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스, 안달루시아의 여름
<나스, 안달루시아의 여름>
감독 : 고사카 기타로, 2003. 일본.
“..자전거가 언덕을 내려갈 때 나는 이 바람 소리가 너무 좋아..”
처음 본 이후 벌써 몇 번 째..
ornus는 주말 늦은 오후면 이걸 틀어놓고, 안달루시아의 언덕을 내려가는 자전거들이 내는 슥- 슥- 거리는 바람소리를 듣는다. 그 바람소리를 들으며 돌아앉은 그의 어깨를 바라보고 있자면 찡한 게 올라온다.
세계 3대 자전거 경주대회로 꼽히는 스페인의 “벨타 아 에스파냐”에 출전중인 2류선수 페페는 경기를 하면서 고향 안달루시아를 지나가게 된다. 게다가 오늘은 그가 사랑했던 그녀와 자신의 형의 결혼식이 열리는 날.
“멀리.. 멀리.. 가고 싶다..”
시골에 고향을 가져본 이라면 알 것이다.
이 넘고 싶은 좁디좁은 곳. 그러나 벗어날수록 다시 또 기어코 돌아가 가슴을 내주고픈, 고향에 대한 이중감정..
상처입힌 고향으로부터도, 만족스럽지 못한 선수로서의 자신의 처지로부터도 슥슥 떠나고픈 페페의 사이클 경기.
그가 지나가는 마을 길목에 “Venga Pe Pe!(가라! 페페)!”라고 써놓고 뜨겁게 응원하는 교향 사람들과 형의 결혼식.
뜨거운 여름날 안달루시아의 하루는 어떻게 흐를까.
정말 가슴 따뜻한 애니매이션이다.
꼼꼼하고 생동감 넘치는 자전거 경주에 대한 묘사. 바람소리 나는 안달루시아의 풍경을 그려낸 솜씨.
그리고 삶에 대한 담담한 성찰.
자전거 경주를 좋아한다는 ornus의 한 지인은 이걸 수십번이나 보고 또 봤다고.
감독을 맡은 고사카 기타로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작화감독이었다고 한다.
제목의 ‘나스’는 먹는 가지를 뜻하는 말.
마을 사람들이 가지절임을 꿀꺽 삼키는 장면에선, 볼 때마다 침이 꼴깍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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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바람소리를 듣고 있으면 페페가 나인것 같아, “멀리 가고 싶다”고 마음으로 외치는 독백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