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
감독 : 켄 로치, 배우 : 킬리언 머피,
아일랜드의 아름다운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에는 피가 묻어 있다..
켄 로치의 가장 최근작이 개봉하면서 켄 로치 특별전이 열린다길래 들뜬 마음으로 극장을 찾았다.
영화의 배경은 1920년대 아일랜드.
‘영국으로부터 독립하기 위한 IRA의 투쟁’과 영국으로부터 평화협정을 맺은 후 ‘IRA의 내부분열’이라는 두 가지 역사적 사건의 중심에 서게 되는 형제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아일랜드를 지배했던 영국 제국주의의에 대한 비판은 쉬운 일일지 모른다.
그러나 켄 로치는 평화협정 후 두 진영으로 갈리는 IRA 내부분열에 더욱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그리고 민족주의 진영이 아닌 “우리의 목표는 영국 제국주의로부터의 독립뿐만이 아니라 사회주의공화국을 세우는 일”이라는 진보주의 진영의 외침을 주인공에게 할애하면서 노선을 분명히 하는 것 같다.
그러나 비록 켄 로치 자신의 개인적인 노선은 분명히하고 있을지 몰라도 영화적 메세지는 조금 다른 지점에 있다.
영국에 대한 독립투쟁과정에서 ‘민족’을 위해, 어렸을 때부터 함께 자란 친구에게 총구를 겨냥해야 했고,
그로부터 얻은 독립 후에는 지지노선의 차이로 피붙이 형과도 목숨을 내놓고 분열해야 하는 지경에 이른 주인공 킬리언 머피의 입을 빌어 말하는 이 대사.
“..우리가 무엇에 반대하는지는 알기 쉽지만, 진심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알기는 어렵다..”
이 쪽이 2000년대 광화문의 한 작은 극장에 앉아 있는 우리에겐 더 실감나는 메세지였다.
영화가 끝난 후.. 보리밭이 아니라 은행나무를 흔드는 광화문의 차디찬 바람을 맞으며 걷다가 물었다.
“그래서, 어떻게 살라는 걸까?”
“그야, 그도 모르는거지.”
그러나 이 메세지가 이것도 저것도 정답이 아니라는 회의적인 태도를 뜻하지 않는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Trackbacks and Pingbacks on this post
No trackbacks.
- TrackBack URL
Comments on this po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