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가족 만들기 – Hush

<허쉬(Hush)>  2001년작.  일본.
감독 : 하시구치 료스케(橋口亮輔), 배우 : 타나베 세이이치, 다카하시 카즈야, 가타오카 레이코

도쿄 여행을 가는 김에 일본영화를 몇 편 보고 있다. 그동안 안 본 걸 고르다가 눈에 띈 영화. 우리나라 미개봉작이다.
여기저기 영화제에서 상도 많이 받았고 <해변의 신밧드>로 꽤 유명세를 가진 하시구치 료스케가 감독했는데,
우리나라에선 왜 개봉을 안했을까. 암튼.

아기를 가질 수 없는 게이커플 가츠히로와 나오야. 그리고 아기를 갖고 싶은 여자 아사코의 가족만들기.

첫등장부터 저여자 어딘가 허해..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는데. 그렇다. 
내일에 기대할 변변한 희망도 없고 마음 줄 가족도 없고 모든 관계맺음에 지친, 그런 여자다.
(야~ 어딘가 뻥뚫린 듯 허허로운 구석을 가진게 어디 너뿐이겠냐~ 토닥토닥~;;)

암튼 그런 여자가 아기를 갖고 싶어졌고, 자신의 생각에 딱 맞는 눈망울을 가진 남자 가츠히로를 딱 찍게 된다.
정액 채취를 위해 스포이드를 들고 들어온(끙~ㅎㅎ) 그녀와 두남자가 이러쿵 저러쿵 투닥이며 가족이 되는 그런 이야기다.

두 남자와 이여자도 물론 혈연 가족이 있다. 
그리고 우리가 그렇듯 그들에게도 가족은 상처와 아픔과 행복의 원천이다. 버림받는다는 게 뭔지도 알려준.

이들의 미심쩍은 가족계획에 화들짝 놀란 각자의 혈연가족들이 찾아와 한바탕 할 때
(두남자와 한여자가 가족들 앞에 일렬로 서 있는 저 우스꽝스런 사진 말이다 ㅋㅋ)
그녀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웃음이 난다..

“저는 아이를 갖고 싶어요..하지만 그게 최종목표라기보다..
 내일을 위해 잠든다거나..청소를 해야지..하는 그런 마음을 갖고 싶어서..
 관계를 포기하려고 했던 때도 있었는데..두 사람을 만나고..아직은 포기할 수 없다고 생각해서..
 사람들과 함께 밥을 먹고..손을 잡고..같이 걷고..그런것들이요..”

한바탕하던 혈연가족들도 집으로 돌아가고, 또는 하늘로 가고(-_-), 한핏줄에서 나온 친척들은 돈문제로 땅싸움을 하고..
남겨진 셋이서 서로의 우는 어깨를 토닥이는 장면은 참 따뜻하다.
그런 친구. 그런 가족. 만나는 게 어디 쉬운가. 만났으면 잘 지켜내면 될 일이지.
내가 가족을 이루 것도 그가 가진 허한 상처를 메워주고 싶었기 때문인걸.

그나저나 살짝 풀린 무심한 눈빛. 엉뚱한 표정. 저 여자 맘에 들어. 가츠히로 귀엽구. 나오야는 웃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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