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아이, 다른 존재

전에 한 친구와 통화하는데 친구가 묻는다. “정말 너는 두 애들에 대한 사랑이 같냐고? 둘을 다르게 느끼지 않느냐고”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것이기도 하다. 나는 일단 친구의 순수한 궁금증을 인정한다. 다만 나는 일단 이런 궁금증에 대한 대답과 상관없이 이 궁금증이 우리 열음이 은율이의 삶에 무슨 보탬이 되는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결론을 말하자면 나는 아이들을 다르다고 느끼며 그 다름과 차이에 주목하고 아이들의 다름을 존중한다. 왜 다르냐고? 열음이와 은율이가 다른 존재이기 때문에 다르게 느끼는 거다. 둘은 내가 우리 엄마와 다른 존재인 것처럼 다른 존재고, 내가 ornus와 다른 존재인 것처럼 다르다. 은율이가 내 뱃속에서 나왔다 한들 이 아이는 나와 다른 타인일 뿐이다.

열음이와 은율이의 기질 차이는, 우리 오빠와 내 남동생의 기질 차이만큼 난다.
그래서 재밌다. 아이들에게서 서로 다름을 발견할 때마다 내 세상이 한 뼘씩 더 넓어지고 내 아집을 수정한다. 내가 이건 반드시  A라고 생각했던 문제가  B 라는 걸 깨닫는 것도 아이들의 다름 속에서다. 열음이를 생각하면 이 넓은 우주에서 내 생애 나와 인연 맺은 내 첫번째 아이라는 생각에 애틋하고 은율이를 생각하면 계획도 하지 않았는데 둘째로 태어나 형하고 섞여 둥글둥글 잘 커주는 게 신비로워 애틋하고. 

그렇다면 아이를 서로 다른 타인으로서 인간애의 차원에서 존중하고 바라보려는 나의 시선이 사랑하는 정도의 차이를 가져올까? 답은 아니다이다. 육아를 하면서 느낀건 순한애가 부모를 편하게 하고 육아를 쉽게 만들고 까다롭고 예민한 아이가 부모를 힘들게 하고 부모를 많이 공부하게 한다는 차이가 가장 중요하다는 거다. 순한 애는 좋은 사람으로 성장할까? 예민한 아이가 좋은 사람으로 성장할까? 이것은 아무 관계가 없는 얘기다. 이것은 기질 차이일 뿐 핏줄 유무와도 전혀 동떨어진 차원의 얘기이다. 육아 자체가 너무나 지치는 과정이기 때문에 다른 건 생각할 겨를도 없이 육아에 지칠 땐 내 자식이 그저 순했으면 싶다는 하소연이 나올 때가 있지만 이건 부모 편하자고 하는 얘기지 아이가 성장했을 때 순하다는 기질이 장점일지 단점일지는 아무도 정답을 낼 수 없는 차원의 얘기다. 열음이가 더 까다롭고 욕구가 끊임없는 반면 은율이는 순한 편이다. 몇몇 육아서가 말하길 까다롭고 예민한 아이가 머리가 좋을 가능성이 높다고는 한다. 그러나 이것조차 사람으로서의 장점은 아니다.

호기심이 많고 사람에 관심이 많은 나는 서로 다른 아이 둘을 키워서 좋다. 한 아이로부터 다 배우지 못한 걸 다른 아이로부터 배운다. 한 편견을 수정하고 나면 또 다른 아이가 내게 있는 다른 한 쪽의 편견을 수정해 준다. 

나는 이제 육아의 “결정적 어려운 시기”는 지나간 것 같다. “결정적 어려운 시기” 속에 있을 때는 심신이 지쳐 욕망이 고갈돼 있었다. 누구에게 애 낳아 키우라는 말을 할 수 있기는커녕 이렇게까지 나 자신을 소진해서 한 생명을 키우는 게 그렇게 자신있게 권할만한 일일까 하는 생각도 했다. 이제 그 결정적 시기가 지나가자 마음에 여유가 생기고 다른 게 보인다. 내가 얻은 충만한 다른세상이 이제서야 보인다. 그 어떤 것으로부터 배우지 못한 다른 세상에 대한 깨달음이다. 아이들을 키우길 정말 너무 잘했구나 이제서야 찌릿찌릿한다. (그렇다고 남에게 권하고 싶진 않다. 자신을 소진해서 생명 하나를 얻는다는 것.. 쉽지 않은 일이다) 아, 이래서 육아의 결정적 어려움을 지나간 그 많은 어른들이 자신이 얼마나 힘들게 육아를 했는지 까먹고 젊은이들에게 “애 낳아 키우라”는 오지랖을 부리는구나 알 것 같다. 물론 나는 그런 오지랖을 부릴 위인이 아니지만. 내 생각에 남들에게 애 낳아 키우라는 오지랖을 부리는 사람들은 “육아가 어려워본 적이 없는 사람”이거나, “자신을 소진할 만큼 육아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이거나 “육아의 결정적 어려운 시기를 지나가 까먹은 사람”일 가능성이 높은 것 같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그냥 뒤에서 “건망증에 걸리셨군요…”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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