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위력

사람 마음은 호떡 뒤집듯 마음의 중심을 잡고 있는 힘이 바뀌면
상황은 하나도 안 달라졌는데도 우주 전체가 달라지는 것 같다.

사실 나도 몇 개월 전에 우리가 계획한 일들이 이뤄질 만하면 틀어지고 이뤄질 만하면 어떤 외부의 개입에 의해 틀어지고 할 때
우울증이 상당했었다.

나도 그 계획에 맞춰 놓은 나의 인생계획이 있었는데 이걸 계속 수정해야 되니까
아.. 나는 안 되는 사람인가보다..
우주가 나의 앞길을 막고 있다란 생각부터
꼭 그런 일들 때문만이 아니라 내 삶까지 회의하게 됐다.
무기력증, 출산 후 우울증도 있었는데 모든 게 겹쳐서 지독한 우울증으로 갔다.

몇 달 전 일이다.
창문을 붙잡고 서 있으면 자꾸 창문을 열고 뛰어내릴 것 같아서
ornus가 회사를 못 가고 나를 쳐다보고 있기도 하고 그랬다.
그래서 출장 갈 때도 나를 데리고 갔다.
꼭 자기 옆에 붙어 있으라고, 당신 없는 삶은 자기한테 아무것도 아니라고 눈물을 뚝뚝 흘리는데 내 맘은 너무 미안한데 우울증은 나도 어쩔 수가 없는 것이라
죽고 싶은 마음을 나도 어쩔 수가 없더라.
우울증을 걸리고 싶다고 걸리는 게 아니라
특정 호르몬 부족으로 오는 거라 인위적으로 그 호르몬을 주입하면 나아질 수 있다는
경험자, shana의 말이 많은 힘이 되었다.

지금은 내게 왜 그런 충동이 있었던 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정말로 호르몬 부족이 원인이었던건지.
상황과 관계 없이 마음에 평정이 생긴다. 어떤 단계를 넘은 것 같다.
마음 속 번뇌가 이리 뒤집히고 저리 뒤집히고 하는 과정에서 나만의 중심을 찾은 것 같다.

상황은 더 안좋아졌어도
마음의 힘은, 변화는 그 모든 걸 뛰어넘는다.
무엇이 이런 일을 가능케했는지 과학으론 설명할 수 없을 거다.

인생은 죽을 때까지 번뇌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 번뇌를 계속할 깜냥이 안 된다.
하루하루 피어나는 꽃을 예뻐하고 자라나는 생명을 신비롭게 여기며
소소한 행복으로 살고 싶다.

삶을 마감하고 싶을 정도로 괴로운 우울증 한 번 안 겪고 강하게만 살아가는 인생보다 지금이 더 좋다.
나는 이제 마음의 결이 섬세해 무수히 다치는 사람들의 마음도 이해하고
강한 이들이 알 수 없는 나약한 이들의 성정도 들여다볼 수 있다.
죽고 싶어하는 이들의 마음도 어루만져줄 공감의 경험이 생겼다.
훗날 내 아이들이 이런 고통을 겪을 때 몰아붙이지 않고 손잡아 줄 수 있는 부모가 됐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성공했다.

Comments on this post

  1. 96심은하 said on 2012-06-08 at 오후 2:51

    나 산후우울증인지 일반적 우울증인지…뭐 애낳기 전부터 우울과 불안이 좀 있었는데 애낳고 나서 더 심해졌지만,,,정체는 잘 모르겠음.

  2. wisepaper said on 2012-06-08 at 오후 3:28

    마침 애가 낮잠 자는데 들어와보니 심은하 언니 글이. 뙇..

  3. 96심은하 said on 2012-06-08 at 오후 5:29

    죄책감의 뿌리라…나도 그 근원을, 정체를 정말 알고싶구나. 니가 읽었던 심리학 책 추천해줄만한거 있음 소개해줘~

  4. wisepaper said on 2012-06-08 at 오후 8:46

    예방주사는 기본, 선택 다 하는 편이에요. 독감예방주사도요. 첫째때 저도 그런 책을 읽고 두려웠어요. 주사 맞고 열음이가 열이 오르기도 하고(일반적인 증상이라지만), 얼굴에 뭐가 돋아나는 부작용도 있어서 열음이는 페구균을 한번 피해간 적도 있구요. 페구균은 부작용에 비해 예방하는 범위가 크진 않다네요. 근데 좀 자라니까 그냥 제가 별 생각없이 다 접종시켰고, 은율이도 다 하고 있어요. 독감은 가을마다 맞구요. 그냥 신경 안 쓰고 병원에서 하라는대로 하고 있어요. 둘째 낳고 나니까 별스런 걱정들이 사라지더라구요. 별 일이 없더라구요 ㅎㅎ

  5. 96심은하 said on 2012-06-10 at 오후 2:49

    추천 고마워. 읽어봐야겠구나.

  6. wisepaper said on 2012-06-10 at 오후 3:39

    어떤 이야기인지 알것 같아요. 저도 육아책을 읽으면서, 아 나의 부모들은 우리의 부모들은 왜 우리를 이렇게 키워주시지 못한 걸까 상처를 받을 수도 있겠더라구요. 그러나 옛날 그런 정보와 교육이 부족했던 부모님의 사정도 이해하게 되고 하면서 상처받지 않으려 노력했지만 언니의 경우가 어떤 건지 이해가 갑니다. 저도 바로 얼마 전에 엄마랑 큰 사건이 있었어요. 우리집은 엄마아빠 사이가 굉장히 좋으시고 소박하고 알콩달콩 잘 커온 가정이었는데도, 제가 엄마로부터 다른 자식과 좀 다른 딸로서의 부당한 기대 같은 걸 계속 받아왔다는 걸 깨닫고, 내가 이대로 넘어가면 평생 이 기대를 지겠구나.. 그냥 설렁설렁 넘어가는게 좋을지 한번은 해결하는 게 좋을지 고민을 하다가 어떤 사건을 계기로 다 터져나왔어요. 엄청난 일들이 있었는데 결국 엄마께서 미안하다 손내밀어주시더라구요. 엄마가 받아들여주는 분이라 가능했지요. 만약 아니신 분(언니 아버지 같은)이라면 제 상처만 더 커졌겠지요. 암튼 저도 다 해결된 건 아니지만… 지금 깨달음은 그냥 우리도 성인이니까 부모님은 부모님대로 떠나보내고 앞으로 내 인생, 내 자식에게 할 수 있는 것을 하자로 나아가기로 했어요. 그리고 어른들은 잘 안 바뀌시잖아요…

  7. wisepaper said on 2012-06-10 at 오후 3:58

    제가 아이들을 꺾지 않고 많은 경우 받아들여줬다는 건 “오냐오냐” 하는 거랑은 달라요. 아이가 무언가를 강하게 거부할 때 마음을 만져줬어요. 왜 그러니.. 아.. 니가 그래서 싫어하는구나.. 왜 해야 되는지 이유를 설명해주고 가르쳐도 안 되면 억지로 하지는 않았어요. 그리고 예절, 습관(양치, 씻기 이런거)을 가르칠 때도 노래 불러주고 재밌게 해줘서 자연스럽게 시키려고 노력했고.. 혼낼 때는 저 아주 무서워요. 안 되는 건 어떤 경우에라도 안 돼요. 예컨대 오늘 마트에서 장난감을 안 사기로 약속한 날은 무슨 일이 있어도 안 사줘요. 일관성을 지키죠. 일관성이 참 중요해요. 아이의 정서를 대할 때는 “공감”이 참 중요하구요. 마음을 알아주고 훈육은 일관성 있게 하고. 열음이 48개월 넘고 은율이 17개월 넘고 하니까 이제 애들 때문에 제 마음이 힘든 건 별로 없어요. 제가 단련이 돼서 그런지. 그냥 다 지 깜냥대로 잘 크겠지 하는 확신이 생겼어요.. 근데 이것도 다 시간이 해결해줘요. 언니도 아마 2년 쯤 후에는 그렇게 돼 있을 거에요.. ^^

  8. wisepaper said on 2012-06-10 at 오후 4:17

    그리고 언니의 엄마께서 언니 얘기를 엄마로서 잘 들어주시지 못하고 피하신다는 부분은.. 언니의 어머니께서도 아마 엄마가 필요했을 거에요.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엄마. 언니한테도 그런 엄마가 필요한건데. 이 엄마의 역할을 보지 못한 사람은 자동적으로 자식에게 그런 역할을 하기가 쉽지 않아요. 우리 어머니 세대분들은 심리책을 읽고 공부를 하신 것도 아니니 본인이 깨닫기도 힘드시고. 어머니도 안 된 분이시죠. 안 됐어요.. 엄마도 엄마가 필요할텐데. 하고 넘어가요. 대신!! 절대로 언니가 어머니의 엄마 역할을 할 수는 없어요! 왜냐면 언니에게도 엄마가 필요한거지, 엄마 대신 엄마 노릇을 할 수는 없어요. 그러니 그냥 포기하고 넘어가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언니가 엄마역할을 할 수 있는 존재는 오직 한 명, 딸아이에요.. 그애한테는 이제 좋은 엄마역할을 하려고 노력하는 거죠.. 언니가 어머니의 엄마 역할까지 하려고 하면 결국 상처받고 다치고 억울해져요. 이런 고리는 끊어야 되고.. 우리는 다음 세대에게 하는 거에요. 그리고 애들 크면 독립시키고.

  9. 96심은하 said on 2012-06-11 at 오후 1:37

    육아에 관한 너의 이야기는 많은 힘이 되는구나.

  10. wisepaper said on 2012-06-11 at 오후 2:27

    음.. 제가 위에 다 쓴 것 같은데요. 내 안의 중심에만 집중하면서 제 안에 생긴 갈등들이 마음 속에서 이리 뒤집히고 저리 뒤집히고 하면서 저절로 중심을 찾았다고..

  11. 96심은하 said on 2012-06-11 at 오후 2:53

    어, 난 니가 특정 호르몬 주입에 관한 말을 하길래…약의 힘을 빌린 적이 있나 해서. ㅠ

  12. wisepaper said on 2012-06-11 at 오후 3:01

    아.. 그건 확실히 도움이 된대요. 저는 못해봤지만, 제게 조언을 줬던 친구가요.. 물론 정확한 상담과 처방을 통해 실현해야겠지만..

  13. 엽기곰순이 said on 2012-06-14 at 오후 7:24

    우울한 때 예술을 하세요들… 나처럼…. 또다른 감정으로 인해 우울이 희석되니까요. 좋게 말해 승화지. 결국 감정 여행이랄까. 암튼.

  14. wisepaper said on 2012-06-15 at 오전 11:41

    뭐야 곰팅 거짓말.. 부모 생각도 뚝 떨어진다고? 넌 부모님한테 못해드린게 많아서 옆에 살고 싶다는 효녀 아니더냐?? 나는 정말.. 냉정한 사람인 거 같애. 내가 아이를 둘 키우는 것도 냉정해서 가능한 일 같고. 사실 난 부모 자식 관계는 애들 커서 각자 배우자 생기면 남처럼 살아가야 된다고 생각하거든… (정서적으로 집착 관계를 끊어야 한다는 말임. 교류를 끊어야 한다는 말이 아니라.).. 몰라 난 냉정한 사람인 거 같애..

  15. 엽기곰순이 said on 2012-06-15 at 오후 11:03

    ㅋㅋ 진우도 그러지. 제발 이제 가족들과 어느 정도 거리를 두어야 한다고, 난 새로운 가정을 이끌어 가는 임원이라고. 근데 난 아직 독립이 안 되어서 그런지, 그닥 여기가 내 집이다! 뭐 이런 생각이 별로 안 드는 듯 해. 특히나 외쿡이다보니까, 글고 매 년 또 어디로 이사가야 하지 않나, 뭐 그런 약간의 불안감, 그리고 항상 비자 문제로 인한 골머리, 불안정한 수입과 미래, 등으로 그냥 어드벤쳐 중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지. 특히나 여기서 내가 속한 커뮤니티가 없는 거나 같다보니 뭐랄까, 그냥 이방인적인 삶일 뿐. 진우는 유목민으로 살아가는 것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하는데, 그래, 나야 말로 유목민적으로도 결혼 생활도 그렇게 하고 싶다니까. 애가 없어서 유목민으로 살 수가 있어.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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