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상실 이후를 보여주는 영화 – 아들의 방

영화 <아들의 방> , 2001년 깐느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감독 : 난니 모레티
주연 : 난니 모레티, 주세페 산펠리체, 이탈리아와 프랑스 합작.

사랑하는 아들의 죽음 이전과 이후. 부모와 남은 딸의 관계, 부부 사이의 관계, 또한 부모와 딸이 각자의 일상의 공간이던 직장과 학교에서 동료들과 맺는 관계는 어떤 식으로 변화하는가.

이 영화는 한 가족 구성원의 죽음이 남은 구성원들의 일상적인 관계를 뒤흔드는 순간을, 건조한듯 담담하게 처리한다.
즉각적인 정서의 전이를 일으키는 격정적이고 신파적인 처리방식보다 훨씬 근본적으로 우리에게
‘상실이란 무엇인가’를 묻는 것이다.

아들이 죽은 후에도 ‘여전히’ 계속 되는 일상이지만, 그 죽음 이후 남은 관계가 어떤 식으로 뒤틀리는지 담담하게 묘사함으로써, 슬픔은 오히려 더욱 지독하게 켜켜이 쌓인다.
무엇으로도 치유되지 않을 상처. 그 설명할 길 없는 상실감이 일상을 어떻게 뒤흔드는지,
일상 속에서 매일 맞닥뜨리는 물건과 순간 속에서 떠나간 이와 자신이 함께했던 과거를 기억할 때 슬픔은 어떻게 남은 자를 조여오는지, 남은 이의 내일은 어떤 방식으로 지속되는지,
세밀하되 과잉 없이 담담하게 묘사한다.

단순히 감정이 아니라 육체와 정신의 살갗 속으로 파고드는 슬픔을 이토록 건조하게, 그럼으로써 오히려 더욱 지독하게 묘사한 영화는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몇 년 전에 ornus와 함께 보고 가슴에 담아두었다가, 문득 OST를 듣게 돼서 다시 보게 됐다.

음악 : Brian Eno, By This River(음악 내림)

이 음악은 아들이 죽기 전 씨디 플레이어로 항상 듣던 노래.
아들의 죽음 이후, 아들의 과거를 하나씩 되짚어가던 아버지는 아들이 듣던 뮤지션의 음악을 사러 레코드점에 간다.
아들이 즐겨 듣던 이 쓸쓸한 노래를 듣는 순간 아버지를 뒤흔드는 고통은 음악으로 대신 설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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