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반짝이
23개월을 지나가고 있는 열음
1.
아무래도 울엄마께서 아이 봐주시는 일을 일정 부분 담당하시다보니, 나랑 육아관이 달라서 부딪칠 때가 았다.
양육자가 일관적으로 양육하지 않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하기에 끊임없이 엄마와 대화를 하지만, 그래도 울엄마는 할머니 입장이라서 엄격해야 할 때에도 엄격하지 못하신다.
내 원칙은 사랑도 듬뿍, 존중과 배려의 감정도 듬뿍이지만
생활규율이나 규범은 반복적인 훈련,
그리고 한 번 안 된다고 했던 건 포기 없이 끝까지 안 된다고 가르치는 것이다.
그러나 할머니 맘은 어디 그런가.
나 몰래 막 퍼주시고 몰래 규율 다 망가뜨리시고.
어쨌든 본의 아니게 내가 훈육의 역할을 많이 담당하다보니
열음이에게 냉정하고 절제된 모습을 보일 때가 (상대적으로 할머니보단) 많은 편이다.
훈육 하고 나면 꼭 안아주고 “엄마가 열음이를 이렇게 이렇게 해서 혼낸거에요. 열음이가 이렇게 이렇게 해주어서 엄마는 뿌듯해요.
엄마가 열음이를 얼만큼 사랑해요?” 하고 물으면
“(두 팔을 크게 벌려) 이~~~~만큼, 이~~~만큼 사랑해요..” 한다.
그래도 어쨌든 내가 훈육하고 나면 가슴이 답답하고 속상하고 눈물이 난다.
혼낸 지 얼마 안 되서도 다른 가족이랑 주루룩 앉아 있으면 울 열음이 꼭 내게 와서
꼭 끌어안고 뽀뽀하고 키스하고 두 팔로 쓰다듬고 난리도 아니다.
놀 땐 아빠를 더 좋아하고, 할머니를 더 좋아하는 것 같은데 꼭 스킨쉽은 나랑만 한다.
열음아 너는 내 심장 가장 가까운 곳의 내 살점. 내 반짝이.
“엄마 여기 와서 앉아요..”
“엄마 아들~~ 또.. 아빠 아들~~~~~”
“(치즈 두 장 꺼내주면 하나는 내 손에 올려놓으며) 엄마, 엄마는 잉거 먹어요”
“(본인이든 누구든 방구를 뀌면 항상) 방구다~ 방구다~큭큭큭 (입으로 방구 흉내) 뿌르릉. “
– 열음이 옆에서 몰래 방구는 곤란함;;
2.
마음 쓰는 세심함을 보면 참 섬세하면서도
넘어지고 다치더라도 또 올라가고 혼자 해보려고 하고 활동량 많고 힘 세고 모험심 많은 걸 보면 나와는 다른 딱 남자아이 같다.
엄마들이 기본적으로 남자의 본성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아들 훈육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의견에 공감하기 때문에
“아들을 대하는 법”에 대한 책을 찾아 읽고 있는데 무릎을 칠 때가 많다.
혼내줄 때도 기본적으로 정서적인 공감능력이 발달한 딸을 키울 때와는 다른 종류의 전략과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것.
열음이는 올라갔다가 떨어져서 다치더라도 꼭 다시 해보고, 울면서도 성공할 때까지 몸으로 다시 시도한다.
요즘은 단지 내 초등학교에 있는 높은 미끄럼틀(초등학교 미끄럼틀이 왜 저렇게 높지 이상함) 타기에 재미들려있는데
난 고소공포증이 있어서 올라가기도 싫은 무서운 높이의 미끄럼틀인데
손잡아 주려고 하면 손 뿌리치며 혼자 올라가고 꼭 혼자만 내려오려고 하는 걸 보면,
앞으로 많은 부분에서, 자랄수록 점점 더, 내게 다른 에너지와 다른 지혜가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3.
ornus가 짧은 연수 때문에 1박 2일 집에 들어오지 못한 오늘 아침.
열음이 언제나처럼 일어나자마자 아빠를 부른다. “아빠.. 아빠!!. 없네 없네. 아빠 없네. 아빠가 없써요.. 우와왕…” 서럽게 울고 난리다.
아침엔 나는 자고 항상 ornus가 7시부터 8시 반까지 각종 블럭 쌓기, 이것 저것 만들기 등으로 재밌게 놀아주다가 출근하기 때문에
열음이도 아침엔 날 안 찾고 자동으로 아빠만 찾는다. 그런 아빠가 없자 정말 상실감이 큰 것 같다.
우리가 바라는 삶은 그저 법정 근로 시간 일하고 들어오면 저녁 시간은 가족과 함께 보내는 삶.
그러나 옆집 윗집 둘러봐도 우리나라에서 그렇게 살고 있는 집이 거의 없는 것 같다.
글쎄 우리에게 이 문제는 거의 생존의 문제와 같다.
Trackbacks and Pingbacks on this post
No trackbacks.
- TrackBack URL
Comments on this post
엄마 아빠 같은 사람만 있는 건 아니니까, 할매 할배 그 외 등등의 사람과 규율도 깨고 만들고 등등… 그런 거 아닌가..
어.. 저건 그런 의미가 아니라 기본적인 생활습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