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토요일 아침, 우리둘이 안 보는 사이에 어딜 가서 날카로운 걸 꽉 밟고 돌아오신 이열음씨.
뭘 밟았는지도 모르고 콩순이 컴퓨터랑 놀고 있는데 피가 줄줄 흐른다.

“열음아 이거 뭐야? 피가 나와요!!!” 그러니까 그제서야 제 발에 흐르는 피를 보고 울기 시작한다.
엑. 말하지 말고 그냥 치료해줄걸-.-

아무튼 소독하고 약 바르고 밴드 붙여놓으니까 소파 위에 앉아서 이불도 갖다 달라고 명령하더니
이불을 둘둘 말고 꼼짝않고 앉아서 명령질이시다.

“치즈 주세요” “물 주세요” “이거 주세요” “저거 주세요”
가끔은 엄마 아빠가 제대로 못한다고 폭풍 짜증.. 아냐아냐 아냐 잉거 아냐 잉거 아냐!!!!!!!!!”

아휴 10초를 궁둥이를 안 붙이고 돌아다니는 녀석이
소파 위에서 이불 둘둘 말고 한자리에서 꼼짝을 않고 다섯시간을 엉덩이 붙이고 엄마 아빠 부려 먹고 있는 모습이 진짜 웃겨서
우린 속으로만 큭큭 거릴 수밖에 없었다.

급성 위염으로 쓰러져 있던 ornus, 감기 몸살로 시름거리던 나..  우리 사정도 뭐 나을 건 없다지만
발이 아프다고 자기는 한 발짝도 안 움직이겠다는 열음이 앞에선 새발의 피가 되는 것이었다.
하루 종일 겸손한 자세로 소파 밑에서 이거 갖다 주고 저거 갖다주고 병수발;;했다.

“열음아 엄마 아빠 보기에는 이제 걸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걸어도 돼요~”
그러면
아냐아냐아냐 안돼요 아이 아파요 아퍼요ㅠ.ㅠ.ㅠ.ㅠ
그러는데 듣는 우리, 겉으론 진지한 척 하지만 속으론 너무 웃기는 것이었다.

21개월 짜리도 자기 몸 아픈 건 알아서 제몸을 으찌나 끔찍히 챙기시는지.

 

Comments on this post

  1. a said on 2010-01-25 at 오전 10:07

    해달라는 대로 다 해주니까 안 걷는 거 아닌가. 만화 <영원의 들판>에도 개가 아플 때 해달라는 대로 다 해주니까 계속 아픈 시늉한다던데. 뭐. 개는 그렇대. 나중에는 자해하는 일까지 생긴다고. 아프면 다 받아주는구나-혹은 맛있는 거 먹느구나- 하고. 펀치는 그 정도 학습능력이 없어서 다행. -_-;

  2. J said on 2010-01-25 at 오전 11:06

    훗; 넘 웃기다 ㅋㅋ 생각해보면 나도 어릴때 아프면 엄마가 이것저것 다 챙겨주셨던게 넘 따뜻하고 좋아서, 다 나았는데도 계속 누워있던 기억이… ^^

  3. wisepaper said on 2010-01-25 at 오후 4:22

    a/ 개는 잘 모르겠지만..ㅎㅎ;; 사람은 36개월이 포인트라서 36개월 이후의 독립성을 좌우하는 것이 그 이전에 얼마나 많이 자신의 감정에 대한 공감을 받았느냐가 중요하대요. 예를 들면 아플 때 부모가 아픈걸 충분히 알아줘서 감정이 만족상태가 되면 안 아플 때 더 독립적으로 행동하게 되는 거지요. 물론 언제나 원칙은 중요합니다.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고 왜 안되는지 설명을 해야하는 거지요.. 키우다보면 그럲잖아도 안 된다고 제한할 일이 너무나도 많기 때문에 부모가 신경써야 할 건 제한에 앞서 항상 아이 마음을 먼저 읽어줬느냐인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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