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결혼식
결혼식날 평소모습보다 안이쁜 신랑신부도 있다.
다른 결혼식들 가보면 신랑신부가 완전 딴사람으로 (물론 이쁜 쪽으로) 변신하던데,
우리도 변신 하긴 했지. 이상한 가면 쓴 얼굴로..
엄마가 이상한 헤어샵 예약하는 바람에 완존 속상했다.
시간 없어서 결혼 전에 미리 헤어샵도 못 가고 그냥 엄마가 예약해놓은 데서 할 수밖에 없었는데.
어른들이 작당해서 우리의 컨셉을 정했다.
신랑 – 무조건 나이들어보이는 컨셉으로.
무조건 나이들어보이는 헤어스탈로.
.. 난 ornus 보고 절망했다. 평소 내가 좋아하던 그 얼굴은 어디 가고 웬 아저씨냐?
.. 허나 어른들 다들 흐뭇해하셨다. “아이구 좋네~ 신랑 평소보다 5년은 더 돼 보이네~ 듬직하네~”
신부 – 빨간 입술. 진한 화장.
나 진짜 투명화장하고 결혼하고 싶었는데 경극화장(!!!!!) 해놨다고.
다 해놓고 지울수도 없고 그저 사람들의 짧은 기억력에 의지하는 맘으로 정신놓은채 결혼식을 끝마쳤다.
화장 땜에 정신 놔서 결혼식 때 무슨 일 있었는지 아무 기억 안 남.
결혼식에서 날 처음 본 사람들은 시종일관 눈 내리깔고 있는 나를 보고 다소곳한 성격인줄 알았다고-_-
난 그 때 영혼분리 실험중이었다.
내가 이 얘기만 꺼내면 ornus가 결혼식 다시 하자 그런다. 사람들 모아놓고 다시 할 순 없지만,
우리끼리 조촐하게 다시 한 번 식 올리는 일은 검토중이다. 늙기 전에 해도 좋고 늙어가면서 해도 좋고.
그래도 5년 후에 다시 보니, 좋다.
저게 5년 전 일이란 말야?..
그래도 추억이 좋긴 좋다. 뜨뜻해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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