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단아와 이단아의 만남

 톨가 카쉬프와 함께한 2008 서태지 심포니, Come Back Home

저음을 받쳐주는 간결한 베이스 라인과 약간의 신디음 외엔 거의 다 갱스터랩 스타일의 랩핑으로 이루어진
아주 심플한 노래 컴백홈이 클래식과 만나 이렇게 편곡됐다. 사실 이 버전은 원곡 컴백홈에서 바로 편곡된 것은 아니고, 서태지가 6집 때 콘서트에서 록버전으로 편곡했던 것을 기반으로 재편곡된 것이다. 그 때 록버전으로 편곡된 컴백홈을 듣고 콘서트에서 전율했던 기억이 있다. 내가 워낙 그 버전을 좋아하기에 서태지 심포니에서도 그 록버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편곡이어서 맘에 들었다.

요즘 서태지 심포니 DVD를 유심히 다시 보고 있다.
서태지 심포니를 같이 편곡하고 오케스트라를 지휘했던 톨가 카쉬프는 메탈리카, 딥 퍼플, 엘튼 존 등과의 협연, 퀸 심포니 등으로 대중음악팬들 사이에서도 유명한 음악가이다. 영국에서 클래식 음악 전공자로서 엘리트코스를 밟은 그는 록밴드 같은 팝 음악가들과의 교류와 접목으로 클래식계에선 이단아의 위치에 서 있는 사람이다.

서태지 역시 정통 헤비메탈 밴드 시나위에서 베이시스트였던 17살 무렵부터 일종의 록음악 사대주의가 있는 록밴드 풍토에서 혼자 랩이나 흑인음악을 즐겨들어서 “삼표 음악 듣는다”고 놀림 받기도 했고 결국 흑인음악, 미디음악을 록과 크로스오버한 음악으로 데뷔한 이단아다. 음악에 대한 정통주의, 편견, 권위 같은 게 없는 게 서태지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서태지의 작업은 아주 비대중적인 일렉트로니카의 하위장르를 록과 접목해서 대중적인 멜로디를 뽑아내는 복잡한 작업으로 기울어가고 있는데, 점묘화 같은 그의 음악을 들으며 이런 생각을 해본다.

보통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음악의 요소는 무엇일까? 기본적인 건 멜로디라인이 만들어낸다.
서태지는 근데 왜 그런 심플한 방법을 놔두고 자꾸 편집증적이고 덕후스럽고 매니악한 작업을 하고 있을까. 난 서태지가 일종의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음악이 주는 감동의 요소가 과연 그것밖에 없을까? 다른 방법은 없을까? 일종의 확장 실험이다. 나도 물론 아주 심플하게 멜로디로 어필하는 노래들을 좋아한다. 명곡도 그런 노래들에게 많다. 서태지는 그런 작업은 나이가 들면 천착하게 될 것 같고 지금은 열정 없이는 안 되는 작업, -edge에 선 음악을 당분간 계속하고 싶다고 했다.

톨가 카쉬프가 인터뷰에서 했던 말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서태지는 음악의 본질을 이해하는 뮤지션”이라고 했던 거다. 내 식의 이해는 이런 거다. 음악의 본질은 감동이다. 감동의 요소를 재정립하고 싶은 서태지의 편집증적인 작업 역시 음악의 본질(의 확장) 개념을 붙들고 있다는 점에서 이해가 됐다.

심플하게 멜로디를 뽑아내서 간결하게 감동을 주는 명곡들도 필요하고 서태지식의 작업도 필요하다. 여러 스타일의 뮤지션이 함께 가면 얼마나 좋은가. 서태지식의 작업의 소스만 가지고 표절 운운하는 사람들은 예술의 개념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서태지의 최근작업은 콜라주 정도를 완전히 벗어났다. 콜라주 이상의 장르 확장이기 때문에. 8집에서 보인 일렉트로닉의 하위 장르나 소스들을 록과 이런 식으로 조합한 사례가 없기 때문에 서태지 장르의 완성이기도 하다. 아주 처음 랩과 록을 섞은 1992년도로 돌아간다 할지라도 미국의 다른 록밴드와 비춰볼 때 제일 빠른 수준이다.

솔직한 바람은 서태지가 어떤 정신나간 여자랑 열 번을 결혼하고 열 번을 이혼하고 와도 좋은데 음악하는 일에서만큼은 이 열정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서태지가 오아시스의 노엘 갤러거식으로
“야 씨발.. 내가 꽂혀서 살다가 안 맞아서 이혼했어. 너넨 내 판이나 사고 내 티셔츠나 사 씨발” 해도 재밌을 거 같다. ㅋ
내가 좋아하는 건 서태지의 의외성이다. 샌님 같은 말투와 외모+방송가 전체를 상대했던 깡과 반항적인 기질+똘끼+소년같은 순수함+영악함+어눌함 모든 것의 합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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