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아 딱 좋게 사랑스러운 – 할람 포 –
* 예고편
영화 <할람 포(Hallam Foe)>, 영국
감독: 데이빗 맥킨지 배우: 제이미 벨, 소피아 마일즈, 클레어 폴라니
아, 몽글몽글 사랑스러운 욕망이 꿈틀거리는, 우울하면서도 나락은 없고 신비스러우면서도 현실에 발딛는 법을 잊지 않는
성장영화.
관능적인 성적 에너지가 감돌지만 음흉하지 않고, 미스테리와 음모가 서려 있지만 어둡지 않다.
지금 영국에서 한참 잘 나가는 퍼디난드가 만든 음악은 ‘베를린 영화제’에서 음악상을 받을 만큼 딱 좋게 흐르고,
<빌리 엘리어트>의 그 제이미 벨은 아유 정말 너무나 영특하고 사랑스럽게 영화의 중심에 서 있다.
제이미 벨은 어딘가 불균형과 결핍이 있어 어루만져주고픈 소년 역에 정말 딱.
그리고 <춤스크러버>나 <디어 웬디>, <언더 토우> 같은 인디영화에서 그랬던 것처럼 현실과 상상 사이를 묘하게 넘나드는 이런 영화 분위기에도 딱이다.
(빌리 엘리어트에서 춤추는 소년으로 나왔던 이후 작품들을 빠지지 않고 다 봐왔는데 이 배우의 성장기가 기특하다. 나는 제이미 벨의 팬이다!)
스토리를 거칠게 요약해놓으면 오이디푸스 컴플렉스 동어반복, 프로이트 빠돌이가 만든 영화 아냐?+.+
할 수도 있겠지만 아니다 노우.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산뜻하고 신선하다.
관능과 달콤을 묘하게 엮어낸 솜씨하며 끝까지 간질간질 긴장감을 잃지 않는 묘하게 사랑스러운 구성.
엄마에 대한 본능적인 그리움에, 새엄마에 대한 증오와 욕망이 섞인 이중 감정,
엄마를 닮은 여자와 어딘가 근친상간의 혐의가 드리운 데이트를 하면서도 달콤하고 사랑스럽다.
스코틀랜드(영국출신인 제이미 벨은 이 영화를 위해 스코틀랜드 사투리를 익히느라 고생했단다~)의 축축하게 가라앉은 시골마을과 뾰족지붕들이 빼곡한 에딘버러 도시 풍경.
뾰족지붕들을 나무 타듯 휙휙 오르내리며 엄마와 닮은 그 여자를 하루 종일 염탐하는 소년의 관음증도
용서 가능한 따뜻함으로 그려낸다.
이 모든 느낌은, 아직 세상으로 나오기 힘든 한 소년을 관찰하는 시선에서 머문 게 아니라, 소년이 지붕 위에서 거리로 내려와 땅을 딛는 순간까지 소년의 가슴 속에서 꿈틀대는 복잡 미묘한 감정들을 따뜻하게 어루만져주는 달콤한 연출 덕분일거다.
좋은 영화 한 편을 보고 돌아오는 길엔 괜시리 나를 둘러싼 현실마저 몽글몽글 솜사탕처럼 달콤해진다.
메가박스에서 영화를 보고 삼성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사당역으로 오는 동안
ornus의 얼굴을 계속 계속 힐끗 힐끗 쳐다보다가 멋적어하는 눈을 마주치면 “내가 좀 미쳤지?” 해두고,
사당에서 수원까지 오는 버스에 앉아서는 ‘세상 제일 멍청한 표정으로 입을 벌리고 자는’ 얼굴에 가만히 손을 대 본다.
아. 아. 아. 딱 좋다.
정말 좋다.
영화 한 편이 내 기분을 달콤하게 띄워준다.
– 이건 영화음악 중 짧은 거 하나, 영화 장면을 담은 뮤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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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on this post
할람 하는 짓이 왜이렇게 귀여운지, 남자 여자 할 것 없이 모두 킥킥대더라!
음악도 딱 우리 스타일~ o.s.t나 사야겠당~
ㅋㅋ 그래그래… 그래…
내가 이 영화를 보면서 곧 영국으로 갈지 모를 너랑 Jin씨 생각 했는데
나 지금 film4에서 이거 보고 있어. 이거 보다가 갑자기 여기 이 글이 생각이 났지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