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음이 동생
열음이 동생 은율이가 크고 있다.
이제 열음이랑 여행도 다니고 우리 우아하게 살거에요 그러니
(당분간은) 전혀
(앞으로) 거의
둘째 생각이 없다고 주위 사람들에게 선언하고 다녔는데
그것은 민망한 소리가 되어버렸다.
그러나 삶이 계획대로 되길 바라는 것도 어리석은 일이므로 기뻐하기로 했다.
우리 생각만 하지 말고 아이 생각을 하자, 열음이를 생각하면 혼자 크는 것보단 형제가 있는 것이 좋은 일이고,
막상 신생아가 태어나면 옛날 생각도 나고 또 이쁘겠지 하는 생각으로 ornus나 나나 기쁘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
음식물은 들어가기만 하면 토하고 위액에 피가 섞여 나올 때까지 토해도 끝이 없다.
어지러워서 걸을 수도 없고 설 수도 없고 메슥거려 앉아 있을 수도 없어 하루 종일 옆으로만 누워 있는데 누워 있으면
소주 먹고 난 다음의 숙취와 배멀미가 섞인 것 같은 이 메슥거림에 더 집중하게 돼 괴롭다.
음식물은 커녕 물 한모금도 입 안으로 삼킬 수가 없다. 어느 밤은 속이 쓰려 아침까지 잠을 못 자고 누워만 있는다.
남들은 임신하고도 일상생활 영위하고 일도 하는데
나는 다만 누워 있을수밖에 없다니, 낭패감이 크다.
앉질 못하니 병원에도 갈 수가 없어서 누워 있다가 ornus가 조퇴해야만 간신히 업혀 병원으로 갈 수가 있다.
의사를 보면 염치 불구하고 “나 좀 살려주세요”란 말밖에 나오질 않는다.
의사는 너무 심하다고 입원하자고 권하지만 종일 병원침대에 누워 있으면 더 아플 것 같아 그냥 이틀에 한번씩 링겔을 맞으러 다니겠다고 했다.
입덧 심한 산모에게 마지막으로 처방한다는 (태아에게 검증 안 된) 구역감을 줄여주는 알약을 하루에 두 알씩 먹으란다.
이걸 한 알 먹으면 앉아 있을 수는 있다. 그러나 이것을 언제까지 복용할 수 있을지.
나는 이 약을 먹지 못하게 될까봐 너무 무섭고 두렵다.
내가 음식물을 바라볼 수도 없고 머릿속에 떠올리기만 해도 괴로운 상태인데 태아는 잘 클 수 있을까.
입덧이 심할수록 태아가 자기 자라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통계적으로는 태아가 더 건강하다고 한다. 물론 음식물은 삼켜야 한다. 나도 음식을 삼키고 싶다.
시인 신현림은 아이를 낳고 기르며 자신의 시에
“너는 나의 약탈자. 나의 사랑스런 약탈자”라고 썼다.
나도 나의 온몸이 약탈당하는 기분이 든다.
아이는 그저 건강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내게 주는 고통은 견딜 만큼이길 하고 바랄 뿐이다.
그러나 이것은 암환자들에게 처방한다는 무서운 이 알약을 한 알 먹고 적어도 앉아 있을 수는 있는 순간에 드는 생각이고
이 약발이 떨어지면, 살고만 싶다고 체면도 자존심도 없는 절박한 말만 흘러나온다.
Trackbacks and Pingbacks on this post
No trackbacks.
- TrackBack URL
Comments on this post
진심으로 마음 깊이 축하해.. ^^
오래간만에 들어왔더니 아주 깜짝놀랄 소식이 있었네요! 축하해요!
white/ 안그래도 그동안 궁금했는데.. 반가워요~ 우리의 궁금함을 ornus가 티 안냈죠? 꼭 그런건 티 안내더라..
오오옷~! 이제사 글 봤네요. 축하축하축하~ ^^. 좀 힘들어도 먹는거 잘 챙기시고 건강하시길 😀
축하해!나도 아주 입덧이 심했당. 지혜기분 백배 이해해. 누워만 있어야 하는신세 나도 알지. 몇가지 해볼수 있는게 있어. 것두 뭐 그냥 위약효과에 지나지 않을수 있지만 함 해봐…. 비스킷(아무것도 없고 소금만 살짝 것두 아님 그냥 소금도 없는것)을 삼키기 힘들어도 하나라도 아주 천천히 씹어봐… 이건 먹기 힘들어 그렇지 그래도 토는 안나와..(잘 기억은 안나지만. 먹는거 자체가 고녁이었던건 확실해….) 그리고 멀미 밴드가 있거든. 팔목에 하는건데, 그건 지압 효과가 있는것 같아. 난 이걸로 좀 버텼어.. 그리고 17주가 되어가던 어느날…더는 이렇게 살수 없다고 맘먹고 난 오늘부터 입덧 안할거다라고 자기 암시를 계속 했더니 진짜 조금씩 조금씩 나아 지더라.. 거의 20주가 되어 가서야 사람의 모습으로 살수 있었지만.. 힘내! 지나가는거니 시간이 약이랄 수밖에. 그리고 동치미 국물도 난 좋았어. 뭔가 시원한거라도 좀 마셔봐… 화이팅!!! 나도 입덧약 먹었는데, 괜찮아 내가 알기론 입덧약 사실 소화제 비스무리 한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구 난 별로 도움도 안되더라 미리 세네시간 전에 먹으라는데 24시간 입덧인데 언제 먹어야 하냐구요… 암튼. 다시 한번 화이팅.. 이상 흥분의 도가니 샤나
아 이제서야 너의 리플을 봤다.. 경험해본 사람이 해주는 말이니 힘이 난다. 난 입덧약 없인 정말 살 수가 없을 것 같아서 하루에 두세알씩 한 달 넘게 먹고 있어. 근데 이 알약이 왜이렇게 비싼지 약값만 한달에 100만원이 넘게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