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
아이를 키우다보면 별 일이 다 있게 마련이지만 그 중 가장 기가 막히고 눈앞이 캄캄해지는 일이
질식과 관련된 일인 것 같다.
돌 전 기어다닐 무렵의 아가들은 무엇이나 입에 가져간다.
물건의 형태나 감촉을 인지하기 위해 아기들은 입 안에 물건을 넣어서 느끼기 때문이다.
우리 열음이도 원체가 호기심이 왕성해서 한시도 가만 있지 못하고 무엇이든 입에 넣어서 빨고 또 빨고 그랬기에 옆에서 항상 지켜봐야 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사고는 일어나더라.
8개월 무렵, 사과를 갈아주고 있는데 어느틈엔가 작은 사과조각을 빛의 속도로 입에 집어넣었고 그게 식도로 넘어간 게(별 무리 없이 삼켜져서 변으로 배출된다고) 아니라 기도로 넘어갔는지
켁켁대기 시작하다가 바로 입술이 새파래지고 20초쯤 지나니까 얼굴 전체가 새파래지는 게 순식간이었다.
아아.. 하늘이 노랗고 가슴이 쿵쾅대고 세상과 온 우주가 멈추는 기분이었다.
그 때 가평 부모님 댁이었는데 ornus는 없었고 아이를 거꾸로 들고 온 힘을 다해 등을 때리는 응급처치법은 알고 있던 터라 옆에 있던 우리 오빠가 있는 힘을 다해 열음이를 거꾸로 들고 쳐내기 시작하는데
아이 얼굴은 점점 새파래지고 1분이 꼭 1시간 같았다.
그러더니 결국은 켁 하면서 사과조각이 떨어져 나왔는데 나오자마자 아이가 울음을 터뜨린다. 울지 못하면 기도가 막혀 있는 거기 때문에 그 울음이 정말 나를, 세상을, 우주를 살리는 울음소리 같았다.
그 때가 한참 붙잡고 올라가고 떨어지고 책상에 올라가고 싱크대에 들어가고 아무튼 하루 종일 열음일 뒤에서 잡고 있던 터라 내가 많이 지쳐있던 터였는데 그 날 밤 난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별의별 생각이 다 스쳐갔다.
만약 잘못되었더라면.. 그랬더라면 나는.. 나는 계속 살 수 있었을까.. 상상만으로도 숨이 턱 막히는 일이었다.
그 이후로는 별 일 없었는데
오늘 또 그만 사고가 일어났다.
내 지갑에서 동전을 빼서 갖고 놀다가 자세를 바꿔 누워 놀다가 자기도 실수로 어느틈에 동전을 삼켜버린 것이다.
켁켁대자마자 ornus가 애를 뒤집어서 미친듯이 등짝을 때렸는데 입술이 조금 파래지다가 금방
컥, 하고 동전이 떨어졌다.
이 일을 처음 겪어본 ornus는 한동안 다리가 후들거리고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차라리 아이가 어디 병이 걸리거나 다치거나 한 일이면 병원 가서 치료도 해 볼 수 있고 부모에게 상황을 진전시킬 시간이 주어지는데
기도가 막히는 경우엔 우리에게 주어지는 시간이 없다는 점에서 난 가장 무서운 일 같다.
근데 문득 의문이 드는 것이다.
우리가 겪은 두 번도 그랬고, 주위 사람들 얘길 들어보니 다들 몇 번씩은 겪고 넘어가는데
그 때마다 모두 뒤집어서 때리면 물건이 나왔다고 한다.
생각보다 이런 일로 안좋은 일을 당하는 확률이 적은 것일까.
아무리 검색해도 이 부분에 대한 얘기가 없다. 질식 방지법, 응급처치법 같은 건 많이 나와 있지만.
실제로 이게 큰 사고로 이어지는 일은 잘 없고, 없다면 어떤 과학적인 이유에서인지.
왜 이 대답을 알고 싶은지 모르겠다.
자꾸만 생각 안 하려고 해도 그 상황에 내가 다시 서 있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게 참 너무 끔찍하다. 다시 그 상황이 된다 하더라도 그렇게 응급처치만 잘 하면 잘못될 확률은 거의 없다는 얘기를 들었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자꾸 그 상황에 내가 다시 서 있는 끔찍한 상상이 덜 들더라도 덜 무서울 수 있으니 그런걸까.
아니면 아무리 조심 또 조심한다 하더라도 어떤 아이한테고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인지.
다시 알아봐도 아이 연령에 따라 응급처치법이 다 다른데 익히고 앉아 있으면서도 무섭다.
이제는 포도도 먹이지 말아야지. 사과도 다 갈아주고 싶다. 4세 이하의 아이는 샐러리 같은 것도 제대로 씹지 않고 삼키면 기도로 들어가 위험하다고 한다.
유난을 떠는 일밖엔 예방법이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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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정말 무섭다… 열음이 괜찮다니 다행이네.
그래 블루베리나 포도 같은 것도 쪼개 먹이는 게 정석이래. 유난스러워 보여도 사고난느 것보다 나으니깐 앞으론 그렇게 해야겠어. 말랑말랑한 음식이 젤 위험하단다 딱딱한 것보다는. 진짜 고무줄 같은 거..
내가 입덧엔 할 말이 없지만, 위염 증상엔 할 말이 있다. 매일 하루도 빼 먹지 말고 맑은 죽을 쑤어서 세 끼를 꼬박꼬박 일주일만 먹어봐. 처음 이삼일은 흰죽 먹고 그 다음 부터는 고기 조금, 채소 조금씩 넣어서 맛이 있는 죽으로. 애 땜에 불가능이라고 말하지 마. 그럼 앞으로 더 심해질테니까. 그리고 만약 도무지 죽이 안 들어가는 날엔 우유를 약간 따뜻하게 데워서 마시고. 중요한 건 절대로 세 끼를 빠지지 않고 먹는 거야. 규칙성. 일단 그렇게 이 주 이상 하면서 위를 달래고, 그 다음엔 밥을 규칙적으로 먹으면서 식이요법을 해야겠지. 약을 못 먹으니. 절대 산이 많이 들어간 음식은 제외하고 알칼리 쪽으로, 요즘 같을 때는 포카리스웨트를 많이 마셔. 입덧에도 좋아. 그리고 컴퓨터 멀리 하고. 전자파가 정말 입덧과 위염을 심하게 한단다. 그리고 매일 위와 장을 부드럽게 마사지해줘. 혼자서 그냥 손을 포개서 배에 대고 원을 그리면서 천천히 마사지 하는 거야.
곰순아, 사실 난 이게 위염 증상이 섞인 건지 어쩐건지도 잘 모르겠다.. 식이요법은 뭐.. 죽은 일주일이 아니라 두 달 째 먹고 있다. 죽밖에 먹을 수 있는 게 없으니 죽 먹고 있지. 근데 분수처럼 토한다. 이것도 위염 증상 중 하나니? 궁금해서.. 나도 전에 위염, 역류성 식도염 걸려봤지만 이 정도로 분수처럼 토하고 부글부글 계속 끓었던 적은 없어서.. 식이요법 하고, 병원 가서 약도 처방 받아야지. 위장장애 약은 임산부도 먹을 수 있게 지을 수도 있다고 해서 말이야..
애 땜에 불가능이긴. 난 하루 종일 혼자 있다. 하루에 10분 정도 여기 들어오느라 앉아 있는 것 빼고는 사실 앉아 있기도 싫다. 그러니 종일 뛰어다니면서 같이 놀아야 하는 열음이는..계속 엄마가 봐주시지. 어린이집도 다녀오고. 너한테 전화하려고 기회를 여러번 노렸는데 전화로 목소리내는 것조차 괴로워서.. 그렇다. 소파에 누워서 잉여생활 중이야.
ㅇㅇ 글쿤… 그럼 입덧이 심해서 그런 것 같구나. 근데 포카리는 입덧에도 좋단다… 보통은.. 수분 공급이 좋아서 탈수도 막고… 임산부가 먹는 위장장애 약 중에 물약으로 된 순하고 냄새 역한 것들이 좀 있드라. 그러니 주저하지 말고 약 먹어.
아, 분수처럼 토해도 먹어라. 공복이면 입덧이 배는 더하다고 하드라. 그래도 뭔가 먹어야 입덧이 좀 준다고… 흠.. 토한다고 안 먹으면 입덧은 더 심하다고, 늘 뭔가를 조금씩 계속 먹어야 한다고 하던데.
병원에서 아무말도 없었단 말야? 의사 의심스럽네… 그 증상은 reflux라는 증상인데, 임신하면 오는 증상 중에 하나야. 물론 모든사람이 다 그런건 아니고. 식도로 위산이 역류되서 오는 현상이야. 식도가 타들어 가는것 처럼 아프지 왜 그런지 잘 기억은 안나는데, 뱃속 공간이 없어져서거나 호르몬이지 십다. 제일 좋은 방법은 역시 크래커 같은 것을 계속 먹어 주는 거구. 내가 아는 사람중에 한명은 TUMS라는 비타민 비스무리한 위장약이 있거든. 물론 처방전 없이 아무나 먹을 수 있는건데, 이걸 두어시간 간격으로 먹더라. TUMS는 약이 아니거든. 거기다 칼슘도 있어서 좋을 것 같은데, 난 약사도 의사도 아니니 전문가 한테 함 물어봐 나도 좀더 알아보고 다시 알려 줄께. 혹시 거기서 구하기 힘들면 내가 사서 보내 줘도 되구. 조금만 더 힘내!
또 한가지! 임신 중엔, prenatal vitamin을 꼭 챙겨 먹어야해. 그래야 아가도 너도 좋아. 먹긴 좀 힘들거야. 속이 않좋으니, 그래도 나는 태교는 못하더라도 이건 꼭 챙겨 먹자 하고 정말 겨우 겨우 삼켰다. 물론 토할 때도 많았지만. 그래도 거기에 folic acid는 아기 기형도 막아주는 성분도 있고 좋아. 나는 prenatal vitamin 먹으면 철분 때문인지 하도 토해서 folic acid만 따로 17주 정도 까지 먹고 입덧 괜찮아 질 때 부턴 prenatal vitamin과 fish oil(omega3 fat acid)도 같이 먹었어. 비타민만 잘 챙겨 먹어도 몸이 덜 피곤했던것 같아. 잘 챙겨먹어~~~
reflux는 내가 의사한테 그랬다. 내가 옛날에 위식도역류증 걸렸을 때하고 증상 비슷하다고. 그래서 의사가 내과진료 따라 받자고 하더라. 근데 식도 타들어가는 증상이나 역류하는 증상은 지금은 거의 없어. 지금은 부글부글 니글니글 배 비었을 땐 속 쓰리니까 뭐라도 계속 넣어주지. 그리고 토하고. TUMS는 미국에선 국민소화제라는 거구나. 우리나라에선 못 봤는데 검색해보니 코스트코에서 파네. 속쓰릴 때 나도 사다 먹어봐야 겠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먹는 비슷한 걸로는 겔포스나 알마겔이 있단다. 임산부도 먹어도 되는 건데 난 이것만 들어가면 잘 있던 다른 음식물들까지 다 토해버려서 포기했다.
걱정되서 들어와 봤는데.. 그래 맞아 우울하지 걱정되지 스트레스 받지! 그래도 지혜 아주아주 잘 하고 있네. 첫째도 둘째도 긍정적인 마인드. 나도 이게 참 어렵더라. 몸은 힘들지, 하루종일 누워만 있으니, 머리는 자꾸 안좋은 쪽으로만 굴러가지… 그래 아가는 너가 아무것도 안먹어도 잘 클거야 네 몸의 양분으로 쑥쑥!!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을 거야. 그리고 구토 방지약. 나도 먹었는데 기억이 안난다. 의사가 괜찮다면 괜찮겠지 하고 생각하는게 약이야. ㅋㅋ 난 감기가 아주 심하게 두번와서 임신 초기에 것두 antibiotic(항생제)도 먹었어. 물론 최대한 안전한걸로다 먹었지만. 그래도 아는 산부인과 언니한테 물어보니, 엄마가 너무 힘들면 오히려 아기한테 무리가 간다고 먹으라고 해서 먹었지. 그러니 너무 걱정말구 지혜야! 마음조리며 하루 하루 기다리는게 엄마 마음이지만, 그래서 더 그 생명이 존귀하게 느껴지는지도 몰라.
그래.. 고마워.. 그 카테고리 도움 많이 되더라. 난 열음이 돌 전에 침독 때문에 피부과 연고 고르면서 그 분류표를 무수히 봤거든. 그 때 약을 바르면서 열음이 얼굴이 부작용 나면 어쩌나 아토피 되면 어쩌나 걱정 너무 많이 했는데 지나고나니 아무것도 아니더라..
이게 온단세트론 성분인데, 검색해보면 한국에선 거의 안 먹는 약 같아. 가끔 나오는 글은 미국에서 처방받아 먹은 산모들. shana 주위에 이거 먹은 사람 많니? 이게 임신 중기에 안전한 약인데 입덧은 중기가 아니라 초기에 오는 건데 어쩌라고…;; 의사는 괜찮다고 했는데 초기에 장기복용해서 맘에 걸린다. 누군가 먹어본 사람이 아무 문제 없다고 말해주면 정말 편할텐데. 열음이 피부 문제 겪고 나니까, 난 주위에 돌 전 아가 태열이나 침독 때문에 고생하는 엄마들한테 일부러 강조해서 말해주거든. 아무 걱정 말라고. 다 괜찮아진다고. 그 때 나한테 이렇게 말해주는 선배가 있었으면 정말 다리 뻗고 잤을텐데..
나도 찾아 봤는데, 이렇게 나오네..”It is also used off-label to treat hyperemesis gravidarum in pregnant women, but there is no conclusive data available on its safety in pregnancy, especially during the first trimester” 대강 뉘앙스가 Category C에 속하는것 같아 그니까 연구 결과는 없지만, 아직까지 아무 특이사항이 발견되지 않은….
아픈 거 빼고는 진짜 내가 원하던 생활이야 사실 요즘이.. 매일 좋아하는 책 읽고 다큐 보고 영화보고 생각하고.. 복 받았지 뭐…
또 궁금한것 있으면 메일 보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