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벌레 무섭

독서에 빠진 열음이가 요즘 좋아하는 책이 자연관찰류다.
동물, 곤충, 물고기 사진들과 이야기가 있는 책.

평소 주로 이런 책은 ornus가 읽어주고 나는 창작동화책을 읽어주는 편인데 어제 낮에
열음이가 내게 “사마귀”란 제목의 책과 “거미”란 제목의 책을 가져와 읽어달라고 들이민다.

정성스럽게;; 읽어주며 무심코 채장을 넘기는데 책 한 페이지를 다 차지한 사진속에 하얗게 살이오른
굵고 통통한 애벌레가 뙇!!!!!!!!!
소름끼치게 놀라서 나도 모르게 책을 집어던지고 말았다.
나는 애벌레, 지렁이를 쳐다보지도 못하는 사람이다.
(성깔에 안맞게 벌레를 무서워하냐고 묻는다면 음… 나는 뱀이나 개구리 같은 건 먹을 수도 있는 사람이다.
그러나 조그마한 애벌레는 도저히 바라볼 수가 없다. 무섭다. 기절할 것 같다;; 공포증이 있다.)

놀라서 멀뚱 멀뚱 나를 쳐다보던 열음이, 엄마가 자기 책을 던졌다고 기분 상했다.
다시 책을 들이밀며 읽어달라고 하기에
“열음아.. 미안해.. 엄마는 애벌레가 무서워서 이 책들은 읽어줄 수가 없어ㅠ,ㅠ” 했다.

열음이 왈,
“엄마.. 애벌레는.. 그냥 애벌레야.. 내가 저번에 만져봤더니 보들보들하던데?
엄마.. 애벌레는 안 무서운거야.. 애벌레는 우리의 친구야..”

이 엄마를 불쌍해하는 것이었다.
나도 한창 동물, 곤충책에 빠져 탐구하고 있는 아들에게 생명체에 대한 편견을 심어주게 되지 않을까 살짝 두렵지만 도저히 애벌레를 쳐다볼 수가 없다.

“아빠는 애벌레 잘 보는데.. 아빠한테 읽어달라고 해야겠네…” 한다.

아. 열음이의 쩌는 아빠부심을 한 단계 더 올려버렸다-.-

ornus한테 조사를 해봤더니 곤충책은 전부 애벌레 두 마리 이상씩은 장착하고 있는 것 같다. 아 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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