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음파 은율

 

여태까지 초음파를 5번 정도 한 것 같다. 이건 17주에 했던 초음파.
첫화면에 떡하니 지얼굴을 들이밀고 있어서 ornus랑 나랑 깜짝 놀랐다.
악. 외계인 같다. ornus는 프레데터라고……;;;

약 2분 10초 경부터 의사가 다리 사이를 열심히 가리키며 “자.. 여기 보이지요?” (눼.. 보입디다..)
왕자님이에요, 하면서 우리가 묻지도 않은 말을 해준다.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사실 우리야 아들 키워봤으니 딸도 키워보면 재미야 있겠지만 나는 주욱 아들을 바랐다.
첫째가 아들이니까 둘이 동성이어야 서로에게 좋을 것 같아서다.
첫째가 딸이었으면 또 자매가 되길 바랐을 거 같다.
어른이 된 내 입장에서도 이성 남매간은 사실 일정 이상 가까워지기 힘들다. 서로 그렇게 가까워질 필요성도 못 느끼고.

아무튼, 아들이라서 키우긴 힘들거다. 주위를 보면 확실히 아들이 키우기 힘들다. 요즘은 아들 둘 엄마는 목메달이라고 한단다. 육체적 에너지 자체가 딸과는 완전 상이하다. 그래도 우린 좋아했다.
ornus는 나보고 이제 집에서 여왕벌 된 거라고..-.-
(동성이라서 좋은 건 아이들 입장에서 생각한거고 내 입장에서 좋은 이유는..
난 그냥 자식은 독립하기 전까지 최선을 다해 바른 사회인이 될 수 있도록 키우고 그 이후에는 지 인생 지가 사는거지 간섭이나 참견을 섞거나 그렇게 친하게 지내고 싶지도 않다. 친하다보면 결국 간섭하게 되고, 간섭하다 보면 자식 집안을 온전히 독립시키지 못하고 문제를 일으키게 되는 걸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내가 개인주의적이고 독립적인 관계를 좋아해서 그런지 자식 크면 자식보단 나 자신에게 더 집중하는 시간, 그리고 ornus와의 시간이 더 중요할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클수록 적당히 거리가 있는 아들을 바라게 된 것 같다.
그리고 ornus가 딸 이뻐하는 거 상상하면 난 좀….. 질투..?… 아무튼 그렇다 난.
그러나 이건 바람일 뿐이고 딸이라면 또 딸 키우는 행복에 이옷저옷 입혀가며 신나게 키웠겠지. 같이 쇼핑도 하고 둘만의 시간도 많이 갖고 동질감도 나누고^^)

열음인 초음파실 들어가는 걸 잘 알아서 모니터에 화면만 딱 뜨면
“은율이다! 엄마 은율이지? 은율이야..” 요런다~

사실 열음이는 17개월 무렵에 이미 동생이 생겼다.
열음이 사촌동생(우리 오빠의 딸 채원이)이 열음이 17개월에 태어났기 때문이다.
같은 아파트 같은 동 바로 옆라인에 살기 때문에 놀기도 같이 놀고 생활을 같이 해서 동생 생긴 거나 마찬가지였다.
나하고 ornus야 자기 엄마 아빠니까 우리한텐 스트레스를 안 받았는데
사촌동생하고 외할머니를 공유해야 하니까 스트레스를 좀 받았다. 채원이를 할머니가 업고 있는 걸 보면
“내가 할머니한테 업힐거야~ 내가 할머니한테 안길거야~” 이런 식으로.
그러면서도 막상 우리가 “열음아.. 그럼 우리 채원이 멀리 가라 그럴까? 아저씨들 보고 데려가라 그럴까?” 하면,
“안 돼. 채원이 데꾸 가면 안 돼” 요런다~ 자기 동생인건 기가막히게 안다.

영유아 심리학 전문가들이 클리셰처럼 하는 말이 있다.
첫째아이한테 둘째(동생)가 생기는 스트레스는 어른의 경우 자신의 배우자가 바람피운 내연남(내연녀)을 어느날 갑자기 집에 데리고 와서 같이 살자고 하는 거와 맞먹는 정도의 스트레스라고 한다.
동생 생기면서 퇴행(갓난아기 하는 행동을 따라하는)을 보이는 아이들도 많다고. 이럴 땐 자꾸 “넌 형이잖아. 니가 양보해야지” 하고 말하는 것보다 아이의 욕구를 알아주고 아이 입장에서 상황을 해결해주는 게 더 좋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열음이가 사촌동생이 생겼을 때부터 열음이가 혹시 스트레스 받지 않을까 신경을 많이 써야 했던 기억이 있다.

채원이가 생긴 이후부터는 열음이는 잘 놀다가도 “엄마 아빠 안아줘. 아빠한테 안길거야”를 자주 말한다.
어른 입장에서 보면 옆에 붙어다니는 채원이에 비해 열음이는 다큰 아이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열음이도 이제 두 돌 지난 아가인걸, 하는 생각으로 우린 그냥 안아달라고 할 때 최대한 안아주려고 한다. 사실 힘들다. 옆에서 채원이 울어대고 열음이 울어대고. 은율이 태어나면 더 심하겠지. 허허
세돌 전까지는 스킨쉽도 보살핌도 많이 받은 아이가 나중에 더 독립적이 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말을 믿어보려고 한다.
ornus 허리 빠진다. 16킬로가 넘는 놈이 아빠 보면 업어서 둥가둥가 흔들어 달라고 하니까.
그래도 나한텐 입덧 심해서 세 달을 누워 있는 걸 보고는 “엄마는 아야 했어..”하면서 안아달라고 안 하니 다행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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