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팽팽한 경계와 욕망 – 색, 계(스포일러 없음;;)

한국판 예고편




아직 정리가 잘 안 돼서 그런지 기대했던 것만큼의 여운이 남지는 않는다.
스타일, 색감, 전개, 연기, 배우, 배경. 모든게 잘 만들어진 웰메이드 영화라는 생각은 들지만..
그 이상 사로잡는 무언가가 없었다.

일제강점기 상하이와 홍콩을 재현한 배경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그저 가만히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무겁게 누르는 양조위라는 배.우.의 존재감.
탕웨이라는 신인 여배우도 괜찮았다. 야무지고 단단해보여 좋았다.
그리고 1940년대 중국 중상류층 여인들의 의상. 매혹적인 색감.

화제가 되었던 그 베드신은.
이런게 무삭제 통과가 되었다는 점에서 참 우리나라 좋아졌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내눈엔 전혀 야하게 보이지 않았다. 촘촘한 시나리오를 그대로 읽어내는 것 같았다.
아니 야하지 않다는게 에로틱하지 않다는 말은 아니다.
알다시피 이 영화에서 두 주인공의 섹스는 영화의 전개와 너무나도 긴밀히 연결되어 있어서
이 씬을 떼고는 영화를 말할 수조차 없다.
두 주인공이 처한 상황의 팽팽한 긴장과 경계심을 전달하는 가장 효과적인 순간이었기 때문에.
마치 현대무용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기도 하고, 이안 감독의 전작 ‘와호장룡’의 예술적인 무술씬이 떠오르기도 한다.
그리고 굉장히 슬픈 장면이기도 하다. 성본능과 죽음본능은 연결돼 있다고 하지 않는가. 에로스와 타나토스.
에로스가 극한이 될수록 타나토스로 향하는 감정을 피할길이 없다.
섹스는 쾌락이 극에 달할수록 슬픈거다.

이안이 말하고픈 바는, 역사속에 휘말린 ‘개인’. 개인이라는 단어에 무게중심을 두고픈 거겠지.
극단적인 클로즈업씬이 많은 것도 이 주제의식을 대변하는 것 같다.
시대극이기 때문에 서사가 굉장히 중요하지만 주인공을 넓은 배경 안에 집어넣지 않고 
주로 클로즈업으로 보여준다.
영화가 내내 슬프고 공허했던 것은 내가 인간이기 때문일거다.
어느 시대에 있든 어떠한 역사의 무게에 휘말리든.

매번 웰메이드 영화를 만들어내는 이안도 대단하지만 이 영화는 배우의 영화다.
아니, 이안이 대놓고 배우에게 쓰는 뜨거운 연서 같이 보이기도 한다.
영화 내용 또한 항일 연극반 배우로 출발한 여주인공이 스파이로서 ‘연기하며’ 살아내야 하는 삶을 다루고 있지 않는가. 
영화 자체를, 몸과 영혼을 던져 배우로 살아가는 이들을 향한 은유로 읽을 수도 있다. 
이 영화가 첫 장편영화라고 하는 여배우 탕웨이는 앞으로 꽤나 주목받는 아시아계 스타가 될 것이다.
양조위의 존재감은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양조위가 등장하는 모든 씬에서 긴장감이 극에 달한다.

(이 정도면 스포일러 전혀 안 쓰고 얘기한 거다.)

Comments on this post

  1. 엽기곰순이 said on 2007-11-12 at 오전 11:26

    일단은 이거 대충 읽었어… 내가 보고 나서 다시 읽도록 하지… ㅋㅋㅋ

  2. ornus said on 2007-11-12 at 오후 11:13

    이상하다. 영화를 본 직후엔 몰랐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더한 여운이 남는다. 두 사람이 안쓰러워..

  3. 엽기곰순이 said on 2007-11-14 at 오전 10:45

    어제 이 영화 봤다. 사실 내가 일부러 영화평, 위 글 모두 잘 안 읽고 보았다. 그냥 느끼고 싶었거든.  그래서인지 나는 기대이상이었다.

  4. wisepaper said on 2007-11-15 at 오후 3:15

    양조위 만수ㅖ 만수ㅖ 만만수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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