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만 다닐 때 할 수 없었던 일

열음이가 찍어준 사진 – 신주쿠, 숙소 로비에서

카메라멘 열음

“사진 내가 찍을꺼야!”

물론 열음이가 요즘 가장 심취해있는 건 이런 심령사진 찍기다-.-

오늘은 여행 다섯째날. 점심 때까지 밖에 안 나가고 숙소에 있다.

애가 없을 때 둘만 여행 다닐 때 둘이 함께 나온 사진을 찍어본 일이 거의 없다.

찍고 싶을 때마다 남들한테 부탁하기도 여의치 않고 그렇다고 상황마다 삼각대 놓고 부산 떨기도 귀찮고

해서여행 다녀와서도 커플사진이 없었는데. 이젠 열음이 덕을 본다.

자식 새끼 두 돌 넘게 키워놨더니 엄마 아빠 사진도 찍어주고 으이구 뿌듯해서 눈물이 다 나네;;

그저께는 계획했던 모든 여행일정을 취소하고 도쿄의과대학병원에 다녀왔다.

관광하러?는 아니고 열음이 진료받으러-.-

도쿄에서 하룻밤 자고 일어난 다음 날부터 열음이가 열이 오르기에 미리 지어온 약을 하루치 먹여보았다.

열음이가 열이 나는 이유는 십중팔구 목이 부었기 때문이기에 해열제와 목감기 약을 미리 지어왔는데,

평소엔 하루치만 먹여도 차도가 보이는데 이번엔 이틀을 먹여도 열이 차도가 없었다.

혹시 목감기가 아니라 다른 병에 걸린 것이면 어떡하지? 걱정이 됐는데 특히 ornus.. 이런 거 그냥 못 본다.

혹시 신종플루나 다른 전염병이라도 걸린 거면 어떡하냐고 병원에 가야 한다고 난리 난리.

소아과가 어딨는지 주변에 물어봐도 아는 사람이 없고 여행정보센터에서 겨우 알아서 찾아간 병원에선

아이 진료 안한다고 거절해서 헛탕 치고. 걸국엔 우리 숙소 바로 근처라서 매일 왔다갔다 했던 도쿄의과대학병원으로

진료를 받으러 갔다. 한국에서 대학병원 진료 받으려면 작은 병원의 소견서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일본도 그럴 거라

생각했는데 사람들이 그냥 대학병원으로 가란다.

어쨌든 병원에 도착해서 목 좀 살펴달라고 하니, 목이 많이 부었단다. 안심이었다.

적지 않은 병원비를 지불해야 했지만 다른 병이 아니라는 사실에 대한 안심비용이라고 생각하니 비싼 돈두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열음인 이제 열도 내리고 팔짝 팔짝 잘 뛰어다니고 있다.

여행 와서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 그저께는 병원 가는 걸로 하루를 보냈고, 어제 일정도 대폭 변경해서 열음이 컨디션을

위해 장난감 백화점 같은 곳에서 반나절 이상을 보냈다.

내 삶은 이제 내것이 아니란 생각을 하고 있다. 단지 생각만이 아니라 현실 자체가 내가 예상치 못한 곳으로, 열음이가

주도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4년 전 둘만 도쿄에 왔을 때와는 모든 게 달라지고 있다.

이젠 이것이 우리 삶이구나, 절실하게 깨닫고 있다.

확실히 달라진 것이다. 4년 전 도쿄에서는 찍지 못했던 커플사진이 메모리에 여러 장 쌓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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