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

ornus가 인터뷰 때문에 4일 일정으로 시애틀에 간다. 체류비용과 비행기표는 회사가 제공하는 거라 다행;
우리도 함께 가서 며칠 관광하고 오면 좋겠지만 H1B 비자가 심사중이라 필수불가결한 입국목적이 없으면 10월 전까진 미국에 입국하기가 어렵다.  ornus만 인터뷰 레터 들고 잠깐 나갔다 오는 수밖에.

시애틀에 있는  M사는 아니고  A사..
ornus가 매우 일하고 싶어했던 세 군데 회사 중 하나다.(다행이도 인터뷰 기회를 잘 만나서 그 세 곳과 인터뷰를 했거나 하고 있다) 
오래전에 이력서 넣어놓은게 최근 한 달 전부터 갑자기 연락이 와서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인터뷰가 까다롭기로 유명한 회사라 별로 기대도 안 하고, 또 시애틀에 살 거란 생각을 전에는 한 번도 해본적이 없어서 아무 생각 없이 있었는데 지루한 폰인터뷰를 차례차례 통과하고 드디어 마지막 온사이트 인터뷰 초청메일을 받고 나니, 갑자기 사람 마음 간사하게도 욕심이 생긴다.

시애틀은 막연한 낭만의 감정만 품고 있던 도시였는데 관심을 갖고 알아보니, 살아보고싶은 도시가 됐다.
산호세 생각을 하면 그냥 “실리콘 밸리가 있으니 가야지 뭐..” 이 정도지 살고싶다는 마음이 들지 않아 찝찝했는데 시애틀은 산호세와는 비교도 안 되는 아름다운 호수, 산으로 이루어진 청명한 자연환경, 산호세보다 좋은 집들, 반도 안 되는 물가와 집값, 삶의 질 면에서는 산호세보다 훨씬 좋을 거 같다.

늦가을, 겨울에 계속된다는 우기조차 비내리는 흐린 풍경이 운치있는 시애틀만의 매력으로 다가온다.
우울한 우기가 지나고 나면 파랗고 쨍한 해가 나면서 선선하다는 늦봄과 여름을 맞이하는 삶의 패턴이, 내가 그리던 핀란드와 닮았다. 호수와 산이 많은 청명한 나라 핀란드. 기나긴 겨울을 지나 화사한 여름을 맞이하기 위해 핀란드 사람들은 호수 근처에 정원을 가꾸고 별장을 손질한다. 일반적인 관점에서 보면 견디기 힘든 핀란드의 겨울이 여름을 더욱 빛나게 만들어주는 정적인 고독의 순간, 성찰의 시간들인 것처럼 시애틀의 비내리는 우기도 그렇게 다가온다.

시애틀의 회색빛 우기가 너바나, 펄잼 같은 그런지록을 탄생시켰고, 겨울을 보내는 시애틀 사람들의 손에는 항상 커피가 들려 있다.
그런지록은 내가 좋아했고, 커피는 ornus가 좋아한다.

취업이란 게 운이나 많은 부분이 따라주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라 기대는 많이 하지 않고 있다. 안 되면 어쩔수 없지 뭐.
그러나 이번 인터뷰가 안 되더라도, 시애틀로 꼭 이사 가 보고 싶다. 다른 기회로라도.

Comments on this post

  1. 엽기곰순이 said on 2012-08-10 at 오후 4:17

    스타벅스가 시애틀에서 시작하지 않았나? 뭐 암튼지 시애틀 좋아 보이긴 한데, 뭐 영쿡의 시골 마을이나 중소도시랑 다를 바 없는 풍경이구나. ㅋ 나는 영쿡 뜨기 전에 한 번은 꼭 정원 있는 주택에 살다 가고 싶은데. 되돌아 보면 코벤트리가 집세도 그렇게 비싸지 않고(물론 오늘의 시점에서 보면) 둘이서 방 두 개 짜리 정원 달린 집에 살아도 되었는데, 그 땐 뭐가 그렇게 아깝고 불안하고 조바심이 났는지. 참 어리석었지. 작은 거 아끼겠다고 평생 있을지 없을지 모를 기회도 차버리고. 이제는 하고 싶어도 못 하는데 말이다. 런던에서 그런 건 꿈도 못 꾸고.

  2. wisepaper said on 2012-08-11 at 오전 10:36

    또.. 곰순이 쓰나미가 왔다 갔냐.. 아 더워.. 더워서 리플 달 힘도 없다..

  3. wisepaper said on 2012-08-11 at 오전 11:43

    왜 이렇게 더운거니. 안동은 더 심한 거 아니니? ㅎㅎ 그래도 갑자기 이틀 전부터 새벽에 선선한 바람이 부네. 가을이 오는 걸까. 나도 요즘 심각하게 생각하는데, 집값, 물가, 환경이 커리어보다 더 중요한 삶의 요소니까 더 신경 써야 될 거 같애..

  4. 엽기곰순이 said on 2012-08-11 at 오후 2:10

    난 부산이다. ㅋ 덥긴 마찬가지구나. 안동은 더위 한풀 꺾였다는데, 나는 또 이렇게 더운데 찾아왔구나..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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