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우아하고 정갈하고 단정한 말투와 나긋나긋한 표정으로,
내 속에 들끓는 아픈 감정을 숨긴 나를 상상해본다.
그리하여 아무도 다치게 하지 않고 아무에게로부터도 다치지 않으려는 나를.

그러나 끝내 나는 그렇게 살 수 없을 것이다.
그건 내가 아니다.
숨길 수가 없다.

나는 아프다.
아무것도 하기 싫다.
여행도 가기 싫고
웃기도 싫고
사랑도 하기 싫고
나는 아무것도 하기 싫다.
아무것도 하기 싫어도 해야할 것들이 많다는 것이
나를 짓누른다.

그러나 내가 아프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내가 아프다는 것을 상대에게 말하는 것도 용기라는 시를 읽었다.
내게 지금 힘은 없지만 용기는 있다는 것이 그마나 작은 위안이 된다.
나는 지금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이다.
미안하다
내 사랑하는 사람이여.
지금 나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Comments on this post

  1. ornus said on 2011-12-10 at 오전 12:02

    당신 지쳤어. 그래 당분간 아무것도 하지 말고 쉬자.

  2. wisepaper said on 2011-12-10 at 오전 11:44

    아무것도 하지 말고 쉬기로 한 아침에 움마 움마 하면서 기어오는 애새끼를 보고 있자니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나고, 울고 있어도 웃음이 난다..에라이

  3. uks said on 2011-12-11 at 오후 8:22

    그래도 그렇게 열심히 살아가려고 마음먹기에, 우리네 사람들의 삶이 훌륭한거라고 생각하면 안될까요? 푹 쉬시고, 기운 내삼 🙂

  4. wisepaper said on 2011-12-11 at 오후 9:51

    네 고맙습니다. 엄마엄마 하며 달려오는 이눔시키들 덕분에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저의 결심은 반나절도 못갔습네다…-.-

  5. Yul said on 2011-12-13 at 오전 6:03

    애 없는 나도 일년에 몇번씩 손 다놓고 쉬고싶은데,, 안그럼 이상한거지…

  6. wisepaper said on 2011-12-13 at 오후 3:47

    그래.. 나만 그런 건 아니겠지..? 수다가 고파서 이래..

  7. shana said on 2011-12-27 at 오후 5:20

    너랑 통화하고 나서 급 답글…ㅎㅎ

  8. wisepaper said on 2011-12-27 at 오후 7:54

    위안은 별다른 게 아닌 거 같다. “다른 사람들도 나와 같이 힘들다”는 것만 공감해도 위안이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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