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휴가 그리고 목소리

1. 가을 여행
한 달 늘어난 것도 경악인데 한국 오기전에 런던에서 워크샵 일정까지 추가돼서 또 출장이 늘어났다.
(이 소식을 전하는  ornus에게 우리 이혼할까 했더니, 함께 간 수석님도 몇 번 이혼당했다는 농담이 오고 갔다고-.-)
10월 둘째주에 ornus가 들어오면 일주일간 휴가를 떠나기로 했다. ornus는 평야와 지평선을 보고 싶다고 한다. 그래서 김제의 평야를 들러 전라도 몇몇 도시에서 100년 전 근대건축물들을 보고 남해안을 짚어가보려고 한다. 남해 바래길도 좋고. 수몰마을이 이주해서 생긴 새 마을과 잠긴 마을을 덮어 흐르는 강물이 있는 동네도 가보려고 한다. 국도에서 안쪽으로 적당히 들어가 풍수 좋게 자리잡은 마을 입구엔 으레 있는 정자 같은 데도 앉아서 무심히 가을 열매가 익어가는 모습도 보고 가을 걷이 하러 나가는 사람들도 만나고.. 나른한 오후 풍경에 단조롭게 섞여볼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좋다.

2. 성시경
나는 노래 잘하는 가수보다 노래를 좀 어눌하게 부르는 싱어송라이터들을 좋아한다.
내 세대 뮤지션은 아니지만 그래도 취향에 맞는 뮤지션들을 대보자면 조동익, 조동진, 유재하, 이병우, 김창기 뭐 이런 사람들. 요즘 세대 뮤지션 중에선 “못(mot)”의 이언도 좀 좋아하고.
시원시원하게 뻗어올라가지 못하지만 어눌한듯 담담한 목소리를 가진 송라이터들이 자신이 직접 만든 노래를 부를 때의 감성이 나를 흔든다. 서태지마저도 노래는 보통 기준에선 못하는 뮤지션이다. 허나 자기 노래는 맛깔나게 부르고 그 아닌 다른 사람이 그의 노래를 부른다는 걸 상상못하게 만드는 보컬을 가졌다. 그런 내가 노래 잘하는 가수 중에서 좋아하는 목소리를 가진 몇 안 되는 가수 중 하나가 성시경이다. 청승맞지 않고 적당히 섬세해서 좋다. 남들은 잘난척해서 비호감이라는 성시경의 발언들도 내 보기엔 아주 상식적이고 평범한 수준으로 보인다. 이번에 새앨범이 나온다고 해서 아주 두근두근했는데 좀 안타까워졌다. 작사작곡을 몇 곡 했나 보다. 타이틀곡이 좀 뻔해서 아쉽다. 예전 곡들 얼마나 좋았는가. 윤종신이 만들어준 “거리에서”, “넌 감동이었어”, 유희열이 만들어준 “소박했던 행복했던” 같은.. 송라이팅 욕심 내서 잘 하게 되면야 좋을 일이지만 무리하지 말지. 그냥 그 목소리 잘 다뤄주는 좋은 작곡가에게 맡겨서 목소리만 최고로 뽑아주면 바랄 게 없을 텐데. 뻔한 곡을 부르고 있는 목소리가 너어무 아까워서 안타깝다는 투덜거림일 뿐, 그래도 무심히 틀어놓은 tv에서 잠깐 몇 소절 흘러나오는 순간에도 휙 하고 본능적으로 고개가 돌아가게 만드는 좋은 목소리다.

3. 부럽다
사람 마음을 흔드는 음색을 타고 난 사람들이 참 부럽다. “위대한 탄생 2″를 보다가 문득 질투가 난다. 매끄럽게 쫙쫙 올라가는 목소리보다 타고난 음색이 독창적이고 호소력 있는 목소리가. 누구나 그렇듯 내 안엔 내가 너무 많지 않은가. 내 안의 일렁이는 감성을 목소리에 실어 표출할 수 있는 사람들이 부럽다. 그런 의미에서 춤을 잘 추는 사람들도 부럽다. 멋지다.
결국 내가 본능적으로 질투 나는 사람들은 음악 잘 하는 사람들과 춤 잘 추는 사람들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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