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특례법 걱정 그리고 이야기
1.
서핑하다가 이번주 <그것이 알고싶다>에 신생아 거래에 대한 내용이 방송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정식 절차를 거쳐 정식입양을 하지 않고 브로커에게 돈을 건네 비밀리에 입양을 하고 있는 입양부모와
미혼모에 관한 내용이었단다.
이 과정에서 의심스런 목적으로 불법 입양을 일삼는 경우와 그로 인해 상처를 입고 사고를 당하는 아이들이 생겨나고 있기까지 한다고.
현행법상 미혼모가 정식 입양기관을 거쳐 아이를 입양보내려면 (미혼모의) 부모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매우 좋지 않은 우리나라의 특성상 자신의 부모에게도 알리지 못하고 미혼모시설에서 임신기간을 보내고 입양을 보내려는 어린 미혼모들이, 결국 부모의 동의를 받아오지 못해 아이를 정식입양 보내지 못하고 의심스런 브로커에게 돈을 받고 팔아버린다는 내용.
더 우려할 만한 부분은 올해 8월부터 시행되는 <입양특례법>에 의하면 입양절차가 더욱 까다로워진다고 한다.
(현재도 정식 입양을 하기 위해선 입양부모 상담, 입양부모의 재정상태 점검, 숙려기간 같은 과정을 거치고 있다)
물론 입양절차가 까다로워지는 것은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이상이긴 하지만
입양부모를 찾지 못한 채 시설로 가는 아이들이 입양부모 수보다 현저하게 많은 우리나라의 현실을 봤을 때는
결국 정식입양 가정의 수를 지금보다 더 떨어뜨리거나 위와 같은 의심스런 불법입양을 늘리는 결과를 가져 올 것 같아 입양부모 모임 등에서는 많은 우려를 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정식입양 중 대부분(90퍼센트 정도)이 안타깝게도 비밀입양이라고 한다. 아마도 가족, 친지, 사회적 시선 때문일 것이다.
<입양특례법>이 시행되면 이런 식의 비밀입양을 하려던 부모들이 입양을 꺼리게 될 가능성이 많다고 한다. 중앙입양정보원이 입양과정과 사실을 관리하게 되면서 정보 공개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공개입양을 할 용의가 있는 가정만 입양을 할 수 있게 되니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수의 아이들이 부모를 찾지 못하고 시설로 가야 한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국가 이미지”를 위해 해외입양을 강력하게 줄여나간다고 하는데
한 아이가 인종, 국적에 상관없이 자신의 부모를 만나 가정 안에서 성장할 권리보다 더 중요한 “대한민국의 국가 이미지”가 어디 있는 건지 부끄럽다.
해외입양을 보내는 국가라는 사실이 부끄러운 사람들이 많은가보다. 나는 이런 이미지 때문에 아이들이 가정을 가질 권리를 빼앗는 체면치레가 더 부끄럽다.
(물론 장기적으로는 국민들의 인식이 바뀌고 자연스럽게 국내입양이 늘어서 저절로 해외입양이 없어지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입양절차를 공개하고 입양 과정을 까다롭게 하는 건 장기적으로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보이긴 하지만
생부모가 집접 아이를 키울 수 있을 만한 현실적인 대비책이 부족하고(미혼부모가 재정, 시스템의 지원을 받아 자신이 낳은 아이를 직접 키울 수 있도록 하는 게 우선되어야 하는 건 물론이다)
아직도 입양을 뒤에서 쉬쉬해야 하는 비밀스런 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으며
입양가정의 수가 너무나도 적은 지금 현실에서는, 당장 얼마나 많은 수의 아이들이 부모를 찾지 못하고 결국 시설로 가게 될지 뻔히 보이기 때문에 이 입양특례법이 안타깝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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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깜짝 깜짝 놀란다. 우리는 우리가 입양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지내다가 이런 뉴스를 보면서 실감하거나 가까운 지인에게 이야기를 하다가 우리의 입양사실을 문득 인지하게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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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우리는 열음이에게 열음이를 낳은 고마운 부모님이 멀리에 있고,
너를 너무너무 많이많이 사랑해서 너와 함께 살게된 엄마 아빠가 네 곁에 있는 거라고 이야기해준다.
이 과정을 아이의 시선에서 이해시키는 동화책도 있다.
입양부모 모임에서 배운대로 공개입양에 대해 아이한테 인지시키는 과정이다.
열음이에게 입양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덧씌워지기 전에, 아무런 가치 평가가 개입되기 전에 먼저
가족은 혈연관계로만 맺어지는 게 아니라 다양한 사랑하는 사람들의 만남이라는 걸 가르치는 거다.
열음이는 우리가 하는 말이 정확히 무슨 뜻인지 잘 모른다. 어렴풋이 인지하며 “응, 나는 악어(열음이가 최고로 아끼는 악어인형)랑 같이 엄마아빠 가슴 속에서 나왔어” 할 때도 있고
혹은 “엄마, 악어도 저기 멀리 다른 동네에서 태어났지? 근데 내가 지금 너무 사랑해서 악어랑 같이 있는 거지?” 이해가 된 것 같은 말을 할 때도 있다.
열음이는 가족에 대해 편견 없이 우리의 가르침을 받아들이다가 어느 순간 이것이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고
사회적인 편견과 자신이 이해한 내용을 조합하여 가슴속에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생각보다 아무 문제없이 지나가는 아이들도 있고
이 과정에서 받아들이기 위한 극복의 단계를 지나가는 아이들도 있다.
어디에서 자라도 우리 열음이와 우리는 이것을 함께 극복해 나갈 것이지만 기왕이면
이에 대한 편견이 우리나라보다 적은 곳에서 열음이를 키우고 싶다.
3.
우리 가족 소박하게 알콩달콩 살아갈 수 있는 것만으로도 우린 아주 만족하고 행복하지만
솔직하게 말하면 우리의 경제적인 상태가 아주 많~이 좋아졌으면 하는 소망도 있다.
왜냐하면 더 많은 아이들, 수백, 수천명의 아이들을 위한 시스템을 만들 수 있을 만한 힘을 가지는 것이
우리 삶의 꿈이 되었기 때문이다.
아니 그보다 먼저, 그저 우리 가족의 이야기를 평범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늘어나서 다양한 가족의 모습들이 별일 없이 받아들여지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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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보니 내가 도배를 하게 되어 민망하구나. ㅋ (그나저나 권금영은 내 카톡도 씹고 왜 여기에도 글씨를 안 비치는지…내가 여기 드나드는거 알고나서 끊은건지..ㅋㅋㅋ)
음…쓰고나니 내가 불임부부를 비하한것처럼 보이네…그런 뜻은 아니구. ㅋ
언니는 들쭉날쭉한 은율이 낮잠시간을 잘 맞춰서 찾아오시네요~곰순이는 요즘 바쁘고 상태가 메롱이라서 그래요. 아마 할일도 많고. 지금 잠깐 런던 들어간 것 같은데 또 나올거에요.
아, 빼빠, 변호 고마워. ㅇㅇ 은하 언니, 나 바쁜 사람이야.. 또 런던 와버렸구. 한국서도 작업하고 알바하느라고 나름 바빴다구. 여기 올 시간도 없었으니까. ㅋㅋ 암튼지.
곰순아, 오랜만~
곰팅아 넌 아직도 이 문제로 지지부진한거냐??
말마라.. 우리 엄마랑 아빠는 인연 끊겠다 하시지… 난 뭐 별로 부모님이랑 인연 끊고 싶진 않거든.. ㅋㅋㅋ 워낙 받아 먹는 게 많아서… 일단 엄마 김치도 얻어 먹어야 하고, 반찬도 엄마가 해주고… 등등.. ㅋㅋㅋㅋ 진우는 그리하여 나에게 3~4년의 활동 기간은 인정한다고 하는데, 나 그 때면 할매되잖니. 지금도 흰머리가 수두룩이라, 분기별로 속아 주지 않으면 안 되는데. ㅠㅠ
네 엄마 아빠는 뭐 이해는 못하시겠지만 니 가정 니가 알아서 할 일이니 그분들은 문제 아니고, Jin씨는 네 배우자니 그에 대해 주장할 권리가 50퍼센트는 있잖아. 둘다 서로 이렇게 평행선이면 어떻게 사니.. 사람과 동물 반쯤 되는 단계의 무언가를 키워서 합의를 볼 수도 없고 ㅋㅋㅋ
아이를 낳기 싫어하고 두려워하는 사람일수록 사람 하나 기르는 일에 얼마나 많은 책임이 필요한지 아는 사람들이라고 나는 생각하거든. 결혼했으니 애 당연히 낳는거다 쉽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그 부분에 성찰이 덜 되어 있는 경우가 많지.. 아무튼 애는 안 낳더라도 후원은 해.. 하는 거지..??
글게 말이다… 싫다는데 하라니.. 다른 것도 아니고…. 정말 미춰…. 오늘은 전쟁터에서도 애는 나왔다는 뭐 그런…. 쌍두마차 지나가는 소리를 옮기는 남편….. 그래서…? 그 전쟁 세대 얼마나 개고생하고 집단 공포와 심리적 불안증으로 평생을 살아가고 있는지.. 당시 피임약과 콘돔, 중절 수술을 할 여건이 되었다면 아마 상황은 달랐을 거 아닌가 하는 상상. 그렇기에 오늘도 세상은 돌아간다고 하는데, 글쎄, 어쩌면 세상은 이렇게 조금씩 죽어가는 게 아닐까. 나도 그 증거일 수 있고. 암튼 내가 얼마나 많은 책임감에 시달리는지, 그것은 분명해. jin은 그것을 가지고서 이렇게 논평하지, 내가 그만큼 책임감이 있고 여러 경우의 수를 다 따지고 두려움이 크고 많은 걸 이미 알기 때문에 더 잘 할 것이다,는…. 틀린 말은 아니겠지만, 내가 그런 심적 부담과 무게감으로 내 스스로를 학대하면서 살고 싶지 않다는… 이건 내 인생이니까. 아놔, 근데 나 왜 여기서 이러고 있는거니.
왜 여기서 이러고 있겠니.. 너의 이런 리플을 페북에 쓸 수도 없는 노릇 아니겠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