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말이 우리보다 낫다

메스꺼움이 심할 때 생강차를 마시면 도움이 된다길래 자주 마시고 있다.
저녁마다 ornus가 생강을 얇게 저며 꿀에 재워서 차를 만드는데
열음이가 생강차를 좋아해서 만드는 시간을 기다리지 못하고 아빠 옆에 의자 놓고 올라 서서 칭얼댄다.
자기도 한 잔 달라고 부탁하는 말이

“엄마 아파서 생강차 마시는 거야? 열음이도 먹고 싶어.
열음이도 생강차.. 생강차 마실 거야.”

“열음아 생강차는 너무 매운데. 엄마 약이라서 매운건데?” 그러면
한입 죽 들이키고
“안매운데? 괜찮은데? 우와 맛있다.” 이러면서 한 잔 다 마신다-.-

열음이가 만들어내는 문장의 어미가 재밌다.
“~하는데?” “~잖아” 같은 어미들을 잘 사용해서 우릴 웃겨준다.

우리가 뭐가 무섭다고 하면 꼭
“사자 안무서운데? 호랑이 안무서운데? 코끼리 안무서운데?” 요러고,
열음이가 응가하려고 할 때 아빠랑 목욕탕 들어가서 응가하고 씻고 나오라고 말하는데
샤워하고 나왔는데도 내가 “냄새난다~” 장난하면
벌거벗은 모습으로 내 옆에 앉으며 하는 말.
“엄마 나 똥 딲았잖아. 이제 냄새 안나잖아”

갑자기 큰 소리가 들리면
“아 깜짝 놀랐잖아. 열음이가 깜!짝! 놀랐잖아.”

뭐 근사한 걸 보면
“우아.. 멋있는데? 오…”
이렇게 감탄도 잘한다.

아이의 언어발달을 지켜보고 있으면 돌 지나고부터 단어로 우물쭈물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문장의 규칙이나 문법을 다양하게 활용하는데 신기한건 말하기 시작한 순간부터 사용법을 그다지 틀리지 않고 적재적소에 잘 사용한다는 거다.
내 상상으로는 아이가 틀린 문법을 이리저리 말해보며 스스로 고쳐가며 언어를 터득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그렇지 않다.
아이가 입을 떼기 시작하면 문법이 맞는 문장으로 바로 말하고, 활용도 잘 한다.
무수히 많은 리스닝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일까. 아니면 촘스키 말대로 아이 안에 언어체계가 존재하는 것일까.
우리는 이걸 보며 한탄한다. 우리가 20년 해온 영어보다 열음이 한국말의 뉘앙스가 더 훌륭한 것 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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