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련한 기시감 – 와니와 준하
* 감독 : 김용균, 배우 : 김희선, 주진모, 최강희, 조승우
아끼는 영화 중 하나.
처음 개봉했을 때 본 이후에도 나른하고 푸르른 여름날이 생각나면 문득문득 꺼내보곤 하는 영화.
오늘 낮에도. 밖엔 햇빛이 쨍한데 몸살기가 있어서 집을 나가진 못하고 ornus와 함께 슬슬 청소나 하면서 이 영화를 틀어두었다. 집중하지 않고 그냥 그 나른한 분위기를 흘려보내면서..
작은 이야기들과 사려깊게 의도된 장면들.
나른한 여름날의 빛깔. 와니와 준하의 동거. 만화를 그리는 와니의 사무실과 동료들. 기시감-데자뷰 같은 소재들을 아기자기하게 묶은 동화 같은 영화.
하지만 현실로부터 멀리 떨어져나간 팬시 같은 영화가 아니라, 젊은 나날들의 이런저런 좌절과 포기, 침묵 같은 것들을 잊지 않고 담아냈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곳은 춘천. ornus와 내가 학창시절을 보낸 곳이다.
와니와 준하의 집이 있는 작은 골목길 거리 곳곳. 춘천 애니매이션 센터- 와니의 직장으로 설정된 곳이나, 와니와 준하가 서울 갔다 돌아오는 길이면 비춰지는 경춘선 기찻길 등은, 우리에게 아련한 기시감을 불러일으킨다.
우리나라 특유의 벽돌 양옥. 콘크리트 옥상을 한 2층 집들이 띄엄띄엄 모여 있는 골목길.
여름이면 작은앞마당에서 자라난 나뭇잎들이 무성한 초록을 띄고, 바람에 흔들리는 잎사귀 사이로 쨍한 햇빛이 부서진다.
춘천 같은 중소도시의 골목길은, 너무 빽빽해서 답답하기만 한 서울 골목길과는 또 다르다.
경춘선을 타고 서울을 떠나 춘천으로 들어서면 묘하게 느껴지는 공기가 있는데 그건 바로 적막감과 나른함이다.
그야 말로 느리게 흘러가는 듯한 시간감.
영화의 느린 호흡을 따라가다 보면, 교복을 입고 걸어가던 춘천의 여름날도 떠오르고,
아빠 차를 타고 지나가다가 잠깐 차를 멈추고 바람을 쐬곤 했던 경춘국도 어딘가가 생각난다.
정말 좋아하는 영화.
와니가 된 김희선도 괜찮았고 와니와 준하 사이 중요한 이야기를 끌어가는 최강희와 조승우도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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