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착한 영화 – 천하장사 마돈나
<천하장사 마돈나>, 2006.
감독-각본 : 이해영, 이해준 배우 : 류덕환, 백윤식, 문세윤, 이상아, 이언, 초난강
여자가 되고 싶어(그것도 마돈나가!) 성전환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씨름부에 들어간 동구 이야기!
힛. 우리나라에서도 이렇게 반짝반짝 빛나는 설정이 가능하다니.
이건 일단 반은 먹고 들어가는 영화다. 정말로 칭찬해주고픈 상큼한 설정이 아닐 수 없다.
사실, 여자가 ‘되고 싶어’ 란 수식어를 동구에게 붙이는 건 잔인한 짓이다.
동구가 스스로 말한 그대로 그앤 그냥 원래 자기 모습, 여자로 돌아가고 싶은 거다.
무엇이 되고 싶은게 아니라, 그냥 ‘나’로 살고싶은 것이다.
(잠시 딴말 : 동구와 같은 이들에게 “언제부터 그렇게 되신 건가요? 원인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라는 질문을 들이대는 사람들을 보면 암담한 기분에 휩싸인다.
나보고 누가 “언제부터 여자로 사셨어요? 왜 자신을 여자로 느끼지요? 왜 남자를 사랑하나요?”라고 물으면 답할 말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희한한 질문이다-_-)
한층 더 까칠한 현실을 염두에 두고 말하자면, 동구는 성적으로도 소수자이지만
자본과 집안환경으로 봐도 소수자다(어쩌면 자본주의 사회에선 이 소수자가 더 비참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우리는 저마다 자신을 ‘어떤 면에 있어서는’ 소수자라 느끼며 살아간다.
그래서 나는, 그리고 사람들은, 동구를 만나고 극장을 나서면서 아마도 자신의 가슴에 손을 얹어보았을 것이다.
바깥 세상의 칼날에 맞서 위축되지 않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법은 나를 사랑하는 것이다.
만화적인 판타지와 코믹한 장치들을 슬쩍슬쩍 집어넣어 관객을 무장해제시킨 다음, 이 낙관을 유연하게 설파한다.
이 영화의 진짜 미덕은, 이 건강하고 착한 낙관을 시니컬한 잔꾀를 부리지 않고 끝까지 밀어붙임으로써, ‘좋은 영화’가 돼버렸다는 것이다.
백윤식, 문세윤, 이언, 초난강 등등. 모두가 자기 자리에서 제대로 빛나는 연기를 펼쳐주었다.
무엇보다도 동구 류덕환. 정말로 사랑스럽다. 니가 입어보았던 그 장만옥 치파오~ 나도 정말 입어보고 싶었던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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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on this post
아참 그리고 동구의 단짝친구로 나오던 녀석! 나한텐 최고로 웃겼던 캐릭터!
푸하하~ 등장인물들이 각자 개성있게 웃기면서도 참 사랑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