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싶다
먹고 싶다.
먹고 싶다.
모든 음식은 같은 맛이 난다.
쓴 가루약에 내가 토한 내용물을 섞은 맛.
종일 배멀미 중인데 음식을 입에 넣는 것도 곤혹스럽다.
혹시라도 지금까지 안 먹어본 무언가를 먹으면 괜찮지 않을까.
헛된 기대를 품고 특이한 음식을 구해보지만 한 입 넣으면 역시 같은 맛이다.
그리고 구토. 식도가 타들어가는 듯한 불쾌함.
이제는 음식에 기대를 걸지 않는다. 그냥 아무것도 먹지 않고도 한 달을 살았다.
어디 다른 데가 아프면 먹고 힘내서 고통을 이겨보려고 노력이라도 해볼텐데
아예 먹을 수가 없는 고통에 맥이 풀린다.
두 달째 누워서만 생활하니 몸에서 근육이 빠져나가 몸무게가 30kg대가 되었다.
어제 주말엔 이렇게 무기력하고 일어나서 걸어가기도 힘들어진 내 꼴이 너무 화가 나고 서러워서 ornus 앞에서 미친듯이 소리지르고 미친듯이 울기만 했다.
내 바닥을 보고 있다.
내 바닥을 확인하라고 이런 고통이 주어진걸까. 도대체 이 고통의 유익이 무엇일까.
임신, 출산만큼 고통을 야생적인 방법 그대로 감내해야 하는 과정도 드문 것 같다. 이게 모성의 힘이라고 미화되고 지금 시대까지 고통을 경감시키는 방법 없이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이 경악스럽다. 나는 내가 겪는 강도는 필요 이상의 잔인함이자 내 소중한 힘의 낭비라고 생각할 뿐이다.
시간이 왜이렇게 안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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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on this post
너무 너무 이해가 가… 난 지금까지 육아임신 다 포함해서 입덧이 제일 힘들었던것 같아. 정말 정말 전세계 모든 여자들이 가난하건 부자건 이렇게 아이를 낳는다고 믿을수가 없었지. 지혜야 힘내 조금만… 아주 조금만…. 정말 힘들거야. 아구아구… 화이팅!
나처럼 입덧 심했다는 shana의 말들이 힘이 나.. 나도 이제곧 괜찮아지겠지 자기암시를 한다.
이글을 읽으니 제가 출산전 가려움증으로 고생했던 때가 생각나네요. 저는 입덧은 심하지 않았지만 가려움증으로 너무너무 고생했어요. 하루종일 눈물을 흘리고 남편을 부여잡고 난 너무 불행하다고 울부짖었어요. 틀리긴 하지만 wisepaper님이 겪고있는 고통을 짐작은 합니다. 힘내세요. 힘드시긴 해도 시간은 가고 있답니다.
예.. Dawn님 고마워요. 겪은 분들 얘기로 힘내고 있어요 제게도 지나간 일들이 되겠지 하며.. 전 벌써부터 막달 돼서 아가 나왔으면 좋겠어요. 뱃속에 있을 때가 편하다고들 하는데 저 같은 사람에게는 애 키우는 게 오히려 천국이네요..^^
나도 Dave붙들고 울부짖었다 거의 두달을… 매일매일… 울 엄마왈, 입덧하다가 죽은 사람은 없으니 잘 참으래… 흑.. 난 태교 동요 들으면 좀 기분이 좋아지더라… 아… 이렇게 생각해야 하는구나.. 이렇게 소중하구나.. 마치 나에게 이 생명이 얼마나 소중한지 가르쳐 주는것 같았어. 그럼 또 힘내서 하루 견디구 견디구 그랬던것 같아. 그리고 출산은 솔직히 할만 하더라 나는….
shana야 고마워. 정말 많이 힘이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