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찬란하고 누추한 生 –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2006년작.
감독 : 송해성 배우: 강동원, 이나영, 윤여정
작년 가을. 다락방기타 오빠와 물고기민이씨, ornus와 함께 이 이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을 찾았었다.
영화를 본 후.. 눈가가 빨개진 민이씨를 보며
애써 난 “영화 조금 뻔하게 만들었더라…송해성 감독에게 좀더 기대했는데..”
마음에도 없는 말을 내뱉았다. 속으로 가슴이 쓰라렸다. 찬란한 생. 유한한 행복. 감히 입에 담을 수 없는 ‘용서’라는 말.
오늘 일이 없는 날이라 혼자 집에서 빨래를 해서 널고 빈둥대다가 이 영화를 다시 찾아 보았다.
뭐라고 몇 줄 적으려다가 씨네21 문석 기자의 글을 조금 인용한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 좀 더 세련되게 이야기를 풀지 못했다는, 또는 사형제도의 폐해에 대해서 좀 더 적극적으로 접근하지 못했다는, 죄와 벌, 그리고 용서와 구원이라는 문제에 대해 좀 더 본질적으로 접근하지 못했다는 등의 비판은 모두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한 사람과 한 사람이 전면적으로 소통할 수 있고, 그리하여 사람이 변하는 “기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이 영화의 핵심적인 메시지까지 의미없는 것으로 만들기는 어려울 듯하다.”
영화를 보기 전에 우려했던 강동원과 이나영의 비현실적인 외모는, 감독의 세심한 조율 덕분인지
붕 뜨지 않고 영화에 잘 내려앉아 있었다.
이나영의 ‘유정’은 날카롭고 예민한 유리 조각 같이 빛났고
강동원의 ‘윤수’는 나직하게 내려앉아 있으면서도 기어이 ‘풋풋한 에너지’를 꺼내들어 가슴을 시리게 했다.
너무 공식대로 정직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불평의 여지가 있긴 하지만.
내게 이 영화는 이 찬란하고 누추한 ‘生’에 대한 은유 같았다.
하얗게 내리는 눈을 맞으며 눈싸움을 하는 ‘사형수 윤수’의 눈빛만큼 찬란하고
지하철 역을 전전하며 구차하게 구걸하는 ‘어린 윤수’의 모습만큼 비루한 ‘生’..
죄와 벌, 구원과 용서.. 이 모든 것들이 입에 담기 힘들만큼 벅차게 느껴지는 것도 바로 그런 生 때문이 아닌지.
오직 살아 있을 때만이 가능한 죄와 벌, 구원과 용서.
인간이 어떻게 인간으로부터 그 生을 가져간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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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on this post
어린 시절 회상 장면.. 어린 윤수 때문에 너무 많이 울었다.
자기 너무 격하게 울길래, 이 영화 다시 보자고 한 게 미안해졌음..
우리 편집기가 이상해서 예고편 너비가 자꾸 오류난다. 고치느라 애먹었다-_-
어린 윤수, 윤수의 동생 나오는 장면에서 나 왜 그렇게 울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