그냥 한국사람들에게 하고픈 말이다.
사람들은 이제 자신에 대한 성찰을 거의 잊은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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