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리 기자 트윗을 보고

서태지라는, 스스로에게 지어준 이름으로 불렸던 소년의 만 열 아홉 살 무렵 조용하고 단호한 행보를 머릿속에 그려보면 언제나 마음 한 구석이 드라이아이스에 덴 것처럼 서늘해진다.
– 씨네21 김혜리 기자 트윗에서-

조용, 단호, 서늘한 드라이아이스.
그는 열정조차도 서늘하게 표출한다. 그가 붕붕 들떠 있는 모습을 본 적이 거의 없는 것 같다.

오늘 힐링캠프에 양군 나와서 그런지 일반인들뿐 아니라 연예인들도 서태지와아이들 그리워하는 트윗을 마구 날리는데 김혜리 기자님 글은 역시 아련 터진다..

김혜리 기자도 오랜 태지팬이다.
내가 김혜리 기자를 처음 알았던 건 고등학교 때. 그 때 김기자님은 대다수가 십대팬들이었던 시절 20대 이상만 가입할 수 있었던 하이텔 서태지 팬클럽 “여름눈사람” 회원이었다.
(그 때 글도 괜찮고 활동도 활발했던 pc통신 서태지 팬클럽 중 가장 유명했던 게 “또래네”였는데 “또래네”에서 20대 이상 어른들이 모여 나와 “여름눈사람”으로 많이 이동했고 둘다 활동하며 글을 쓴 사람들도 많았던 걸로 기억한다.)
나는 십대니 글 쓸 권한이 없었고 어른들이 쓴 글만 봤는데 그 때 또래네 혹은 여름눈사람에서 글발 날리던 사람들 중에
김혜리 기자와 지금 문화평론가로 날리고 있는 강명석, 월간 객석 전원경 기자, 만화가 김준범 님 등등…
그리운 사람들이 많다.
그들의 글을 읽고 감수성 터지던 시절이 떠오른다.

고등학교 때 계간 문화비평지 “리뷰”에서 김혜리 기자의 글을 처음 봤는데
대학에 들어간 이후 씨네21 영화와 도시 특집에서 “LA와 영화”에 대한 글을 읽고 제대로 꽂혔다.
영화와 도시. 도시의 문화적인 감수성을 영화 이야기로 녹여낸 특유의 글을 자취방에 누워 몇 번이고 읽었었다.

전에 “소년성”에 대한 글을 몇 개 썼고 앞으로 언젠지 모르지만 소년에 대한 책을 내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저 트윗이 의미심장하다.
김기자의 소년에 대한 글을 두 편 읽었던 기억이 난다.
리버피닉스에 대한 글과 영화 “아무도 모르게”에 나왔더 아이에 대한 글.
김기자님~ 진짜 소년에 관한 책을 쓰신다면 태지 얘기도 쓰셈. 항상 태지 좋아하는 건 부끄부끄하시던데..

서태지팬으로서 그나마 최근 김기자님 행보는 성시경 라디오에 나와 서태지팬이라고 툭하면 놀림당하는 일-.-

– 포인트 : 결혼 이혼 사건 터졌을 때 괜찮았냐는 질문에,
“그 때 하도 지인들로부터 문자가 많이 와서 태지씨 어디 다쳤는 줄 알고 놀랐는데 아니어서 너무 다행이었다”는..

덧: 서태지씨 9집 나오면 제발 다른 나부랭이들하고 인터뷰를 하지 말고 김혜리 기자랑 인터뷰를 하란 말이야.
그럼 레전드 인터뷰가 하나 탄생할텐데.
김기자님이 벌써 인터뷰제안서 몇 번 올렸을 스멜인데 태지는 씨네21이 뭔지도 모르고 거절했을 거 같다. 진심 속상해;

Comments on this post

  1. oz said on 2012-05-19 at 오후 10:30

    시네21로서는 인터뷰만 물어와주면 오케이겠죠. 태지씨가 안하는 거지.

  2. wisepaper said on 2012-05-20 at 오전 9:48

    그니까요.. 씨네21이 제안서 벌써 몇 번은 내놨을 거 같은데 태지가..” 잉?? 이게 뭥미? 컷!” 했을 스멜….ㅠ.ㅠ

  3. oz said on 2012-05-22 at 오전 9:35

    오 뻬빠님, 어떻게 그렇게 내 머릿 속을. 저는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해 절대 이지아씨 뭐라고 안해요. 나라도 미쳤겠다 싶어요.

  4. 암헌 said on 2012-05-24 at 오전 1:09

    나 김혜리 기자 좋아하는데…이런 사연이 있었구나! 여름눈사람..!! 고급정보~

  5. wisepaper said on 2012-05-24 at 오전 9:55

    oz/ 누가 뭐라 그래도 전 오즈님 블로그 새 글도 많이 공감해요. 곁에 있었던 여자의 절망도.. 사생활 드러나고 나서 더 많이 알수 있게 된 게 아니라 더 알수 없는 사람으로 저만치 가버린 것도.

  6. wisepaper said on 2012-05-24 at 오전 11:42

    아참, 오즈님 전에 김혜리 기자가 했던 말 중에 빵 터졌던 거 있어요.

  7. 오즈 said on 2012-05-29 at 오후 3:44

    블로그에 답글 다셨군요. 외로왔는데 고마와요. 유부녀 팬페이지 만들어야 하는 거 아닌가 몰라요. 글 또 썼어요. 근데 제가 하는 얘기, 이미 팬들이 많이 하고 있는 얘기겠죠? 익게 요즘 안들어가서 제가 하는 얘기들이 나오는지 궁금해요.

  8. wisepaper said on 2012-05-30 at 오전 9:06

    위태에서도 대세와 다른 글들이 종종 올라오고 저도 썼어요. 공감리플도 많이 달리구요.

  9. 오즈 said on 2012-06-05 at 오후 1:18

    앤태를 가신다구요? 제가 알기로는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덴데. 님 정말 고급 팬이군요?ㅎㅎㅎ  저는 팬 이름으로 모여서 서태지 비난하느니 서태지를 떠나겠어요.ㅎㅎ  제가 더 열성팬이죠?

  10. wisepaper said on 2012-06-05 at 오후 2:40

    설마.. 비난하려고 모였겠어요. 오즈님이나 저같이 애정있는 비판(예컨대 오즈님 최근쓰신 그 글..)조차 위태에선 못하잖아요. 앤태는 아니구요. 다른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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