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장난감

 열음이가 요즘 종종 곤충, 동물 이야기도 많이 물어보고
“비행기는 어떻게 날아?” “햇님은 왜 뜨거워?” “여기가 지구야?” 같은 질문을 많이 던지길래
자연관찰책이랑 과학의 원리를 알려주는 책 전집을 두 세트 주문했다.

아이들 중고책을 많이 파는 사이트에서 새거와 다름없는 책들을 5분의 1가격 정도면 살 수 있는 거다.
열음이에게 이러이러한 것을 샀으니 택배아저씨가 내일모레쯤 들고 오실 거라고 말씀드렸더니
아침부터 책이 언제 오냐고 열 번쯤 묻고 있다.

나는
다른 부모들처럼 프뢰벨, 몬테소리, 웅진, 한솔 단계별 나이대별 전집을 한 번도 들인 적이 없었다
그냥 맨날 놀다가 어쩌다 가끔 열음이가 서점 가서 책 사달라 그러면 그거나 좀 사오고 누가 집에 보내준 거 있고 그랬는데
이제 열음이가 자신의 질문을 해결하고 싶은 욕구가 강하니 “때는 이때구나” 싶어서 열음이 관심사에 맞는 책들을 골라보고 있다.

열음이가 좀더 크면 책이 공부와 연관성이 있다는 편견을 결국 갖게 될 테지만
아직 열음이는 책이 장난감의 한 종류인 줄로 안다. 내가 책과 장난감이 다르다는 걸 심어준 적이 없기 때문에.
장난감 더 갖고 놀고 자겠다고 떼쓰듯이
책 많이 읽고 자겠다고 매일 떼써서  ornus랑 나랑 입이 너무 아파(책읽어주기 체력 소모 짱!);;;;
열음이랑 몇 권만 읽자고 협상하고 그런다.

나도 어렸을 때 책을 꽤 많이 읽었는데 지적 호기심을 채우는 습관, 가치관 등 여러 영향을 많이 받았지만
좀더 많이 놀걸, 운동을 할 걸, 체력을 기를 걸 하는 후회가 있기 때문에
들로 산으로 놀이터로 많이 놀러다녀 종아리에 근육이 단단하게 박힌 열음이가 부럽다.

이렇게 책 읽겠다고 떼 쓰다가 또 어느 시기가 오면 또 다른 것만 하겠다고 할지도 모른다.
그때 그때 아이의 욕구를 읽어주면서 적당히 뒷받침해주면 되지 않을까 싶다.

새로 구입한 자연관찰 전집을 인터넷으로 대충 검색해보니
하옇고 통통한 애벌레들이 수두루루룩…..
자연관찰책에 애벌레 장착은 필수인듯;;  ㅋㅋ

Comments on this post

  1. 96심은하 said on 2012-07-26 at 오후 2:28

    나도 책 사주기에 열심인 부모들이 좀 이해 안가. 차라리 그돈으로 맛난거 사먹지. ㅠ

  2. wisepaper said on 2012-07-27 at 오전 8:36

    애들한테 책 안 갖춰줘도 언젠가 스스로 책을 궁금해하는 날이 오더라구요! 공부도 스스로 궁금해할 때까지 기다리려구요!

  3. 엽기곰순이 said on 2012-08-10 at 오후 4:12

    울 엄마는 내가 어릴 때 필요한 전집은 사놓으셨는데, 난 그닥 거부하지 않고 왠만하면 다 읽었고, 그래서 엄마가 또 다른 전집을 사 오시고. 엄마도 나름 어디서 귀동냥으로 좋다는 것으로 사셨겠는데. 지금도 항상 의문인 것은. 엄마는 정작 그 전집의 제목의 의미나 위인들이나 내용도 모르면서, 어떻게 그런 걸 사주셨는지. 내가 고등학교 때 우리나라에 브리태티커 백과사전 번역본이 처음 나왔는데, 외판원 아저씨가 집집 마다 들러서 책을 팔다 우리집에도 오게 되었나봐. 내가 문을 열어 주었는데, 책을 보니까 좋더라구. 좀 있다 엄마가 오셨는데, 아저씨가 딸이 이 책 갖고 싶어 한다고, 나도 이 책 갖고 싶다고 했지. 근데 엄마한테 가격을 알려주는데, 들어보니 당시에 200만원 정도 하는 거야. 난 완전 놀랐지. 근데 엄마가 사주시더라고. 몇 일 뒤에 백과사전이 도착했지. 물론 엄마는 그 책이 어떤 책인지 잘 모를거야. 한 번도 펴 본 적도 없으니까. 근데 내가 그 책이 필요하다니까 사 주신 거지. 물론 매달 브리태니커 본사의 심화 리포트를 복사해주는 쿠폰을 매달 빠지지 않고 써먹어서, 무슨 한국 전쟁 논문 부터 시작해서 별별 논문들이 집에 있는데, 뭐 다 영어라서 제대로 이해는 못했지. 흠. 암튼 엄마한테 엄마는 아는 것이 없었으면서 어떻게 그렇게 했냐고 물어보고 싶은데, 엄마가 혹시나 자존심 상해하거나 창피해 할까봐 물어보진 못하겠어. 근데 엄마가 나한테 얼마나 많은 정성을 들였고, 당신이 모르는 걸로 인해 내가 손해보거나 뒤쳐지지 않게 하려고 신경을 많이 쓰셨다는 건 알아. 자식을 향한 사랑이 커서 그렇지. 그리고 나에 대한 믿음도 있었던 것 같고. 암튼 책은 본인이 원하면 찾게 되어 있는 것 같애. 뭐 다른 것도 다 그렇겠지만.

  4. wisepaper said on 2012-08-11 at 오전 11:42

    그래.. 네 어머니의 “당신이 모르는 걸로 인해 내가 손해보거나 뒤쳐지지 않게 하려고 신경을 많이 쓰셨던” 부분이 우리 엄마랑 비슷하신 거 같다..  어릴 적 (아마도 초등학교 정도) 집에 쌓여있던 전집 속에 내 상상과 꿈이 다 들어가 있었던 것 같애. 왕국 같았어..

  5. 엽기곰순이 said on 2012-08-11 at 오후 2:12

    근데 그렇게 아끼는 전집들은 남 주기도 아깝더라구. 실은 사촌 꼬마들이(정확히 말하면 그의 엄마들)이 가끔씩 책 달라고 하는데, 나도 엄마도 절대 안 된다고. 실은 내가 보지도 않으면서 말이지. 어릴 때도 책이 아까워서 정말 곱게 봤거든. 침 묻히면서 책장 넘기는 사람이 제일 싫었으니까. 글고 책 빌려가놓고 안 돌려주는 사람도 제일 싫었고. 근데, 뭐 살면서 그런 거 쯤이야.. 하게 되었는데, 그래도 아예 책을 남 줘버리는 건 도저히 못 하겠다.

  6. 96심은하 said on 2012-08-12 at 오후 10:49

    곰순아, 니엄만 브리태니커를 사주셨다냐…정말 넌 귀한 딸이구나…

  7. kwhfctvoh said on 2012-09-07 at 오전 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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