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겁다 무거워
1.
휴가 다녀온 지 아직 한 달도 안 됐는데,
그 땐 어떻게 그렇게 하루 종일 걸어다녔을까? 지금은 아주 먼 옛이야기 같다.
이제 하루에 30분만 걸어도 배가 뭉치고 숨이 차고 엉덩이뼈가 아프다.
배는 7개월 들어서니까 하루가 다르게 쑥쑥 나온다.
허벅지도 1.5배 된 것 같고 배도 불룩하고 움직임이 둔해져서 소파에 눕듯이 앉아 있으면 꼭 한 마리의 곰을 보는 것 같다.
아주 살짝만 피곤해도 배가 뭉치는데 배가 뭉치면 마치 배 주위에 벽돌을 다닥다닥 붙여놓고 움직이지도 못하게 막아놓은 것처럼 답답하고 아프다.
임신하면 그저 뭐 배만 나오는 건줄 알았지 이렇게 배가 딱딱해지기도 하고 무거워서 숨쉬기조차 거북하게 되는 줄은 상상도 못했다.
입덧 없어진 지 두 달 가까이 됐는데 이제 배가 많이 나오니까 배가 위를 눌러서 다시 입덧 비슷하게 미식거리고 거북하고 위액이 역류하는 증상이 또 시작된다.
은율인 다른 음식 먹을 땐 가만 있는데 새콤달콤 과일만 들어가면 아주 꿀렁꿀렁 꿈틀꿈틀 움직이며 돌아다닌다. 좋다고 신나서 춤추는 것처럼 움직인다.
어제는 열음이랑 놀다가 열음이가 장난으로 실수로 내 배를 좀 세게 확 쳤는데 오른쪽 배를 치자마자 앗, 하는 사이에 그때까지 잠자코 있던 은율이가 갑자기 주섬주섬 왼쪽으로 도망가듯이 움직인다. 아프면서도 웃겨서 웃음이 나왔다.
2.
열음이한테 “열음아, 채원이(매일매일 같이 생활하는 돌쟁이 사촌여동생) 좋아?” 하고 물으면
“응~” 한다.
“그럼 열음아 은율이는 좋아?” 하고 물으면 역시나
“응~~” 하고 대답한다.
한번은 좋지 않은 질문임에도 갑자기 쓸데없는 호기심이 발동해서 “그럼 채원이랑 은율이 중에 누가 더좋아?” 하고 물었다.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하는 류의 이런 질문이 아이한텐 좋지 않다고 한다. 어허허;;)
그랬더니 대뜸 “은율이가 더 좋아~” 하는 거다.
너무 신기해서 “왜에?” 하고 물었더니
“은율이가 엄마 뱃속에 있잖아~” 한다. 헉 기가막혀서 듣고 있던 나랑 ornus 입이 벌어졌다.
일 년 내내 함께 생활한 채원이보다 아직 얼굴도 못 본 지 동생이 더 좋다고 말하다니 뭔가 많이 신기하면서도 이상하고 놀랍고 웃기고 그렇다.
아무래도 엄마인 내가 뱃속에 매달고 다니면서 매일매일 얘기를 들려주니까 뭣도 모르는 아이 눈에도 은율이가 자신과 더 가까운 존재란 게 본능적으로 느껴지는가보다.
일 년을 동고동락한 사촌동생보다 아직 세상에 나오지도 않은 동생이 더 이쁘다는 열음아,
채원이 입장에서 보면 근데 너 참 의리 없는 거 아니? 채원이 섭섭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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