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ornus 잡담

1.
입덧의 고통으로 인해 임신의 기쁨은 거의 못 느끼고 있지만 그래도 여유가 생기면 은율이가 어떤 앨까 궁금해하게 된다.

ornus한테 “은율이가 누구 닮으면 좋을까?” 물으면 “나 닮은 애 쳐다보고 있으면 좀 그럴거 같아. 자기 닮으면 내가 막 사랑해줄 수 있을텐데.”
나는 은율이가 굳이 우리 닮길 바라진 않지만 누군가 한 명을 기어코 닮아야 한다면
ornus 닮은 남자아이였으면 좋겠다.

우리가 이런 식으로 바라는 건 아무래도 콩깎지 단단히 씌인 주책 커플이라 그런 걸 거다.
우린 각자 나르시시스트가 아니라 그런지 단점 많은 나의모습 닮기보단 그냥 안 닮게 나오면 좋지 않을까 싶다.

가끔 사람들이 열음이한테 키가 크다는 이야기를 할 때가 있는데(그런가부다 하긴 하지만 실제로 큰건진 모르겠다. 교회서 만나는 열음이 남자친구 두 명이 다 열음이랑 키가 같기 때문에),
그럴 때마다 난 안도한다. 열음이가 날 안 닮아 다행이다. 나 닮았으면 키 때문에 어쩔뻔 했어-.-

첫째와 둘째는 어떻게 다를까.
사람들이 그런다. 첫째 때는 처음이라 기대도 많고 정성도  많이 쏟고 하지만 둘째는 저절로 큰다고. 또 그만큼 이쁘기도 하다고. 맘이 편하니까.
나 역시. 솔직한 바람은 우리가 좀 대충 해도 지가 알아서 컸으면 좋겠다.

첫째를 향하는 내 정서를 한마디로 말하면 신비로움이다.
내 유전자로부터 멀리 떨어진 존재라서 오는 신비로움과
내게 온 생애 첫 아이라는 애틋한 감정에서 오는 신비로움. 첫사랑이 신비롭듯.

둘째한테 간절히 바라는 건 제발 좀 순둥이였으면 좋겠다는 것.
아이를 한 번 키워봐서 그런지 이번엔 좀 쉽게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 있다.
도우미를 고용해서 도움도 받을 생각이고. 저축은 접어뒀다. 있는 돈 다 들여서 ornus랑 나랑 스트레스 줄이고 좀 편하게 갈 생각이다.


2.
사람들은 종종 이렇게 묻는다. ornus가 임신해서 잘 해주냐고.
결혼했을 때는 이렇게 물었다. 연애할 때보다 결혼하니 더 잘하냐고.
내 대답은, 아니요 ornus는 똑같은데요.

ornus는 똑같다. 연애 때나 결혼 후에나 지금이나. 
밤늦게 들어와서도 설거지 있으면 해놓고 걸레질 하고 요즘 거의 못 먹는 내가 혹시 먹을까 싶어 김칫국도 끓이고 아욱국도 끓이고.
새벽에 깨서 열음이 먹을 거 만들고 열음이 깨면 자동차 만들어주고 그림 그려주고 하는 걸 보면, 열음아 너도 아빠 하는 거 보고 커서 저런 아빠 되어라 하게 된다.

이렇게 하는 건 기본 성품 덕분이기도 하겠지만 그가 가진 이공계열st 인간 특유;;의 합리성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가사분담이나 육아 같은 건 ornus에겐 상식적이고 당연한거다. 이것은 배려의 문제가 아니다.
합리적인 정도를 넘어선 배려심은 ornus의 미덕이지만.
나는 ornus가 모든 분야에 박학다식하고 특히 내가 아는 분야에 박식하다기보단
ornus가 나와는 전혀 다른 분야에 관심갖고 살면서도 듣는 귀가 열려 있어서 언제나 대화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어서 더 좋다.

내가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을 존경하기란 쉽지만 가까운 사람일수록 존경하기 어려운데,
일상을 같이 하면 할수록 진심으로 ornus를 존경하게 되고 그의 모습을 배우려고 노력한다. 잘 안 되긴 하지만-.-
ornus가 변한 건 점점 더 애교가 는다는거?
ornus가 홈피에 주절주절 글도 잘 안 쓰니 좀 쿨하고 점잖은 사람 코스프레를 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나랑 있을 땐 많이 다르다.

내게 주로 하는 말이라면
“자기야. 나 엉덩이 때찌해줘요. 요기요기~”
“자기 나 이뻐요? 그럼 뽀뽀해줘용~~꼬옥 안아줘요~”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 끝날 때)
“안돼 안돼!!!!! 여기서 끝나면 어뜨케 어뜨케 담주까지 어떻게 기달려. 안돼 안돼에에에~~”

뭐 이런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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