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름다운 청춘

*아름다운 청춘 (Lust Och Fagring Stor) , 1995년작, 스웨덴.
*감독 : 보 비더버그,  배우 : 요한 비더버그, 마리카 라게르크랜츠, 토마스 본 브롬슨

몇 년 전쯤인가..아마 많이들 기억에 남았을 저 포스터..30대 후반쯤 되는 여교사와 17세 소년의 선정적인
정사장면을 담고 있던.. 내게 이 영화는 포스터의 자극적인 느낌으로 뇌리에 남아 있었다.

이 영화를 드디어 보게 된건..감독인 보 비더버그가 이 영화의 각본을 들고 영화화를 결심한 후,
자신의 아들 요한이 남주인공역을 맡을 수 있기까지 9년여를 기다려 영화를 찍었다는 글을 읽고 나서였다.
이 영화를 유작으로 남긴 스웨덴의 거장이라고 불리는 감독..주인공 요한 비더버그의 아버지..

부서질듯이 빛나는 청춘의 이미지를 자신의 아들에게서 발견한 후 
아들이 이 영화를 찍을 수 있는 나이가 될 때까지 9년이라는 긴 시간을 기다려서까지,
성장기를 지나가는 아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었던 이야기는 무엇이었을까, 참을수 없는 궁금증이 일었다.

2차대전을 지나가던 시기, 스웨덴의 작은 마을.
영화의 큰 맥락은 ‘소년기’를 지나가는 한 남자아이와 여교사와의 사랑을 중심으로 하고 있지만,
소년이 지나가는 것은 사랑 혹은 육체적 탐닉의 시기만은 아니었다..

교실 창 밖으로 지나가는 폭격기를 수없이 목격해야 하는 전쟁의 음울함. 어른들의 나약하고 누추한 삶.
영혼 깊이 따랐던 형의 죽음. 그리고 환상 없는 잔인한 사랑. 온갖 불온하고 누추한 현실들.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선생님과 막 섹스에 빠져든 소년이 선생님의 남편과 조우하기 시작하는 순간부터였다.
소년은 선생님의 남편과 대화하고, 삶을 꺼내듣고, 그 삶의 피로에 연민을 보내며, 그의 무너지는 어깨를 쓰다듬으며,
한 중년의 사내가 허물어져가는 것을 지켜보게 된다. 유사 아버지 – 아들 관계를 맺게 되었다고 봐도 될까.
그 다음은 물론이다. 사랑은 적나라한 삶 앞에서 집착과 탐닉의 흔적만 남기고 누추하게 사라져간다.

소년의 감정이입은 첫사랑과 첫섹스의 상대가 된 여교사보다도, 그녀의 남편을 향해 있다.
청춘이 반드시 깨달아야 하는 것은 사랑의 매혹보다도, 곧 발을 들여놓아야 할 피로한 삶이다.
눈부시게 빛나는 청춘이 아름답다면, 곧이어 찾아올 모든 허물어짐 때문일 것..

스무살. 봄기운이 찾아오기 직전,
소년과 청년의 경계를 느릿느릿 지나가던 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기 힘들었던 이상한 날 이후.
나는 여기까지 왔는데, 나는, 빛나는 청춘은, 누추한 삶은, 이제 같이 짊어져야 할 삶의 피로함은..
영화를 본 후 떠오르는 이런저런 생각들로..오랜 동안 싸해졌다.

(인상깊었던 장면들을 캡쳐해봤다. 정말이지 우울하다. 너무 빛나니까.) 

나는….성장영화가 좋다. 저릿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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