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 이걸로 끝

온가족이 식탁 쇼핑. 맘에 드는 디자인을 한 브랜드에서 딱 봤기 때문에 여기저기 다니지 않고 바로 그 브랜드에서 마침 할인된 가격에 식탁, 벤치, 의자까지 세트로 구입했다.(이런 횡재가..)

백화점에 온 김에 ornus가 자기 퇴직 기념으로 나한테 가방을 사라고 권한다. 애들을 둘이나 데리고 다니다보니 빅백에 기저귀, 보온병, 물티슈, 생수 등을 한보따리 들고 다녀야 하는 내 신세. 한동안 이쁜 가방에 관심 갖지 않고 산 걸 ornus도 신경쓴 모양인지 1층에서 사라고.

명품 사라고? 글쎄.. 사실 난 패션에 관심이 많은 편이지만 그건 디자인, 색, 선, 색감매치, 소재 등등에 약간의 덕후기질이 있는 것뿐이지 특정 브랜드를 따지지도 않고 하물며 명품은 거의 사질 않는다. 1층으로 가보니 프라다와 펜디 앞에 수십명의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한 번에 매장으로 들어갈 수 있는 사람수가 정해져 있어서 다들 몇 시간 이상씩은 줄을 서야 하는 것이었다.

아.. 저 사람들은 저 정도로 저 가방을 사고 싶은 것인가. 나한텐 놀라운 일이었다. 그러나 디아블로 한정판을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선 게임매니아들을 생각하면 뭐 이해 못할 것도 없는 풍경이다 싶었다. 저것이 과연 디자인이나 소재에 대한 열광으로만 이해할 수 있을까. 분명 특정 브랜드, 특정 명품을 소지한다는 데서 오는 만족감, 허영이 중요한 요소 아닐까. 물론 내겐 명품을 선호하는 기질은 없지만 내가 매우매우 꽂힌 디자인이라면 그것이 10만원이든 500만원이든 상관 없이 반드시 사려 하는;; 그런 소비욕 – 허영은 있다. 내겐 가격이나 브랜드보다 디자인이랄까.

아니 남편이 사준다는데(돈관리 다 내가 하니까 내 통장에서 내 돈 꺼내 사는 기분임ㅠ.ㅠ) 사라면 사는거지 왜이렇게 생각이 많은거지. 사실 이번엔 눈 딱 감고 디자인만 확 꽂히면 돈 생각 없이 사려고 했는데 사실 꽂히는 디자인이 없다. 1층과 애비뉴얼을 다 돌았는데도. 나도 패션까페를 자주 다니기에 프라다에서 어떤 라인, 샤넬에서 어떤 라인, 끌로에에선 어떤 라인, 지방시에선 어떤 라인, 펜디, 지미추, 루이비통에선 어떤 라인이 한국에서 잘 나가는지 훤히 알고 있기 때문에 남들도 많이 드는 그런 디자인을 굳이 나까지 들고 싶지가 않다. 딱 보면 어떤 명품인지 아는 그런 모델. 점점 흥미가 떨어져서 ornus한테 그냥 3층으로 가서 명품 반 정도 되는 가격으로 내가 원하는 디자인으로 고르겠다고 했다. 이번엔 아무 장식도 없고 선이 딱 떨어지는 아주 심플한 클래식한 가방을 사고 싶었는데 딱 찾았다. 이것도 백은 넘어가지만 어찌됐든 명품의 반도 안 되는 가격으로 유행과 상관없는 클래식한 디자인을 찾았다는 데 만족하면서.

“당신은 뭐 사고 싶어? 퇴직 기념으로?” 그랬더니 자기는 새로 나온 맥북(-.-b) 사고 싶단다. “아니 우리집에 맥북, 맥북 프로, 이미 두 개나 있는데 또 맥북을 사?” “그건 마치 자기가 회색 가방, 카멜색 가방, 갈색 가방, 검정 가방, 빨간 가방을 갖고 있는 것과 같은 이치지..”;;;;;;

오랜만에 자잘하지 않은 쇼핑을 하고 나니 그동안 생각하지 않았던 돈 생각이 난다.
올겨울 보너스와 당장 다음달에 나오는 보너스도 합치면 퇴직금 액수에 가까운데 그걸 다 포기한게 살짝 슬프지만 뭐 우리 가족 함께 보내는 시간만큼 가치 있는 건 아니니까.
근데 우리 이러다가 한 달 만에 퇴직금 다 쓰고 곧바로 취직해야 되는 비루한 신세가 되지 않을까 심히 우려 된다.
ornus 노트북만 사고 멈춰야지. 이제 끝.

Comments on this post

  1. 엽기곰순이 said on 2012-06-26 at 오전 1:55

    내가 바로 메세지 남겼다. 맥북 에어 쿠폰 좀 써보게.

  2. wisepaper said on 2012-06-26 at 오전 10:23

    아이 패드, 갤럭시 노트, 맥북 프로 등등… 사고픈게 여러개라 내가 하나만 고르라고 했어.. 아마도 나한테 아이패드나 노트 중 하나를 사게 하고 자기는 맥북을 살 건지;; 근데 맥북프로 우리집에 이미 있는데..ㅠ.ㅠ 필요하면 부탁할게 땡큐

  3. 엽기곰순이 said on 2012-06-27 at 오후 10:00

    ㅇㅇ 영쿡의 금융 파워를 논하다 끝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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